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윈도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믿을 수 없는 화자가 살인을 목격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 상황을 그린 수많은 스릴러가 있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이 특별히 인기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서술이 매우 섬세하고, 흑백 고전 영화의 장면과 명대사를 곁들인 점이 음울한 분위기 형성에 큰 몫을 한다. 술술 넘어가서 재밌게 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여행을 좋아하고 자주 가는 편이었다.
여행을 갈 때마다 일본의 문화이 일본 사람들의
몸에 배인 듯한 친절과 질서의식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한일 관계에 있어서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고 독도에 대한 망언을 하거나 역사적 자각이 없는 발언을 하는 것은 당연히 시정되어야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인정해야 할 점도 있긴 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이 국가 그 자체는 아니니까 말이다.
지금 한일 관계는 악화 일로에 있고, 나는 당분간은 흔쾌한 마음으로 일본 여행을 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었다.
가깝고도 먼 그들은 누구인가. 알 듯 하면서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은 누구인가?
1944년에 미 국방부 위촉으로 쓰여진, 특이하게도 일본에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저자의 연구로 쓰여진 이 책은 놀라운 분석을 들려 주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철저한 계층주의.
봉건사회에 살면서 철저히 영주에 복속되어 살아온 그들의 역사에는 혁명이랄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자리에 알맞게 사는 것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대동아 전쟁은 자기네보다 덜 발전했다고 생각되는 아시아 국가들의 알맞은 자리를 찾아 주기 위한 의도라는 그들의 주장은 이러한 계층주의를 근거로 한다.

둘째는 죄의식보다 큰 수치심.
어떤 죄를 저지르고 죄의식이 느껴질 때 이것을 고백해서 오히려 후련함을 얻고 죄의식을 더는 경우가 있지만, 그들은 그 죄가 알려짐으로 해서 생기는 수치심을 더 못 견디는 속성이 있다. 죄를 고백함으로써 생기는 문제가 더 큰 것이다. 나보다 남의 시선이 중요하므로, 수치심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다.

사무라이 정신이나 국가에 충성하는 마음, 온을 갚거나 온을 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마음, 의무로 하는 것과 의리로 해야만 하는 것..
서양인으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을 가치들이 - 일부는 자의적 해석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 잘 풀어서 설명되어 있었다.

패전 이후, 그들의 손으로 전후 처리를 하게 하면 다른 나라의 시선을 의식해서 스스로 평화를 향해 나아갈 것이며, 군비를 억제함으로써 그들은 경제 발전의 발판을 다질 것이라는 예상도 (미국의 입장으로 보면) 통찰력 있다. 단지 승전국의 입장에서 쓰였기에, 식민지 생활을 하고 피해를 본 많은 국가들에 대한 사죄와 보상 여부를 간과했다는 점은 아쉬웠다.

이 책만으로 모든 것이 이해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이 책은 일본을 이해하는 데 있어 생각의 물꼬를 틔울 수 있는 실마리를 여럿 제공한다. 이런저런 기사들과 현안 사이에서 이 책은 제 3자의 눈과 같은 객관성을 제공한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로서의 일본을 바라보는 데 또다른 시선을 느끼게 해 준 좋은 책이었다.
많은 사람이 읽고 함께 생각을 나누면 좋겠다.

일본에게 불행한 일은 일본 점령하에 있었던 나라들이 대동아의 이상을 일본과 같은 눈으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전 후까지도 일본은 대동아의 이상이 도덕적으로 거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스스로를 존중하는(자중하는) 인간은 ‘선‘이냐 ‘악‘이냐가 아니라, ‘기대에 부응하는 인간‘이 되느냐 ‘기대에 어긋나는 인간이 되느냐를 목표로 삼아 진로를 정한다. 그들은 세상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적 요구를 포기한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부끄러움(하지)을 알고 한없이 신중하고도 훌륭한 인간이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자기가정에, 자기 마을에, 또한 자기 나라에 명예를 가져오는 사람이다.
이렇게 하여 빚어지는 긴장은 대단히 커서, 일본을 동양의 지도자이자 세계의 일대 강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고상한 대망大望으로 나타난다.

