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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받는 오리엔탈리즘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성일권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9.11 테러가 발생한 날,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오랜 시간동안 TV를 주시했었다. 미국의 중심부가 무방비 상태로 공격당하고, 세계무역센타가 차례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느낀 놀라움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 모든 이들이 느끼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것은 그저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던 아무런 죄없는 사람들이 그 참사 현장 속에 파묻혔다는 것이었다.
사태는 여지없이 전쟁으로 치달았고, 아프가티스탄은 미국의 공격으로 세계무역센타의 붕괴 현장 같은 꼴을 똑같이 당하고 말았다. 미국에서 수많은 생명이 어이없이 숨지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가 마음아파했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그보다 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고통을 받아야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죄없이 고통받고 죽어야 했던 아프가티스탄의 생명들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듯 하다. 그것은 언론도 마찬가지어서, 미국의 수많은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방송과 신문지상을 뒤덮으면도, 마찬가지로 무고하게 희생된 아프가티스탄의 사람들은 관심 밖에 놓여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테러사태에 대응하는 미국의 전쟁을 당연시 여기지만, 과연 그러한 것인가? 미국 내에서도 깨어있는 많은 사람들은 전쟁이라는 것을 반대한다고 전해지기도 하지만, 그들은 극소수이고 대다수는 전쟁을 당연하게 받아 들인다. 그것은 이 전쟁과 전혀 무관한 곳에 놓여 있을 것 같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지구를 지키는 수호신이라도 되듯이 대 테러리즘을 표방하며 전쟁을 행하였지만, 그 모든 참담한 테러가 결국을 미국이 뿌린 것을 거두어 들인것이라는 이야기도 여기 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미국이 섬멸하기 위해 공격하는 탈레반군이 바로 과거 소련 세력에 대항하여 미국이 지원하고 키워낸 군사세력이라지 않는가.
이 책에서 사이드는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스스로를 성찰하지 못하고 오만의 늪에 빠져 있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왜곡된 진실로 일반인들의 눈과 귀를 가린 이중적인 지식인들을 매섭게 비판한다. 극단적인 이슬람 근본주의로만 알려진 아랍권이 얼마나 왜곡되어 비춰져왔는지, 자신들의 이해관계로 얽혀 아랍권의 끊임없는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무엇인지,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서구 사회가 자행한 왜곡된 오리엔탈리즘이 무엇인지...
한쪽으로 편중된 지식은 그 내용의 우수함을 떠나 진실을 가려버린다. 진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이 책 한 권으로 그동안 미국중심적으로만 생각했던 편중된 사고가 고쳐지고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다. 그런 무모한 생각 자체가 진실을 더욱 왜곡할 뿐이니까.
그러나, 편중된 지식에 약간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당연히 옳다고 생각했던 미국의 정의와, 세계 석학들을 가차없이 비판하는 사이드의 의견들을 읽다보면, 당연하게 여겼던 기존의 생각들의 균열이 가면서, 명쾌하고 시원스런 느낌까지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 알려고 하지 않았던 많은 가려진 일들을 듣고, 보고, 느끼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