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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평점 :

박완서 작가님의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를 만났다.
옛날 집 서가에 꽂혀있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로 처음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철없던 고등학생 시절은 책이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몇 해 전 [박수근 : 봄을 기다리는 나목]이라는 전시를 통해 작가 박완서를 다시 만났다. 박완서는 박수근과의 625전쟁 중 미군 px에서 함께 일하던 짧은 인연이 있었는데, 이후 박수근 유작전 그림으로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 이후 박수근을 모티브로 한 소설 <나목>이 그의 등단작이 된다. 작가가 마흔이 되던 해였다. 어떤 우연들이 만나 역사가 되기도 한다는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작가의 글이 눈과 마음으로 다가온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1977년 초판 출간 이후 절판 없이 꾸준히 발행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라는 이름으로 2002년 세계사에서 재 출간된 책의 전면 개정판이다. 기존의 에세이에 미발행 원고였던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라는 원고를 더해,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라는 에세이를 제목으로 하여 발행되었다. 책은 1970년 작가가 여성동아를 통해 등단 한 이후인 1971년부터 1994년까지의 기간 동안 작가로, 개인으로 이야기하는 솔직하고 담백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글을 통해 그 시대의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통찰, 사람과 자연에 대한 애정, 삶에 대한 태도를 알아간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솔직함에 놀라기도 하면서 동시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내가 살던 동네의 풍경을 그려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와 희망, 진실함을 더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나에게도 작가에게 있는 부산 수녀원의 '언덕방'같은 무언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필요한 것이 알맞게 갖춰져 있고 홀로의 시간이 넉넉히 허락된 편안한 내 방이 언제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아릿한 향수와 깊은 평화를 느낀다... 언제나 갈 수 있고 또 가기를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복도 많다 싶다. "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
"커서 만일 부자가 되더라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반적인 수준에 자기 생활을 조화시킬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부자가 못되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되 인색하지는 않기를. 아는 것이 많되 아는 것이 코끝에 걸려있지 않고 내부에 안정되어 있기를, 무던하기를. 멋쟁이이기를. "
"나는 그가 주저앉는 걸 보면 안 되었다. 나는 그가 주저앉는 걸 봄으로써 내가 주저앉고 말듯한 어떤 미신적인 연대감마저 느끼며 실로 열렬하고도 우렁찬 환영을 했다."
"나는 자식들과의 이런 멀고 가까운 거리를 좋아하고, 가장 멀리, 우주 밖으로 사라진 자식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도 있는 신비 또한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남겨진 자유가 소중하여 그 안에는 자식들도 들이고 싶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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