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읽어주는 여자라는 제목에서 기대했던 나는 당연히 명작의 그림이 나오고, 그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설명이 나올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림을 읽어준 다기 보다. 그 그림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수필과 같았다. 그림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얻고자 했던나는 약간 당황 스러웠다. 물론 책에 나오는 그림도 꽤나 마음에 드는 작품들도 있었고,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도 약간 호감이 가는 이야기 였던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예술책이기 보다 수필에 가까운것같다. 처음 보는 그림들도, 눈에 익숙해진 그림들도, 이 책에서 보니 왠지 새로운 느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 그때 상황에 맞는 그림이다 보니 글을 읽는 재미도,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왠지 이책은 미술책이라기엔 뭔가 개인적이고,뭔가 부족한 감이 있는것같다.
오페라를 보면 음악에서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없었던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채울 수 있어서 좋다. 음악에서 부족한 부분을 이야기가 채워주고 이야기 에서 부족한 부분은 음악에서 채워준다. 거기에 배우들의 연기와 무대, 조명 까지 한데 이루어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어 내고, 그걸 보는게 오페라를 보는 즐거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오페라 읽어주는 남자' 꽤 인기를 끈 책이었는데 이제야 읽어보았다. 이 책을 읽고나서 드는 기분은 '오페라를 읽을 수 있구나~~' 라는 느낌이었다. 딱딱한 소설 책을 읽는게 아니라 정말 누군가가 옆에서 오페라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는 듯이 편하고 쉽게 읽을수 있는 책이었다.특히 이 책은 '사랑' 을 주제로 한 오페라의 이야기 만을 모아놨다. 너무 편중되있지 않나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사랑이라는것은 모든 사람이 쉽게 관심을 가지고, 또 동감할수 있는 이야기 이기 때문에 오페라를 어려워 하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또한 이야기 중간중간에 눈에 확 띄도록 해놓은 큰 글씨들과, 각장면 사진들 그림들 그 작품에 대한 이미지를 쉽게 생각해 낼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왠지 이 책을 보고나니, 오페라 한 편이라도 보고싶어진다. 눈으로 읽은 오페라와 보는 오페라는 다르니까. 참 그리고 뒤에 추천 음반이 있던데 그것도 한번 구해서 들어봐야겠다. 오페라를 쉽게 다가서고, 오페라를 읽는단 기분 이 책은 그래서 좋은것 같다.
한 작가가 좋아버리면 그 작가의 소설을 다 읽어 버리고야 마는 나는 오늘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치의 마지막 연인' 이란 책을 집어들었다. 빨간 표지가 왠지 연애소설임을 팍팍 풍기는 듯한 그런 느낌의 책이었다. '하치' 라 하면 어느 책에선가 나오는 강아지'하치' 나 , 나나 란 만화책에서 나오는 나나의 별명 '하치'가 떠올라 왠지 귀여운 주인공이 등장 할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의 하치는 멋진 남자였다.운명적 사랑을 믿는가? 이 책은 나에게 운명적 사랑을 믿도록 하고 있다. 할머니의 유언에 모우짱이 '하치'를 만난다는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는 그런 유언은 모두 맞아 떨어졌다. 신흥 종교라든지 약간 비일상적인 이야기도 들어가있지만 모두 할머니, 그리고 유언을 위한 장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운명은 내가 개척하는 것이라고 믿는 나에게는 모우짱이 하치를 만나지 않고 그림을 그리지 않고 살아가길 은근히 바랬다. 하지만 모우짱은 할머니의 유언대로 그림을 그리고 하치와 함께 살아간다.끝이 있다는것은 얼마나 아름다운일인가! 하치와 모우가 함께할수 있는 시간이 영원했다면 - 아마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고요하고 평화롭고 사랑으로 가득찬 그들의 생활속에는 깊이 '이별' 이라는 코드가 이미 배어있다. '하치의 마지막 연인' 이기 때문에 오는 이별, 그렇기 때문에 하치가 떠나도 생각할수 있는 ...모우는 하치를 통해서 세상을 알게된다.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생활들, 그림이라는 자신의 길을 찾게 된다. 마치 '티티새' 에 나오는 츠구미가 사랑을 통해 세상을 다시 바라보듯 말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의 특징 같다. 사랑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수 있다는 건 말이다.이 책은 '하치의 마지막 연인' 이지 '모우의 마지막 연인' 은 아니다. 그러므로 모우는 언젠간 또다른 사람을 만나고 사랑할지 모른다. 하지만 하치란 사람, 모우의 기억속에 언제나 뜨거운 여름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사랑이란 그런거니까...
