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들은 주로 좋은 종이를 썼다는 것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번들번들 윤이 나거나 눈처럼 하얗고 빠당빠당한 종이를 쓰면서 무게와 크기로 위용을 과시하는데 이렇게 하면 책 값은 비싸지겠지만 읽기에는 너무나 부담이 따른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독서 애호가들이 신간을 구매하기를 꺼려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지적한 고급 용지처럼 보이는 그런 종이는 역설적인가 모르지만 서적용으로서는 가장 나쁜 종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게다가 제본도 접착제로 붙이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서 조금 세게 펼치면 쩍 하고 터져서 마침내 책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만다. 가장 고역은 책을 펼치기가 힘드니 읽으려면 여러가지 노력과 힘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엄청난 무게, 때론 쓸데없이 큰 규격...등 등. 실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렇게 여러가지 공정을 거친, 말하자면 고급지를 사용하고 게다가 책의 크기도 어마무시하게 크게 만드니 책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우리 독서 애호가들은 구매 의욕을 잃어버린지 꽤 오래. 이대로 가다간 아마 공부하는 학생의 교과서와 참고서 같은 책이나 겨우 팔릴까 아마 도서 구매 의욕은 전멸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휴대폰이라든지 노트북이라든지는 어떻게 해서든 얇고 가볍게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하늘이 내리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 책만은 왜 이다지도 크고 무겁고 뻣뻣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지의 도서들은 같은 책이라도 다양한 형태로 출판하기 때문에 선택의
범위가 넓다)
딱 한 마디만 더하고 넉두리는 그만하겠다. 결론: 도서용으로 가장 좋은 종이는 신문 용지처럼 부드럽고 번들거리지않는, 예전에 시험지라고 했던 그런 종이다. 어떤 것은 회색을 띄기도 하고 약간 미색을 띄기도 하는데 그 중에서도 얇고 부드러운 종이가 서적용으로서는 최고다. 요즘엔 시험지도 예전보다 훨씬 좋게 만들 수 있지만 예전과 같은 품질이라도 인쇄 기술의 발달로 전혀 문제가 없다. 나의 경우 이런 종이라면 미끈미끈한 지질도 좋지만 투박한 것도 좋아한다. 어쩌면 후자를 더 좋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 번 더 책에 대한 글을 쓴다면 책의 규격과 출판인들이 놓치기 쉬운 작은 배려에 대해서 쓰겠다(쓸데없는 양장본이라든지).
부디 출판인들이 각성하여 읽기 좋고 휴대하기 좋은 책을 만들어 주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