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바람이 되어 

                             임형주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나의 사진 앞에 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그는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불고 또 불거다. 우리의 귓가를 스치다가, 머리를 흩트리다가, 때로는 무섭게 휘몰아 온 몸을 휘청거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결코 그냥 잠들어 있지 않을 테니까... 자유롭게 하늘 위를, 우리 모두의 주위를 날고 있을 테니까... 바람이 되어 우리를 깨우고 깨우고 깨울 테니까... 그게, 그의 죽음의 의미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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