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려고 할 때, 나는 모든 현실적인 재료-그런 게 있다면-를 큰 냄비에 한꺼번에 집어 넣고 원형을 확인할 수 없을 때까지 용해시킨 다음, 그걸 적당한 모양으로 뜯어서 사용한다. 소설이란 건 많든 적든 그런 것이다. 리얼리티라는 것도 그런 것이다. 빵가게의 리얼리티는 빵 속에 존재하는 것이지, 밀가루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9쪽
나는 이런 일련의 문장을-편의상 스케치라 부르기로 하겠다-처음엔 장편에 착수하기 위한 워밍업으로 생각하며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 편 네 편 써나가는 동안 나는 그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들은 `이야기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내게는 기묘한 체험이었다.
내가 스케치에 사용했던 건 그 앙금 같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앙금은 내 의식 밑바닥에서, 어떤 형태를 빌려 이야기될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