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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전 아이가 하는 말 - 아이가 보내는 아홉 가지 감정 신호
폴 C. 홀링어, 칼리아 도너 지음, 이경아 옮김 / 우리가 / 2011년 12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표지에 그려져 있는 다양한 표정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각각의 표정들과 함께 적힌 다양한 감정의 단어들이 눈에 띠었다. 흥미, 즐거움, 놀라움, 스트레스, 분노, 두려움, 수치심, 역겨움, 악취 혐오. 다양한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들이었다. 그래서 인지 제목보다도 ‘아이가 보내는 아홉 가지 감정 신호’라는 부제가 더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아이가 보내는 감정들 중에서 역겨움, 악취 혐오가 있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오히려 아이한테 많이 받는 느낌인 슬픔이나 속상함 같은 감정은 없고 말이다. 그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는데, 사실 책 제목에 그 답이 그대로 적혀있었다. 이 책은 아직 말을 하기 전인 아기들이 전하는 말인 감정 표현을 아홉 가지의 신호로 구분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 책을 집으면서 기대했던 아이들의 감정 표현에 대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아기들의 감정 표현 방법은 아이들의 감정 표현을 이해하는데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특히 아이들의 분노에 대한 감정에 있어서는 아기들이나 지금 우리의 아이들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어른인 나에게 있어서도 말이다. 분노, 화라는 감정은 정말 다루기 힘든 감정 중의 하나인 듯하다. 그런데 종종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에게 어른인 나도 잘 못하는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한다고 너무 혼내고 엄하게 다루는 것은 아닌가 싶다.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은 어른인 나도 어려운데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이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이런 당연한 사실을 잊고 우리 아이들한테 너무 완벽한 기준을 내세웠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만약 아이가 보여준 분노 신호에 당신이 덩달아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면, 아이는 그것이 적절한 반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분노가 더 큰 분노를 부르는 모습을 학습하는 것이다. 결과는 어떨까? 아이는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점점 더 흥분하게 된다.
다양한 감정을 차분하고 편안하게 표현할 줄 아는 부모가 자녀에게 감정 조절을 더 잘 가르친다. 이런 장면을 상상해보라.
- <말하기 전 아이가 하는 날> p48 중에서 -
아이 행동을 바로잡기 위한 수단으로 꾸지람이나 체벌에 의지하는 사람은, 실은 달리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점만 말하고자 한다. 자녀와의 충돌을 해결하는 방법이 체벌이나 비난밖에 업는지 심각하게 고민하라. 두려움이나 수치심을 주는 방법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이도, 아이와의 관계도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 <말하기 전 아이가 하는 날> p51 중에서 -
조만간 아기는 상상도 못 할 좌절과 상처를 경험할 것이다. 그러니 부모가 먼저 그런 고통을 줘서도 안 되며, 줄 필요도 없다. 다음과 같은 말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얘야, 너도 이제부터 이런 일을 알아야 할 거야. 인생이란 늘 행복하지만은 않아. 가끔은 무척 힘이 들 때도 있단다.”
인생의 고난과 역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는 대신 있는 그대로 알려주는 부모의 이런 말은 아이에게 달가울 리가 없다. 강인하고, 유쾌하고, 낙천적인 아이는 부모가 불행과 좌절을 막아주는 벽이 되고,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도록 격려해주는 가정에서 나온다. 진정한 힘은 자신의 능력과 자신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에서 나온다. 이 두 자질은 아이에게 모든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게 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때 활짝 꽃을 피운다.
- <말하기 전 아이가 하는 날> p52 중에서 -
부모와 아이가 이렇게 소통의 조화를 이루면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점이 이다. 아기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하는 마음을 배운다. 이런 능력이야말로 아이가 훗날 완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간혹 아기가 지나칠 정도로 감정을 드러내거나 어른의 환심을 사려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이런 현상은 보살핌과 감정적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기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하면 관심과 배려를 받고 싶은 아이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해주지 않은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 <말하기 전 아이가 하는 날> p67 중에서 -
이미 첫째가 여섯 살, 둘째가 다섯 살이 된 나에게 이 책은 너무 많이 늦게 읽은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우리 아이들의 감정 표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예의범절을 중시한다는 이유로 우리 아이들의 감정 표현을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엄하게만 대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데,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아직 어린 아이에게 지나친 잣대를 들이민 것은 아닌가 싶었다. 특히 책에서 ‘강인하고, 유쾌하고, 낙천적인 아이는 부모가 불행과 좌절을 막아주는 벽이 되고,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도록 격려해주는 가정에서 나온다.’라는 대목을 읽을 때 과연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이었는지 돌아보게 했다. 내가 나를 돌아보더라도 나는 아이들이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도록 격려해주는 부모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하다가도 가끔씩 아이들을 보면서 대체 왜 그럴까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쩌면 아이들의 그러한 행동들이 나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육아에 대해 알아 가면 알아 갈수록 아이들에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는 진리를 점점 더 가슴 깊이 깨달아가는 중이지만, 아이들의 모습이 곧 내 모습이고 아이들의 이해 못할 행동 또한 곧 나로 인한 행동들이라는 것은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행동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기에 나는 그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보인 행동들을 다시 되짚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어떤 부모였는지 알게 되었고, 아이들만의 행동으로 여겼던 것들에서 내 행동을 찾게 되었다.
