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정치적인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읽는다면 아마도 이 글을 깊이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단순하고 적절한 표현으로 독자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이 소설의 배경이 한국이라면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어느 교수가 스캔들로 대학에서 쫓겨나서 딸이 있는 농장으로 간다. 그 딸은 땅을 지키겠다고 땅으로 돌아온 여성. 이미 추락했지만 딸과 함께 땅에서 지낸다면 평화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던 어느날, 침입자가 나타난다. 그 침입자는 잔인한 방식으로 폭행을 저지르고 그 오후의 짧은 시간은 데이비드와 루시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말 그대로 추락을 경험하게 한다.
그리고 그 폭력의 대가를 받아들이고 이겨내고 아프리카 땅을 끝까지 지키려는 딸과 그곳에서 도망치길 바라는 아버지와의 갈등....
왜 이들이 폭력에 대해 민감하며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역사의 보복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남아공에 살지 않는 사람은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겠지만, 어느정도의 스키마를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다.
흑백의 갈등, 남아공에서 오랫동안 행해져왔던 흑인에 대한 폭력...그것이 현재의 백인들에게 보복을 가하고 있다. 돌고 도는 폭력의 고리를 잘 알고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언어의 절약성을 활용한 작가로 아마도 쿳시를 능가할 자는 없을 것 같다. 폭력의 희생물이 되는 장면은 너무도 스피디하고 간결하게 그려져 있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독자들이 상상을 해야할 몫이 더 크다. 첨예한 문제를 부드럽고 간단하게 묘사한 그부분은 작가의 능력을 절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어쨌거나 읽어볼 만한 소설이며, 남아공의 또 다른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나딘 고디머의 <보호주의자>와 비교해볼 때 엄청나게 재미있는 소설이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