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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가와카미 가즈토 지음, 김해용 옮김 / 박하 / 2018년 9월
평점 :
이런 책 어떻게 해야 널리널리 알릴 수 있을까? 이책, 청소년들이 꼭 읽어봤으면 한다. 물론 책을 좋아하는 모두에게도 이책을 추천하지만 청소년들에겐 초초초 강추. 이책을 통해 조류학, 조류학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넘 좋을 거 같다. 더 나아가 특별한 꿈을 갖게 된다면 더더욱 좋을 거 같고.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여동생이 불문학 전공이라 프랑스 어학연수를 1년간 다녀왔더랬다. 당시 프랑스 어학원에는 일본인 학생도 많았는데 그들의 졸업후 하고 싶은 일을 들은 뒤 꽤나 충격을 받았더란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면 일본 학생들은 목표가 다양하더란다. 집 짓는 목수, 곤충학자, 요리사... 등. 특히 곤충학자가 되겠다는 일본인 친구와 여동생이 친해졌는데, 그는 프랑스에 어학을 배우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프랑스에 곤충을 보러온 곤충 덕후였다고. 훗날 여동생이 한국으로 돌아와서 직장 다닐 때, 곤충 덕후 일본인 친구가 한국으로 놀러왔다. 다들 한국을 여행하면 서울을 구경하는데 그의 여행지는 특별했다. 한국 사람도 잘 모르는 외진 곳을 찾아가더니 뭐, 다들 짐작하겠지만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 곤충을 실컷 보고 갔단다. 지금은 일본에서 꽤나 유명한 곤충학자가 되었다는 일본인 이야기. 부러우면 지는 건데 말이다. 늘 말하지만 일본은 참 애정이 안가는 나라지만 이런 덕성?은 참 부럽다랄까? 암튼 그런 덕성이 잼난 조류학자를 탄생시켰는지도 모른다.
이책 들어가는 말... 페이지부터 어찌나 웃기던지. 첫페이지 읽고 이 남자... 친구 삼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더라는. 기회가 된다면 글쓴이가 있다는 오가사와라 제도로 여행을 꼭 가고 싶다. 글쓴이의 개그코드는 이렇다.
- 주먹밥을 먹다 보면 자주 경악하게 된다. 걸핏하면 매실장아찌가 들어 있는 것이다. 매실은 살구와 복숭아의 친구, 틀림없는 과일이다. 과일을 소금에 절여 밥 위에 얹어 먹다니, 비상식에도 정도가 있는 법. 내가 총리가 되면 과일불가침법을 가결하여 매실장아찌를 금지, 과일의 기본적 권리를 지키겠다고 약속한다. 이왕 하는 김에 탕수육에서 파인애플도 제거하자.
이런 식으로 주먹밥과 대화를 나누며 24시간 동안 배를 타고 오가사와라 제도로 향한다. 이것이 나의 일이다.
물론 나는 주먹밥 가게의 후계자는 아니다. 조류학자다. p5
첫페이지부터 강렬한 글쓴이의 투덜댐 등장. 이 사람 이야기라면 끝까지 지루할 틈없이 귀 기울이게 될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 느낌 그대로 책장을 덮을 수 있어서 더욱 행복했고 말이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새' 이야기를 특유의 투덜거림으로 재미를 더했다고 할까? 책 제목처럼 글쓴이는 새와는 아무른 관계도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공원의 비둘기가 산비둘기인지 집비둘기인지도 몰랐다, 애당초 비둘기에 종류가 있다는 것도 몰랐단다. 나보다 더한 사람이었네. 그런 그가 대학생 때 야생 생물을 탐구하는 동아리에 들어갔단다. 자연을 좋아해서 그랬던 건 아니고, 초등학생 시절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감동해서 살짝 오타쿠를 동경했던 것.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쌍앙경을 건네 받아 새를 보았고, 그렇게 수동적으로 조류학의 길을 걷기 시작했단다.
이책은 조류와 조류학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 담긴 글쓴이의 경험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삶을 대하는 그의 부정적이면서도 긍정적인 태도가 꽤나 와 닿는다. 조류학의 세계에 몸담았을 즈음 갈등이 하나 있었단다. 퇴직하기까지 30년 이상, 과연 아이디어가 고갈되는 일 없이 계속 연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부딪힌것. 이때 그는 이 한 마디로 이문제를 해결했다. 남 탓을 하면 되겠더라고...하하하... 이런 조류학자 친구... 가까이에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책읽기의 매력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나의 현실 인간관계는 너무나 좁디좁지만, 책을 통해 전세계 사는 독특한 친구를 두루 사귈 수 있다는 거다. 투덜쟁이 새덕후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이책 꼭 읽어보시길. 아오... 냄비같은 나는... 이책 읽으며 성능 좋은 쌍안경 하나 사야겠네... 이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