수치가 주요안 강제력이 되는 사회에서는 참회승海僧에게 과오를 고백했다 해도 전혀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나쁜 행위가 사람들 앞에 드러나지 않는 한 고민할 필요가 없으며, 고백은 도리어 스스로 고민을 자초하는 일로 생각된다. 따라서 수치의 문화‘에서는 인간에 대해서는 물론 신에 대해서도 고백의 관습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글쓴이가 감독인지 책을 검색해 보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그의 영화를 한 편도 본 적이 없고 소문만 많이 들어왔는데, 그래서 더 순수한 마음으로 이 글을 담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순한 감성 에세이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익숙하고 가까운 공간에 대한 세심한 마음의 결을 담은 산문이었다. 일기 같기도 하고, 감상 같기도 한, 아주 가까운 곳에 놓일 쉬운 글인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마음 깊숙한 곳을 톡 하고 건드리는 그런 글들 말이다.

중간중간 들어 있는 글쓴이가 직접 찍었을 사진들 속에서도 이런 감성들은 여실히 나타난다.

 

"대수롭지 않은 작은 일들이 가고 싶은 곳을 만들고, 그 가고 싶던 곳은 이상향으로 살이 붙는다. 서른두 살의 늦은 봄에 만날 뻔했던 그 공간은 그런 식으로 나와 인연이 된 것이다. -64p"

간 곳, 머문 곳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지 않은 곳에 대해서도 그만큼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새롭게 다가왔다. 맞다. 어떤 공간을 꿈꾸고 거기에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분명히 위로받는 순간이 있으니까.

 

공간과 분위기를 아주 세밀하게 느끼고 그리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의 영화에 그런 감성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겠지.

 

가을바람처럼 어느 순간 슥 불어와 마음을 선선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대수롭지 않은 작은 일들이 가고 싶은 곳을 만들고, 그 가고 싶던 곳은 이상향으로 살이 붙는다. 서른두 살의 늦은 봄에 만날 뻔했던 그 공간은 그런 식으로 나와 인연이 된 것이다.
건대 앞 치킨 집 처마 밑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바닥의 패인 홈을 내려다보며 피로와 슬픔의 한 덩어리가 턱 밑까지 차올랐다고 느꼈을 때, 나는 주변의 모든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 출발 자세를 하고 있었고, 관계에 서툰 청춘에 지쳐 있었다. 그 시간 위에서 마다가스카르행이라는 잠시의 상상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당시의 고단함을 이겼던 힘은, 가지지 못한 그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가지지 못한 위로야말로 때로는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희망으로 둔갑하곤 하니까. - P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밤에는 그 아이를 떠올려본다. 천장을 노려보면서. 나 자신이 죽었다고 느끼면서. 죽었지만 떠 나지 못한 채, 삶이 나를 향해 밀려드는 것을 목도하면서.
-p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태어나기도 전 77년의 여자대학 기숙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데, 왜 나의 대학시절과 추억의 인간 관계들이 한없이 소환될까?
같은 시공간에 있었어도 누구에게나 다르게 기억될 수 있는 시간들. 그 시간이 갑자기 던져지고 섞이게 된 20대의 문턱이라면 그 기억들은 더욱 사적인 시선들을 갖게 될까.

이 이야기는 그러한 시선들 중 극도의 거리를 가졌고, 오랜 친구이되 아주 친하지는 않은 두 사람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나의 이야기도, 소설 속 ‘나’의 이야기도, 그렇게 생각될 수 있겠구나 싶다.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시공간의 접점은 없는 독자인 나의 기억이 불러와진다. 당시에 느꼈던 고독이나 번민이나 기대감이나.. 그런 것들 말이다.

인생을 관통하면서 찍는 순간의 방점들.
언제고 다시 불러와도 좋을 이야기였다.

여러 사람과 공유한 시간이므로 누구도 과거의 자신을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편집하거나 유기할 권리 정도는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