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이야기 -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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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명쾌하고 인상적인 책이다.
자원 및 에너지 문제, 개발도상국의 빈곤 및 노동 착취 문제, 정경유착, 기후변화, 소비주의, 공동체와 삶의 질에 대한 문제,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독소, 폐기물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사회적 이슈들이 실은 모두 하나의 문제임을 새삼 깨달았다.
 
소위 이런 '불편한 진실'류의 이야기들을 접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재앙의 수치에 소름이 끼치면서도 그 스케일이 너무 커서 나 같은 평범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냉난방을 조금 줄이는 정도 밖에 없는 것 같아 패배적인 기분이 들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매 주제마다 희망이 있음을,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잊지 않고 이야기해 준다. 나는 그게 너무나 감사하다.
 
또 한가지 감사한 일은, 이 모든 일이 우리 개개인의 탓이 아니라 좀 더 거대한 정부나 기업, 그리고 제도의 탓이며 우리 개개인이 이 사실을 알고 힘을 모음으로써 그것들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해준 것이다.
흔히 접하는 공익광고 등을 보면 마치 지금의 환경재앙이 모두 개개인의 탓인 것처럼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쓰지 않는 전기를 끄라거나 분리수거를 잘 하라는 식인데, 그런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정작 환경문제의 진짜 주범인 공장이 에너지를 펑펑 쓰고 독성이 있는 물건을 펑펑 만들고 폐기물을 펑펑 배출하도록 오히려 독려하고 있는 정부가 자신들의 구린내를 감추기 위해 애먼 개인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건 분명 불쾌한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소비자인 개개인이 원하기 때문에 기업이 그렇게 싸고 나쁜 물건을 많이 만들어 낸다며 또 개인의 탓을 하곤 하는데 애니 레너드의 말처럼 독성물질인 PVC는 소비자가 원한 게 아니라 기업이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선택한 것이다.

개인이며 시민이며 소비자인 우리가 환경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에어컨을 끄는 것 이외에도 이 물건들의 진짜 이야기를 아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PVC의 독성에 대해, 디즈니의 노동착취에 대해 알고 그것을 불쾌해 한다면 기업은 분명히 그것들을 우리가 불쾌해 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꿀 것이다. 적어도 바꾸는 척이라도 할 것이다.
지금처럼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정부나 기업은 계속해서 말로만 유기농이니 친환경이니 하는 거짓 선전문구로 우리를 속이고 지구를, 물건을, 가난한 사람들을 점점 더 나쁜 상황으로 만들 것이다.
더 많이 정확하게 알고 그들을 바꾸게 하는 것이 우리의 진짜 할 일이다.

개인적으로 삶에 대하는 태도를 바꾸게 한 책이 몇몇 있었는데, 이 책도 그 중에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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