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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책을 가리지 않고 읽는 독서광입니다. 어려서는 걸어서 30분 걸리는 학교까지 등하교 길에 걸으면서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학교 도서관에 읽지 않은 책이 없었답니다. 심지어 목욕을 할 때도 책을 읽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때로는 떠오르는 생각이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건지, 책에서 읽은 건지 잘 모를 때도 있다고 합니다. 실은 글을 쓸 때도 그렇습니다. 어떤 표현이 떠오를 때 그게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인지, 어디서 샘플링한 건지 모르겠을 때가 있죠. 아무러면 어떻습니까? 그 표현을 구사할 수만 있으면 되죠.

이 달 초 저는 안 교수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의사, 벤처 CEO를 거쳐 대학에 몸담은 그는 자신이 "페이지를 나타내는 숫자와 책 뒷면의 정가까지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활자 중독증 증세마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독을 하지만 정작 줄거리를 따라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단적으로 소설을 읽을 때면 등장인물의 생각과 행동에 빠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읽고 나도 줄거리와 결말이 남지 않는다는군요. 이런 독서법으로 간접경험을 쌓은 덕에 그는 스스로 포용력이 생겼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무슨 얘기인지, 그에 관해 쓴 기사에서 한 대목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포용력이 생기는 건 책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죠. 마이어브릭스 유형지표(MBTI)라는 심리검사가 있습니다. 기업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 검사를 하면 보통 총 16가지 성격 유형 중 7~8개 유형이 나온답니다. 경영진이 바라는 유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안철수연구소에서 해봤더니 14가지 유형이 나왔습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까지 전원 제가 뽑은 사람들이었죠. 조직 경험도 없고 편협하게 전문가로 살아왔지만 제가 특정 유형만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조직의 경쟁력이 구성원의 다양성에서 나오는 시대에 꾸준히 독서한 덕을 보는 셈이죠.”

책을 가리지 않고 정독한다는 안 교수의 독서법을 소개합니다.

첫째, 책을 읽는 시간만큼 생각을 한다. 읽고 나서 생각을 해야 그 내용이 내 것이 된다. 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면 인생을 낭비하는 것일 수도 있다.

둘째, 저자의 생각에 동화되지 않는다. 어느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의 내용과 상충하는 것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는 책을 골라 편식을 해서도 안 된다. 이런 독서는 오히려 독이다. 어떻게 보면 독서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하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시각을 접하라.

셋째, 요약본으로 읽지 않는다. 독서는 책에 담긴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하는 것이다. 책이 요약본보다 두꺼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저자 나름의 치밀한 사고의 프로세스는 요약본엔 담겨 있지 않다. 요약본을 보다 보면 사람도 얄팍해 진다.

이필재 jel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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