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필요없는 존재란 없다

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ㅣ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초, 더 흔하게 부르는 이름으로는 잡초. 한번도 제대로 주의를 기울여본적 없는 이 보잘 것 없어보이던 풀들이 이렇게 각양각색의 모습과 개성을 가진 줄 저자의 감옥생활과 그 편지가 없었으면 알 수 있었을까.이 책에 나오는 야생초들을 보면서 세상에 아무런 필요도 없이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저 잡초인줄만 알았던 그것들이 하나하나 약이 되고 차가 되고, 또는 샐러드도되고 물김치도 되어줄 수 있을 줄 알았던가. 아무 소용없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럴거라고 일찌감치 생각해버린 내 편견이고 무지였던 거지.

세상에는 또 얼마나 많은 편견과 무지로 쓸모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것들이 많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쓰레기 속에서도 꽃이 핀다는데, 우리 잘난 인간들은 얼마나 많은 자연을 인간의 기준으로 잣대를 대어 베어내고 밀어냈던가. 그리고, 그것이 다른 사물에만 행해졌었던가. 나와 다르고 좀 모자라 보인다고, 능력이 없어보인다고, 몸이 좀 불편해 보인다고, 가난하다고 얼만나 많은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서 밀어내왔던가. 자그마한 야생초들의 쓰임쓰임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저자의 이야기라서 사실, 이 책속에 조금은 어둡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펼쳐 마지막에 덮을 때까지 저자의 억울함, 절망감같은 것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평안하고, 담담하고, 아니, 재미있고 유쾌한 면까지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감동스러웠다. 하잘것없는 풀에서 그 개성과 쓰임새를 찾아내는 모습뿐 아니라, 억울함과 절망을 모두 뛰어넘은 그 담담함과 평화스러움, 나의 힘으로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절망하지 않고, 작은 기쁨을 찾아 누릴 수 있는 저자의 모습이 마음을 울리고 짠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기쁨을 찾을 수있는 책이다. 크고 좋은 것에서가 아니라, 작고 미천해 보이는 것에서, 우리 주변에 너무도 널려 있어서 있는 줄도 모르고 잊고 있었던 것들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는 책이다. 내 마음의 기쁨과 만족이란 내 눈을 다시 씼고 주변을 돌아보는 데서 부터 오는것이라고 이 책은 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