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로 유명한 이오덕 선생과 권정생 선생이 1973년 1월, 서로 알게된 후 30여년간 편지를 주고 받은 것을 시간 순으로 적었다. 최근 1년간 편지를 쓰거나 받은 적이 있으신지? 편지를 주고 받는 시대에는 '어린왕자'의 여우가 말한 것 같은 기다림의 미학이 있었다. 글을 쓰고, 그에 대한 답변을 2~3일 기다린다는 것은 카카오톡과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쉽지 않고, 어색한 일일 것이다. 못참을 것이다.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권정생 작가는 일본에서 태어나 혈혈단신으로 아버지가 살던 경북 안동으로 와서 교회 단칸방에 얹혀 살며, 종지기로 일하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스무살 무렵부터 결핵을 앓았고, 그 외에도 장기 기능이 좋지 않아 호스로 연결된 오줌 주머니를 차고 살았다. 그래서, 어디에 이동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수시로 몸이 아플 때는 하루 종일, 또는 한 달 내내 앓았다. 지인들은 있었으나, 돌봐주는 가족은 없었다. 아마 임종시에도 혼자 돌아가셨을 것 같다. 그래서, 처음 주고받은 편지부터 그들은 서로의 건강을 챙긴다. 특히, 이오덕 작가의 인사말의 대부분은 권정생 작가의 건강에 대한 걱정으로 시작한다.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그토록 서로의 건강과 안부를 챙기셨던 두 분은 지금 모두 고인이 되셨지만, 그들이 주고 받은 30년 넘는 기간동안의 속깊은 교제는 책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동문학가 이기 때문이었는지, 그들의 대화는 순수하고, 이상적이며, 전쟁과 독재자를 싫어하고 평화를 지향한다. 물질만능주의로 문학계와 세상이 변해가는 것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들의 가치관이 명확히 드러난다.
타고난 업보와 같은 결핵환자로, 혼자 쓸쓸이 살았기에 권정생 작가가 쓴 마지막 편지이자 유언장이 가장 심금을 울린다. 스마트폰 시대이기에 검색하면 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체 편지 중 한 장을 읽으라면 이 편지를 읽기를 권한다.
📝 Quote
- 서울근처에 가면 글을 발표할 수 있는 여건은 좋아지겠지만 손해볼 것 같습니다. 우선 건강이 견뎌내지 못할 테고, 그 분위기에서 글이 써질 것 같지 않습니다.
- 선생님, 어머니께서 생전에 하시는 말씀이 항상 사는 데까지 살자' 하셨던 게 많은 위로가 됩니다.
혼자 있으니까 울고 싶을 때 실컷 웁니다.
선생님도 힘을 내세요.
1984년 3월 19일
정생 올림
- 꼭 갈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하겠습니다
-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스물다섯 살 때 스물두 살이나 스물세 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2005년 5월 1일, 쓴 사람 권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