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인류
이상희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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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호모 사피엔스|김 진화-관계 &미래> 전시를 통해서 알게 된 이상희 교수님. 

유명 과학잡지의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전시장을 거닐며 전시된 인류의 발자취를 설명해 주시던 내용이 지금은 흐릿해졌지만, 설명해 주시는 교수님의 모습과 성함이 기억 속에 각인되어 선생님의 책을 아이에게 선물하기도 했고, 조금은 인류학이라는 학문에 약간의 관심과 흥미가 생겼었다. '여자' 교수님이 미국에서 학자와 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멋있어 보였고,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반갑게도 이번에 교수님의 에세이 '사소한 인류'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의 저자 이상희 교수님은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서울대학교에서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대학교에서 인류학 석사, 박사 공부를 하였다.  대한민국의 1호 고인류학자로 인류진화를 연구하고, 다양한 독자층을 위한 글과 책을 쓰고 있다. 

대표 저서로< 인류의 기원>이 있으며 이 책은 8개 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어린이를 위한 <이상희 선생님이 들려주는 인류 이야기>를 비롯해 <인류의 진화> 등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책은 에세이이다.  '이상희'라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소한 인류'를 자칭하는 개인의 이야기와 생각들이 담겨 있다. 저자가 어떻게 인류학이라는 학문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는지, 여성, 교수, 이민자, 동양인, 엄마와 딸 등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오며 겪은 일상, 고인류학자로 살아오면서 느낀 소회와 생각, 시각들이 담겨 있다. 


<책 속에서 >

"사냥은 남자가 하고, 도구는 사냥을 위해 만들어지고 쓰였다는 전제는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지만 널리 퍼지고 받아들여져 문장가의 글에 등장해도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식이 되었다. 검증된 적 없는 상상이 이토록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이유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자연스러운 장면인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와 비슷한 풍경이리라." -선사시대의 사내들 中 


"나는 틀에 박힌 여자다움을 모든 여성에게 강제하는 시스템을 거부했어야 했다. 아내가 임신, 출산, 육아를 비롯해 모든 집안일을 도맡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남자들이 만들어낸 '성공적인 커리어' 신화를 거부했어야 했다. ... 나는 충분히 여자다웠다. 여자다움은 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그중 가부장제가 원하는 몇 얼굴만이 여자다움으로 포장되어 왔을 뿐이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모든 여자다움을 인정하기 시작할 때, 우리 사회는 함께 살기 더 좋은 곳이 된다. - 여자답다는 말 中


"분명 칭찬임에도 들었을 때 어딘가 탐탁지 않은, 묘하게 걸리는 느낌이 든다면 무례한 선의일지 모른다. 누군가는 정색하며 불쾌함을 표현하겠지만 누군가는 그저 웃어넘기고 뒤돌아서 복잡해진 감정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쏟을 것이다. 모두가 조금씩만 세심하게 살피고 배려한다면 세상은 조금 덜 복잡해진다. 무례한 선의는 더 이상 선의가 아니다." -무례한 선의 


 

책은 인류학자 이상희 교수님이 학술적인 책에서 담지 못한 개인적인 이야기와 통찰들을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의 치열한 고민들을 마주하면서 만나는 부조리함과 불합리성?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고, 다시 고민하게 한다. 

'사소한 인류'를 대변하는 이상희 선생님의 고민과 일상들을 접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면서, '사소한 인류'인 나의 삶도 되돌아보게 된다. 

책을 통해 과연 너무 멋진 선배, 선생님을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든 영상이든 이상희 교수님의 강의를 더 듣고, 일상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 미자모 서평단으로,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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