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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남호 지음 / 현대문학 / 2001년 3월
평점 :
사실, 중고등학교의 국어, 문학 수업은 재미있는 시간은 아니었다. 생소한 단어와 개념들이 많이 나왔고, 외우는게 우선인 핵심정리들이 많았다. 교과서가 아닌 책에서 그저 읽기만 할 때는 어렵고 거창하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교과서를 통해 배우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너무도 어렵고 광범위한 의미들을 담고 있어 놀랍기도 했다. 그 때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이해하기 어렵고 그래서 재미도 없었지만, 교과서에 실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그저 내 이해력이 아직 부족하고 수준이 낮으니, 열심히 공부하여 수준을 더 높여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과 그 교과내용을 매섭게 비판하는 이 책을 읽고,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시원함을 느꼈다. 그래, 학교 국어시간, 문학시간에 느꼈던 왠지 모를 문학에 대한 내 열등감이 진짜 열등감이 아니었구나. 과도하게 의미부여되고 부풀려진 교과내용에 의해 불필요하게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억울한 열등감이었구나...
항상 책을 읽고 문학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교과서에서 배우는 문학작품들에는 왠지 주눅이 들었었다. 그건,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들을 외우고, 시험치고, 아는 체 하면서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가 없는데서 오는 열등감이었다. 그리고, 이런 열등감은 분명 나만의 감정은 아니었을 거다. 지금도 국어 시간에 훌륭한 문학작품들을 읽으며 당연한 듯 주눅이 들어있을 많은 학생들과, 학생시절에 느낀 열등감으로 아직도 한국대표문학이라하면 주눅부터 들어있을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은 당연히 분석하고 해체해서 숨겨진 거창한 의미를 찾아야만 하는 거라고 알고 있었던 많은 이들에게(나를 포함하여) 그 작품들 역시, 그저 편안히 읽어보고 자신의 마음이 가는데로 느낌을 찾아보는 것이 우선된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올해의 가을에는 그 때 배운 작품들을 다시 찾아,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그저 읽어보기만 해볼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