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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드는 아이들 ㅣ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21
이경옥 지음, 김민경 그림 / 고래책빵 / 2025년 9월
평점 :
얼마 전 뉴스에서 소창 공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창은 우리나라에서 만들 수 있는 원단 중 가장 건강한 직물이다. 한때 강화가 소창의 고장이었지만, 값싼 중국산이 밀려들면서 지금은 몇 곳만 남아 있다고 한다. 손으로 천을 짜고, 삶고, 말리는 그 수공업의 정신이 사라지는 게 참 안타깝다.
이렇게 전통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바람을 만드는 아이들』은 참 따뜻한 책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바람’은 부채를 의미한다.
요즘은 손선풍기나 에어컨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부채는 여름의 필수품이었다.
책 속 아이들은 대나무를 깎아 부챗살을 만들고, 종이를 펴서 풀을 바르며, 전통 방식 그대로 부채를 완성해 간다.
그 과정이 마치 오래된 장인의 손끝을 보는 듯했다.
하나의 부채가 완성되기까지 흘리는 땀방울,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바람을 만드는 아이들』은 단순히 부채를 만드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 우리는 전통과 기술, 가난과 배움, 그리고 친구와의 관계를 함께 바라보게 된다.
그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부채는 단지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잊혀져가는 ‘사람의 온기’를 다시 일깨워주는 바람이었다.
요즘같이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이 책은 우리가 잠시 멈춰 서서 ‘손으로,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조용한 울림을 주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