그곳이 멀지 않다
나희덕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푸른 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 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개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개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길을 나는 걷고 있는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시읽는_신학도‬


*이 시는 첫 연으로 충분하다. 사랑은 그런 거다. 너에게 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쳐도 너에게로만 가는 나의 길. 신을 떠나려고 몸부림치는 이들을 보며 내가 애달픈 공감을 느끼는 이유도 그와 같을 것이다. 그 몸부림이 실은 신을 향하는 것으로 보이니까. 니체야말로 자신의 온몸으로 신의 살아있음을 증명한 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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