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박완서 소설전집이 새롭게 출판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판본은 절판되고. 1999년에 출판된 것이니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에 나온 전집이다. 세계사의 장편전집도 가지고 있다. 박완서는 내게 한국문학의 시작과 같다.
고등학교때 신문 연재소설로 한수산, 박범신, 최인호 같은 작가들을 접했지만, 대학에 들어가 박완서 소설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한국 여성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은 것이다. 그 전에 신문연재소설이나 김주영 선생님의 대하소설등에서 받은 인상은 남성적 스토리 라인이었다.
그런데 교양국어 교과서에 나온 박완서의 단편소설은 나를 다른 세계로 이끌었다. 그 수업을 진행한 강사는 박사과정 대학원생이었는데, 어쩌면 그토록 강의를 잘 하던지....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그 선생님은 나를 박완서의 문학세계로 이끌었고, 도서관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다.(사회과학 전공인 나는 문학을 그 선생님에게 처음 배웠다) 나는 그곳에서 다른 세상을 만났고, 여성의 삶, 특히 한국여성으로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박완서처럼 한국 여성의 삶에 대해 천착한 작가가 또 있을까. 박경리 선생님과는 또 다르게 박완서 선생님은 생활이라는 작은 역사를 기록하는 작가였다. 전쟁이라는 큰 담론도 선생님의 손에 들어오면 우리의 내밀한 삶이 되었다.
박완서의 소설은 나이들어가면서 더욱 가까이 느껴진다. 단편집을 읽다가 김윤식 선생님이 박완서 샘에 대해 평한 글을 읽고, 가슴이 아렸다.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울림을 주었다.
"묘사란 절대로 남으로 하여금 받아쓰게 할 수 없는 것. 스스로, 직접 써야 하는 것. 그만이 쓸 수 있는 것.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은 소설일 수 없습니다. 소설이란, 오직 쓸 수 있는 것만을 쓰는 것이지요. 순전히 기억력에 의존하는 소설을 고집하는 작가 박완서가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것들입니다." 김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