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오늘부터 화를 끊기로 했다 -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는 연습
레너드 셰프.수전 에드미스턴 지음, 윤동준 옮김 / 생각의서재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가까운 사람에게 화를 잘 내는 사람이었다. 정작 화를 내야할 상황에서는 화를 내지 못하고 삭이고 있다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버럭 화를 내거나 막말하는 '돌아이' 스타일? 어떤 땐 내 인내심에 스스로 놀랄 정도로 화를 참다가도 어떤 땐 버럭버럭 수시로 화를 내기도 했다. 스스로 화를 주체하지 못해 발을 동동구른 적도 있다. 지금도 버럭 화내는 성격 버리지 못했다. 아직 아이에게 무한한 인내심으로 참고 있지만 신랑이 조금만 내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면 '욱'하고 바로 화를 낸다. 신랑 또한 버럭하는 스타일이라 내 화가 신랑을 화나게하고 우리 둘은 싸운다.
아이도 커가고 이런 패턴을 고치지 않으면 안될 거 같다는 생각에 이책을 펼쳐들었다. 화를 끊어야겠다. 화를 끊으면 화병이 나지 않을까? 쓸데 없는 걱정을 했는데 이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정신건강에 이로울 거 같더라. 화낼 일도 아닌데 화내는 사람들을 위한 분노, 짜증, 스트레스 관리법. 더이상 타인에게 상처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이책은 글쓴이가 나흘간의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받고 스스로 화를 끊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워크샵을 개발해 많은 사람들의 화를 다스린 이야기를 써낸 것이다. 왜 화가 날까? 화에 중독되면 어떻게 되는가? 어떻게 화를 끊을까? 화가 날 때 어떻게 해야하나? 와 같은 이야기를 불교 '선종'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해놨다.
화를 끊는 실천방법도 어렵지 않다. 잠깐 멈춰 서서 내가 왜 화가 나는지 생각해보기. 나의 요구가 중요한지, 정당한지 생각하기. 전형적인 선종의 가르침이다. 화가 나는 순간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 하는 것! 그게 먼저다. 근데 나같은 유형은 그게 안되기 때문에 욱하는 거 아닌가? 내가 '이성적인 인간'이라면 이런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다는 거다. 그걸 못하면 우린 개돼지고...ㅋㅋㅋ
그러니까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자. 신랑이 바지 뒷주머니에 영수증을 넣어둬서 세탁기를 돌리는 바람에 다른 세탁물도 엉망이 되었다. 바지 뒷주머니를 확인하지 않은 내 탓도 있지만 빨래 돌리고 세탁기를 열었을 때 그 깊은 빡침!! 그 화를 어떻게 참으란 말인가? 이책에 따르면 화 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요구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랑에게 바지 주머니에 뭐 좀 넣어두지 말라는 요구가 무시되었기 때문에 화가 나는 거다. 이책은 그 상황에서 화를 먼저 내기 전에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생각하란다.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둔 영수증 때문에 세탁기가 엉망이 된 상황에서 내가 신랑에게 바라는 요구는 무엇인가? 그것을 먼저 생각하라는 거다. 그리고 그 요우가 중요한지, 정당한지를 생각해보라는 거지. 중요하면서도 합리적인 요구라면 신랑에게 화 내는 대신 당당하게 요구하면 될 것이고, 비합리적이거나 불가능한 요구라면 그 요구는 거둬들여야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화는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화를 내면 상처를 입는 첫번 째 사람은 바로 나이며, 바보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래... 화를 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10년 전 한참 불교서적을 탐독할 때가 있었다. 누가 내 종교에 대해 물을 때 불교라고 대답하지는 않지만 합리적인 종교라는 점에서 불교철학이 상당히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화 다스리기' 관련 달라이 라마의 책을 한 두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워낙 오래전 일이라 그 가르침을 잊고 살았는데 이책 덕분에 다시 '화를 다스릴 줄 아는 합리적인 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를 잘 다스리면 부부생활이 편해진다. 행복한 부부생활의 첫번째 비법이 바로 '화 다스리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