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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사장 분투기 - 개정판, 자영업으로 보는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
강도현 지음 / 북인더갭 / 2014년 4월
평점 :
십 수년 전 자영업의 어려움은 아침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긴 노동시간이나, 휴가도 없이 온 가족이 남들 놀 때 일하는 것 정도가 문제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만큼 보상이 있다면 무엇이 문제랴, 문제는 돈 벌려고 온갖 고생을 하는데 돈을 못 버는 것이다. "나중에 할 것 없으면 장사나 하지"란 말은 시절 좋던 옛말이 된지 오래다. 요즘의 자영업은 현상유지만 할 수 있어도 기적일 정도로 사정이 나쁘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미쳐 월세는 터무니없이 올랐는데 경기가 나빠 매출은 떨어지고, 악마같은 대기업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상권을 빨아먹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장사 노하우가 없는 초보사장들을 끌어모아 등골을 빨아먹고,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카드수수료는 영세상인의 찌꺼기까지 훑어먹는 지경인데 정부 정책이나 그 어떤 법 조항도 자영업자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자본의 놀이터가 되어 최소한의 상도덕도, 공동체 의식도 실종된 골목 상권은 전쟁터라기보다는 그저 자영업자의 무덤이다.
이 책의 저자는 경영 컨설턴트 출신으로, 그야말로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카페를 창업하고 '쫄딱 망했다'고 한다. 하물며 여기저기서 성공담, 혹은 성공비법 정도를 듣고 분에 넘치는 자신감으로 대책없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초보창업자들은 어떨까.
창업대비 폐업률 81.5%, 3년 내 폐업률 58.5%.
이쯤되면 이건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망할 수 밖에 없게끔 짜여진 사회 문제다.
이 책은 자영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빤히 보이는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게 하는 현실적이고 냉철한 지침서인 동시에, 이미 시작된 자영업 대란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임을 낱낱이 꼬집어 무척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자영업 문제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복지의 관점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되고 있다"는 대목이 특히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