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지키던 소나무숲 조경용 팔아넘기다니…


강원 송림리 주민들 허탈
100년 넘은 나무들 파헤쳐
힘모아 공사저지 나섰지만
사유지 막을 길 없어 발동동


» 김낙기씨가 27일 오전 강원 강릉시 연곡면 송림1리 마을 인근 소나무 파내기 현장을 지켜보다 허탈한 표정으로 돌아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소나무가 많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송림리인데….”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송림1리 김낙기(70)씨는 100년 넘게 마을을 지켜주던 소나무숲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된 일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어릴 때부터 소나무숲은 마을의 한 부분이었는데 사유지라고 외지인이 팔아넘기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허탈해했다.

28일 송림리 주민들은 시민운동 단체인 강릉 생명의 숲 회원들과 함께, 닷새째 벌어진 소나무숲 이식작업을 안타깝게 지켜봤다. 송림1리와 2리 사이 밭두둑에 약 200m 길이로 펼쳐진 숲에는 가슴높이 지름 42㎝, 높이 10m 가량인 소나무 50여그루가 서 있다. 이 가운데 37그루를 파내기 위해 굴삭기와 삽으로 인부들이 뿌리 주변을 떠내 줄로 동여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한때 실력으로 파내기 공사를 저지하기도 했지만, 사유지에서 벌어지는 합법적 공사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주민 김황식(53)씨는 “4년 전 밭을 매입한 서울의 부재지주가 지난해 조경회사에 소나무숲을 팔아넘겼다”며 “마을 사람들이 솔잎혹파리 방제작업을 하는 등 애써 가꾸지 않았다면 숲이 여태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홍동선 강릉 생명의 숲 고문은 “지난 15일 소나무를 강릉의 명품으로 키워나가겠다고 추진위원회까지 발족시킨 강릉시가 마을의 상징이자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강릉시도 이 숲의 경관과 공익가치를 인정하고 있지만 뾰족한 보전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강릉시는 땅주인에게 소나무 반출에 필요한 소나무재선충 감염 여부 확인증 발급을 거부했지만, 최근 강원도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위법 판정을 받았다. 박종환 강릉시 보호계장은 “시에서 땅을 사들이지 않는 한 (소나무숲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28일 소나무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는 개정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시행령이 발효됐지만, 이 지역이 재선충 발병 지역이 아니어서 이들 소나무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주민 정정순(64)씨는 “오대산 찬 바람을 막아주던 당당한 소나무들이 이제 수도권 아파트의 정원수가 돼 약물을 매달고 연명하게 될 모습을 떠올리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강릉/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사진 박종식 기자                       2007. 3. 28


 

 

ps. 요즘은 모든 일이 자본의 논리로 돌아간다. 돈이 된다면 그 속에 어떤 세월, 삶의 의미가 담겨 있는지는 한낱 휴지조각이 될 뿐이다. 자본의 논리 아래 의미를 잃어가는 것이 어디 한둘이냐... 돈의 논리로만 가격 매겨져 사들이고, 팔리고, 파헤쳐지는 이 땅의 모든 것들이 슬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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