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 (Paperback) - 2014 칼데콧 메달 Journey Trilogy 1
Becker, Aaron / Walker Books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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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 간 유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흔히 쓰인 소재지만, 이만큼 높은 완성도로 다듬어 냈다면 결코 뻔한 작품이 아니다. 이 책은 정말 아름답고, 명성에 걸맞는 걸작이다. 게다가 글이 하나도 없는 그림책이므로 한국판과 가격 차이가 난다면 싼 쪽을 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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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사장 분투기 - 개정판, 자영업으로 보는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
강도현 지음 / 북인더갭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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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년 전 자영업의 어려움은 아침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긴 노동시간이나, 휴가도 없이 온 가족이 남들 놀 때 일하는 것 정도가 문제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만큼 보상이 있다면 무엇이 문제랴, 문제는 돈 벌려고 온갖 고생을 하는데 돈을 못 버는 것이다. "나중에 할 것 없으면 장사나 하지"란 말은 시절 좋던 옛말이 된지 오래다. 요즘의 자영업은 현상유지만 할 수 있어도 기적일 정도로 사정이 나쁘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미쳐 월세는 터무니없이 올랐는데 경기가 나빠 매출은 떨어지고, 악마같은 대기업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상권을 빨아먹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장사 노하우가 없는 초보사장들을 끌어모아 등골을 빨아먹고,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카드수수료는 영세상인의 찌꺼기까지 훑어먹는 지경인데 정부 정책이나 그 어떤 법 조항도 자영업자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자본의 놀이터가 되어 최소한의 상도덕도, 공동체 의식도 실종된 골목 상권은 전쟁터라기보다는 그저 자영업자의 무덤이다.

 

이 책의 저자는 경영 컨설턴트 출신으로, 그야말로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카페를 창업하고 '쫄딱 망했다'고 한다. 하물며 여기저기서 성공담, 혹은 성공비법 정도를 듣고 분에 넘치는 자신감으로 대책없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초보창업자들은 어떨까.

창업대비 폐업률 81.5%, 3년 내 폐업률 58.5%.

이쯤되면 이건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망할 수 밖에 없게끔 짜여진 사회 문제다.

 

이 책은 자영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빤히 보이는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게 하는 현실적이고 냉철한 지침서인 동시에, 이미 시작된 자영업 대란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임을 낱낱이 꼬집어 무척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자영업 문제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복지의 관점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되고 있다"는 대목이 특히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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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역사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지식을 찾아
찰스 밴 도렌 지음, 박중서 옮김 / 갈라파고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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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러운 두께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인류가 알게 된 지식의 역사를 총망라한다는 야심찬 주제에 비하면 그리 두꺼운 것도 아니겠지만.)
재미있는 역사책의 특징은 흐름과 인과관계를 놓치지 않는 것인데, 이 저자 또한 인과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책을 쓴 듯 하다.

물론 역사에는 우연도 있고 난데없이 등장한 인물도 있게 마련이지만 당시의 시대상황 등이 원인이 되어 특정 사건이나 인물이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역사에서 인과관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로 인과관계를 쏙 빼고 그저 역사적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나열할 뿐인 '재미없는' 역사책이 꽤 많았는데, 그 때문에 토막토막 알고 있던 얕은 지식들이 이 책 덕분에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 기분이 들었다.

현대에 와서 과학과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지식의 역사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이 쓰여지고 있기 때문에 20세기에 쓰인 이 책도 이미 고전으로 불리워야겠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지식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유명한 고전들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존 로크나 괴테의 저서가 이전에는 전혀 흥미롭지 않았지만 그 위대한 고전이 세상을 어떤 방향으로 바꿔 놓았는지 그 가치를 알고나니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다만 지나치게 서양 중심의 이야기만을 다룬 것이 유감인데, 상대적으로 세계의 중심이었던 적이 없는 우리나라는 둘째 치더라도 중국문명을 비롯한 동양의 지식에 대해서도 그 흐름 속에 좀 더 다뤄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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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이야기 -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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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명쾌하고 인상적인 책이다.
자원 및 에너지 문제, 개발도상국의 빈곤 및 노동 착취 문제, 정경유착, 기후변화, 소비주의, 공동체와 삶의 질에 대한 문제,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독소, 폐기물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사회적 이슈들이 실은 모두 하나의 문제임을 새삼 깨달았다.
 
소위 이런 '불편한 진실'류의 이야기들을 접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재앙의 수치에 소름이 끼치면서도 그 스케일이 너무 커서 나 같은 평범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냉난방을 조금 줄이는 정도 밖에 없는 것 같아 패배적인 기분이 들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매 주제마다 희망이 있음을,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잊지 않고 이야기해 준다. 나는 그게 너무나 감사하다.
 
또 한가지 감사한 일은, 이 모든 일이 우리 개개인의 탓이 아니라 좀 더 거대한 정부나 기업, 그리고 제도의 탓이며 우리 개개인이 이 사실을 알고 힘을 모음으로써 그것들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해준 것이다.
흔히 접하는 공익광고 등을 보면 마치 지금의 환경재앙이 모두 개개인의 탓인 것처럼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쓰지 않는 전기를 끄라거나 분리수거를 잘 하라는 식인데, 그런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정작 환경문제의 진짜 주범인 공장이 에너지를 펑펑 쓰고 독성이 있는 물건을 펑펑 만들고 폐기물을 펑펑 배출하도록 오히려 독려하고 있는 정부가 자신들의 구린내를 감추기 위해 애먼 개인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건 분명 불쾌한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소비자인 개개인이 원하기 때문에 기업이 그렇게 싸고 나쁜 물건을 많이 만들어 낸다며 또 개인의 탓을 하곤 하는데 애니 레너드의 말처럼 독성물질인 PVC는 소비자가 원한 게 아니라 기업이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선택한 것이다.

개인이며 시민이며 소비자인 우리가 환경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에어컨을 끄는 것 이외에도 이 물건들의 진짜 이야기를 아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PVC의 독성에 대해, 디즈니의 노동착취에 대해 알고 그것을 불쾌해 한다면 기업은 분명히 그것들을 우리가 불쾌해 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꿀 것이다. 적어도 바꾸는 척이라도 할 것이다.
지금처럼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정부나 기업은 계속해서 말로만 유기농이니 친환경이니 하는 거짓 선전문구로 우리를 속이고 지구를, 물건을, 가난한 사람들을 점점 더 나쁜 상황으로 만들 것이다.
더 많이 정확하게 알고 그들을 바꾸게 하는 것이 우리의 진짜 할 일이다.

개인적으로 삶에 대하는 태도를 바꾸게 한 책이 몇몇 있었는데, 이 책도 그 중에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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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작은 것이 큰 것이다
세스 고딘 지음, 안진환 옮김 / 재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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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고딘의 책이 언제나 그렇듯, 이 책 또한 리마커블하다.
짧은 글 속에 들어있는 강렬한 메세지들이 '작은 것이 큰 것'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책을 읽는 내내, 책을 계속 읽어야 할지 당장 컴퓨터를 켜서 내 변변찮은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뒤엎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며 안절부절했다.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직설적이면서도 재치있는 화법이 무척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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