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세트 - 전2권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이승수 옮김 / 서교출판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읽은건 그러니까 언제냐...내가 성당에 열심히 다녔을 때이니 아무리아무리 최근으로 잡아도 91년일거고, 아마 그 전일 거라고 생각이 든다. (물론, 정확히 '이 책'을 읽은게 아니라, 이제는 절판된, 출판사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맘때쯤 나온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을 말하는 거다.) 열심히 다니던 성당에서 미사보러 갈 때마다 놓여있던 신문 비스무레한 찌라시(?)에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이라는 제목의 4컷 만화가 실려 있었고, 거기에 나오는 빼뽀네라는 무지 이상한 이름의 등장인물에 도대체 이건 뭔가- 하고 의아해할 무렵, <돈 까밀로와 빼뽀네> 라는 책이 있다는걸 당시 우연히 알게 되었고, 냉큼 샀었다...(그때 기껏해야 초등 고학년 내지는 중학생이었을텐데...돈이 어디서 났을까...???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군...)

한 권을 읽고, 너무나 재미있어서, 또 한 권을 샀고, 역시나 재미있어서, 그때까지 나온 시리즈 다섯 권을 모두 샀다. ( 그 다섯 권, 지금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가 없다. 애석하게도, 여러 번의 이사중에 사라진 듯 하다...권마다 색깔이 다른,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로서는 상당히 괜찮은 책이었는데...)

그래서 나에게는, 이탈리아 작가 내지는 소설 하면 움베르토 에코보다는 '신부님' 시리즈가 먼저 생각이 나고, 뽀 강이 먼저 생각나버린다.

기억 속에서만 자리잡고 있던 책이, 재출간된걸 보고, 냉큼 사버렸고, 다시 읽으면서도 여전히 데굴데굴 구르면서 봤다. 신부님은 여전히 깡패같았지만 존경스러웠고, 빼뽀네는 여전히 불한당이지만 순진하고 착한 읍장이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예수님'이 있다. 그들이 자리잡은 마을은 늘상 싸우는 사람들로 가득찼지만, 세상에 이런 마을이 어디 있어 할만큼 오히려 동화 속에 나오는 마을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람들로 가득찬 마을이기도 했다.

서로의 사상이 어떻고 이념이 어떻고 종교가 어떻든간에, 결국에는 서로를 배려하고 감싸안는 사람들의 모습을, 작가는 목소리를 높여 얘기하지도 않고, 진지한 척 심각한 척 하지도 않으며, 매우 따뜻하지만 눈물을 쥐어짜지도 않으며, 이리도 유쾌하게 풀어놨다. 개그 프로에 나오는 것과 같은 파안대소를 할 수 있는 웃음은 없지만, 낄낄거리면서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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