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또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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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오테라피 - 독서치료, 책속에서 만나는 마음치유법
조셉 골드 지음, 이종인 옮김 / 북키앙 / 2003년 5월
평점 :
알라딘을 할일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이책을 발견하였다. 누군가의 리스트에서 발견한 것도 아니고 리뷰를 먼저 읽은 것도 아니었다. editor's choice도 아니고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새로나온 책도, 특가도서, 이벤트, 추천도서도 아니었다. 그냥 말그대로 우연히 마주친 책이다.
나는 책과 책읽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구태여 "책"에 대한 책을 모으지도 않고 "독서"에 대한 독서를 즐기지도 않는다. 제목과 부제에 "독서"나 "비블리오" 라는 말이 들어간다고 해서 구매욕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비블리오테라피 - 독서치료"는 심리학 교과서 제목처럼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졌다.
이 책은 384쪽짜리 반양장본에 정가 14900원이다. 내가 좋아하는 하드커버도 아닌데다가 가격도 그리 싸지 않다. 알라딘에서도 겨우 10% 할인해주어서 가격은 13410원이고 마일리지도 680원 밖에 안된다. 알라딘 Sales point는 1318이고 리뷰평점은 4점이다. 결론적으로 그냥 그런대로 팔리고 읽히는 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사게된 실제 동기는 나름대로 책을 읽어오면서 책과 책읽기가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 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경험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않을까 해서 한번 사보았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기대이상으로 좋은 책이었다. 무엇보다도 나의 책읽기를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다.
나의 책읽기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지금까지 자기계발, 교양쌓기, 마음의 위안,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에 독서의 목적을 두어왔었다. 그러나 자기계발과 수양이라기 보다는 처세술을 배우고, 교양이라기 보다는 시대를 따라잡기 위한 지식쌓기일 뿐이었으며, 지혜와 명상의 목소리에 대한 귀기울임이라기보다는 현실로부터의 도피,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배운다기 보다는 궤변과 독설을 즐기기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어떤 기준으로 책을 사왔던 것일까. 앞에서 주절주절 늘어놓았 예쁜 양장본 표지와 두툼한 두께, 알라딘이 깍아주는 가격과 마일리지, 쿠폰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 책의 깊이와 내용을 느끼면서 책을 사는 것일까.
사실 효용이 적다고 생각되는 책은 철저히 무시하여 왔다. 소설은 1년에 1-2권 읽을까 말까하고 시는 더더욱 보지않았다. 나이 설흔이 넘었으니 시나 소설 나부랭이를 읽을 시간은 없다고 스스로 결정을 내렸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시와 소설은 이미 내가 인생을 헤쳐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책 읽기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보고 느끼는 것 만큼의 커다란 효용이 또 있을까. 10대, 20대에 읽었던 소설들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시와 소설의 힘이 필요하리라.
항상 알라딘에서 이리저리 헤메고 다니면서 시간을 낭비 하는 것은 그만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책 읽는 시간보다 책을 찾아다니는 시간이 더 많은 게 아닐까 의심할 때도 있다. 그러나 가끔 이런 책을 찾게 된다면 그 시간들이 아까울 수 없다. 나에게 참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