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의 단편소설 17일간 읽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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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외 7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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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여전히 날개를 펴고 도시를 묵직하게 짓눌렀고, 거리의 가로등은 홍옥처럼 빛을 발했다. 시민들의 일상생활은 짙게 깔린 안개를 뚫고서 도시의 거대한 동맥인 거리를 누비며 계속되었고, 그 소란스러운 생활 소음은 흡사 맹렬한 바람 소리 같았다. 그러나 어터슨 씨의 방은 불빛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풍겼다. 와인의 산미는 진작 풀려 있었는데, 와인의 보라색은 시간 경과 덕분에 색감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마치 채색 유리창에 부딪힌 햇빛이 더욱 은은한 빛을 발하는 것처럼 와인의 빛깔과 색감은 아주 훌륭했다. 뜨거운 가을 오후의 포도밭을 내리쬐는 햇빛에 익은 포도로 만든 와인은 어터슨 씨가 조금전 음울하게 느꼈던 런던의 안개를 사라지게 했고 또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어터슨 씨는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누그러들었다. 47쪽

안뜰은 굉장히 서늘하고 약간은 축축했다. 안뜰에서 바라본 높은 하늘은 해가 져도 여전히 환했지만, 이곳은 벌써부터 어스름이 완연히 깔리기 시작했다. 세 개의 창문 중 가운데 차운이 절반쯤 열려 있었고, 지킬 박사가 그 창가에 가까이 앉아 한없이 슬픈 모습으로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박사의 이런 모습은 흡사 서글픈 죄수와도 같았다. 어터슨씨는 우연히 이런 지킬 박사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니!지킬!"어터슨 씨가 소리쳤다. "괜찮은가?" 57쪽

"세상에!" 몇 번을 이렇게 소리를 질렀는지 모르네. 마치 부활한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을 하고 몸을 떨면서 절반은 기절한 채 손으로 앞ㅇ르 더듬거리고 있던 그자는, 그러니까 내 눈앞에 있던 그자는 바로 헨리 지킬이었네!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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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르데카이, 이 모든 것 덕분에 자네는 글 쓸 시간을 더 갖게 된 거야."
모르데카이가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아. 나는 전혀 글을 쓸 수 없어."
“대체 왜 못 쓴다는 거야?"
“생각할 시간이 없어졌거든."
“뭐가 없어져?” 제가 희미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뭔가를 기다리는 동안, 줄을 서거나 모퉁이에 서 있거나 관공서에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생각을 했었어. 뭐를 쓸지 구상했었다고. 그 시간은 내게 가장 중요한 준비의 시간이었단 말이야."
“난 그런 줄은 몰랐어."
“나도 몰랐어.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지."
제가 말했습니다. “나는 자네가 그렇게 기다리는 시간 동안 노발대발하고 욕을 해대며 속을 태우는 줄로만 알았는데."
“가끔씩 그랬지. 나머지 시간 동안에는 생각을 했어. 우주의 부당함에 대해 욕을 퍼붓는 시간조차 내게는 유용했다고. 덕분에 활력이 솟고 호르몬이 분비되어 혈액 순환이 잘 되었고, 그래서 타자기 앞에 앉으면 자판을 힘껏 쳐대며 그날 쌓인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확 푸는 식으로 말이야. 나는 생각을 통해 지적 동기를 부여를 했고, 분노를 통해 감정적 동기 부여를 했지. 그 두 가지 동기는 내 영혼의 어둡고 지옥 같은 화염 속에서 합쳐져서 훌륭한 글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로 바뀌어 쏟아져 나왔었어. 하지만 지금에 와서 내게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 알아? 보라고!"

<글 쓸 시간>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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