아이가 부모를 닮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아동기가 끝나도 계속된다. 그러므로 그 마음을 잘 활용하면 아이가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십 대 아이에게 절제와 책임감 있는 행동, 타인의 건강을 배려하는 마음, 타인의 생각과 타인에 대한 관심, 이 모두를 가장 잘 가르치고 싶다면, 말보다 직접 행동으로 보여줘라. 특히 어릴 때부터 좋은 본보기를 통해 뭔가를 배우는 데 익숙한 아이라면 더욱 잘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아이가 부모를 따라 현명하게 행동하거나 충동을 억제하는 법을 쉽게 배운다는 말은 아니다. 십 대의 행동은 대부분 자립하려는 욕망과 부모와 가까워지려는 욕망 사이를 방황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역할 모델이다. 그러므로 이 점을 잘 활용하면 아이와 당신 모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말하기 전 아이가 하는 날> p103 중에서 -
장기적으로도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처해주면 아이에게 여러 면으로 좋은 영향이 미친다. 아이는 긴장조절력을 배운다. 지금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면 언젠가는 혼자서도 자기 마음을 달랠 수 있다. 낙천적인 마음과 회복력도 커진다. 아기의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반응해주면 아기는 세상이 좋은 곳이라는 안정감을 얻는다. 아기는 이렇게 느낀다.
“난 안전해. 이곳은 무섭지 않아. 내가 필요한 걸 알고 도와줄 거야.”
이런 분위기에서 아이의 유능감이 자란다. 즉, 아기는 자기의 감정이 진실이며 타당하다고 느낀다. 자신이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면 아이는 자신의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이 모두가 결국 아기의 건강한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아기가 심심해하거나, 뭔가를 잃어버렸거나, 아파할 때 관심을 기울여라. 그런 당신에게서 아이는 이런 메시지를 읽는다.
“네 감정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한단다. 그러니까 당연히 네 마음을 이해하고 네 기분을 더 좋게 하려고 애쓰는 거야.”
- <말하기 전 아이가 하는 날> p209 중에서 -
아이의 분노를 다스리려면 우선 당신의 감정부터 다스려야 한다. 분노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감정이다. 화는 화를 부른다. 그래서 아이가 화를 내면 부모도 덩달아 화를 내기 쉽다. 분노에 분노로 답하는 것이다. 부모는 종종 분노가 특별한 자극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거나, 스트레스의 외침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의 분노를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여 자신을 방어하는 데만 온 신경을 쓴다. 하지만 분노를 터뜨리는 아이를 대할 때 자신의 분노를 잘 다스리면, 분노를 인정하고,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 하고, 감정을 자제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아이는 긍정적인 변화를 예감한다. 아이는 통제력을 잃고 야단법석을 부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서서히 자신의 감정을 다독이고 긴장조절력을 키운다.
- <말하기 전 아이가 하는 날> p218 중에서 -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불을 끄려면 기름이 아니라 물을 부어야 한다. 단, 그 자리를 떠나기 전에 당신의 감정과 상황을 잘 설명해줘야 한다.
“있잖아. 엄마는 지금 너무 화가 나서 이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고 싶구나. 그렇다고 널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야. 이런 행동에 화가 났는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지 잘 모르겠어. 잠시 머리를 식히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말이나 행동을 할 것 같아.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단다.”
- <말하기 전 아이가 하는 날> p219 중에서 -
훈육이란 뭔가를 주입하는 것이 아닌 아이가 긴장을 조절하고 세상을 알아가는 일종의 과정이다. 이런 과정에서 겉으로 보이는 행동뿐 아니라 내면의 감정도 똑같이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감정이 행동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 <말하기 전 아이가 하는 날> p273 중에서 -
이 책의 제목을 잘못 이해한 관계로 사실 조금 읽다가 그만 읽으려고도 했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읽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에서 주는 좋은 메시지들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분노라는 감정에 대한 것은 나를 많이 돌아보게 했다. 아이들의 분노에 분노로 답을 하고, 불을 끄기 위해 물이 아닌 기름을 부었던 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아이들이 분노를 잘 다스리길 바라면서 정작 아이들 앞에서 분노를 잘 다스리지 못했던 나 또한 말이다. 그런 나를 돌아보며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아이들에게는 똑바로 걸으라고 혼내면서 정작 나는 옆으로 걷고 있는 어미 게였구나 싶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부모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을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는 정말 쉬운 진리, 하지만 실제로 지키기에는 정말 정말 어려운 방법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내가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지금 조금 힘든 것이 나중에 오래 힘든 것보다 낫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운 선배 엄마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아이들한테 어릴 때 한 것은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었을 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고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는 아이들이 부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고 같이 있으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자랐을 때 아이들과 대화를 잘 나누고 싶고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면 지금 조금 힘들더라도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하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조금 힘들더라도 아이들에게 분노를 비롯한 여러 감정들을 잘 조절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의 그런 모습을 보고 배우며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알아갈 것이다. 분노라는 감정은 나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갖는 여러 감정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분노는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절하고 잘 표현하는 것이 필요할 뿐이니 말이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