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원서로 여러 출판사의 책들이 나와 있었지만, 가격이 가장 저렴하고 평들도 대체적으로 좋은 것 같길래 반탐출판사의 것으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표지의 수채화같은 그림은 또 얼마나 사랑스럽고 상큼한가.
그러나, 포장을 뜯고 나온 이 책은 기대 이하였다. 알라딘에 소개되어 있는 판형보다 훨씬 작은데다, 표지의 사랑스러움을 들추고 내지를 보면 회색빛의 재생용지 같은 데에 빽빽하게 글씨가 채워져 있다. 우리나라의 고급스러운 종이질과 선명한 인쇄, 읽기 좋은 글씨크기에 익숙해 있던 분이라면 이 책에 엄청난 실망을 할 듯 싶다. 아마도, 반탐 출판사의 페이퍼백 책은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되기 위해 만들어진 듯하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책을 얼마나 잘 만드는 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책이란건 단지 읽고 버릴 것이 아니라 나중에 또 보게 되고, 늙어서도 젊은 시절의 손 때가 묻은 책을 보면서 그 때의 느낌을 떠올릴 것이 아닌가. 또한, 읽으면서 눈의 피로도도 고려해야 한다. 그럴려면 책의 품질은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 책도 나름대로 장점은 있다. 일단 굉장히 가볍다는 것이다. 300페이지가 넘는데도 손에 들면 새털같이 가벼워서 책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다.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듯. 영어 공부할 목적으로 이 책을 선택하거나, 차 안에서 부담없이 읽을 원서를 찾는 분이라면 이 점은 큰 메리트가 될 것 같다.
또한, 대화체가 많아서 회화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의 품질에 상관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저렴한 가격에 빨강머리 앤 원문을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