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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람 24
타카하시 신 지음 / 세주문화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읽었던 때는 세상살이가 어찌나 재미없던지 만화 속으로 현실도피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날마다 만화의 재미에 빠져 좀 더 재미있는 작품을 찾기 위해 헤매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너무나 의미심장한 책 제목이 눈에 들어온 것. '좋은 사람'이라니? 대체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집어든 책 표지에는 눈이 없는 것 같은, 그래서 인상 좋아 보이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시골에서 상경한 유지, 너무나도 순박하고 마음 따스한 그는, 눈이 없는 대신(?)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험악한 사람이라도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면 마음이 통한다는 그.
마치 그 생각을 입증이라도 하는 듯한 그의 삶이 가슴을 콕콕 찔러왔다. 자기 주위에 벽을 두르고 사는, 상처 입기 싫어하는 인간에게 그가 던지는 메시지가 심금을 울릴 지경이었다. 이런... 내게도 벽이 있는 건가... 신파극도 아니고, 간절히 호소하는 패턴도 아닌데 어찌 그리 마음에 파고드는지.
어리숙하고 항상 손해만 보는 타입이라, 현실 세계에서는 당연히 바보 취급 당할 것이고, 작품 속에서도 무수히 바보 취급 당한 그이다. 하지만 그는 항상 진심을 다해 사람을 대하고, 자신이 믿는 것을 굽히지 않았다. 게다가 항상 열정이 가득 넘쳐 환히 빛났고, 그 열기는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다 '업그레이드'시켜버리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정말 한 마디로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그가 뿌려놓은 밝음의 빛에 얼마나 많은 등장인물들이 구원받았을까. 벚꽃놀이 에피소드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 ^^;;
그 밖에 또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따스함을 얻었을까. 요즘은 좋은 사람이라거나 착한 사람이란 말이 왠지 '너 바보 같애'라는 말로 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면 꼭 한 마디 해주고 싶다. '당신 정말 좋은 사람이야' 라고.
번역도 수준 높아서 정말 읽을 만한 애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