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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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도 전 77년의 여자대학 기숙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데, 왜 나의 대학시절과 추억의 인간 관계들이 한없이 소환될까?
같은 시공간에 있었어도 누구에게나 다르게 기억될 수 있는 시간들. 그 시간이 갑자기 던져지고 섞이게 된 20대의 문턱이라면 그 기억들은 더욱 사적인 시선들을 갖게 될까.

이 이야기는 그러한 시선들 중 극도의 거리를 가졌고, 오랜 친구이되 아주 친하지는 않은 두 사람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나의 이야기도, 소설 속 ‘나’의 이야기도, 그렇게 생각될 수 있겠구나 싶다.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시공간의 접점은 없는 독자인 나의 기억이 불러와진다. 당시에 느꼈던 고독이나 번민이나 기대감이나.. 그런 것들 말이다.

인생을 관통하면서 찍는 순간의 방점들.
언제고 다시 불러와도 좋을 이야기였다.

여러 사람과 공유한 시간이므로 누구도 과거의 자신을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편집하거나 유기할 권리 정도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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