박완서 님의 소설에 보면 과거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처음이야기 <옛날의 사금파리> 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예쁜 삽화와 동화 처럼 띄엄띄엄한 글씨들이 날 또다시 이야기로 빠지게 하였다. 나는 태어나기도 전의 일, 그래서 마치 만들어 낸 이야기처럼 신기하기만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존재하는일. 옛날 이야기를 보는 기분이랄까. 마치 신기하기만 한 일들이 말이다. 하지만 정말 동화같은건 그 다음 이야기 들 이었다.'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에서는 새 생명의 탄생을 통해 가족으로 그리고 사회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당연한 일인거 같으면서도 우리는 알지 못했던것을 이야기로 써내다니.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쟁이들만 사는 동네' 이 이야기를 보면서 '감동이란건 이런걸까?' 라고 느꼈다. 아름다운 이야기인데 너무 슬픈이야기. 내 감정을 더 힘을 실어주는건, 책의 예쁜 삽화들... '다이아몬드' 언젠간 들은 이야기 같은데 이 책을 보니 새롭게 느껴지는.. 인간의 욕심의 끝으 어디인지 모르겠다. 다이아몬드 가공을 한건 좋은일이지만, 그 것또한 욕심이 욕심을 불러오고 욕심이 만들어낸 - 하지만 그 속에 행복은 없는.. 슬픈일이다.이 책을 읽으면서 아! 동화구나 ^^ 라고 느낄수 있었다. 동화라 함은 뭔가 교훈을 받으면서 생각을 넓게해주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니까.
언젠간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따뜻해. 라고 말한적이 있는것같다. 하지만 하드 보일드 하드 럭에서 느낀 느낌은 습습하고 신비로운 안개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죽음' 이란. 언제나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멀리하고싶은 조금은 어려운 소재이다. 그 주제를 두편의 중편소설로 잘 풀어나간 요시모토 바나나 ... '많은 일이 있겠지. 하지만 자기를 질책하면 안 돼. 하드보일드하게 사는 거야. 어떤 일이 있어도, 보란 듯이 뽐내면서.' 라고 말하는 치즈루의 말이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다. 하드 보일드... 치즈루는 자기 세상끝을 보아버린것일까? 마치 저 말투에서 어떤 끝을 예감할수있었다. 치즈루의 기일날 그녀가 느낀 신기한 일들.. 꿈에 나타난 치즈루가말한다. 이상한일은 오늘뿐이라고... 하지만 내게 소설 전체에 일어난 치즈루와 그녀의 만남부터 그녀의 기일 그날 까지 이상하게 느껴진건 왜일까. 비상식적인 이야기라 그런지... '하드럭..' 하드 보일드가 신비롭다는 느낌이었다면. 하드럭은 슬펐다. 하지만 그다지 우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 주인공이 말하는 초기상황 - 언니가 쓰러져버렸을 때, 라면 우울했겠지.. 라고 조용히 생각해본다. 어느정도 언니의 죽음을 받아들어버린 주인공.. 아마 받아들이긴 힘들었겠지만, 받아들인 그녀 그리고 사랑에 눈을 떠버린... 죽음이란 그런걸까. 산사람이 있으면 죽은 사람도 있는.. 각자 살아갈 길을 살아가는...그런...하드 보일드 하드 럭 한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