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산책 1970년대편 3 - 평화시장에서 궁정동까지 한국 현대사 산책 1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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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쉬운 이야기를 어렵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하는 사람이 있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하는 것이 사실은 가장 고수일텐데, 이렇게 따지면, 강준만 교수는 고수 중의 고수가 틀림없다. 그는 본의든 아니든, 두 명의 대통령의 당선에 한 몫을 담당했다. '김대중 죽이기'로 김대중을 적극 옹호해서, 정권 교체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했고,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으로 잊혀져가던 노무현의 진가를 알리고, 노풍의 디딤돌이 되었다.

기본적으로는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의 개혁을 선두에 앞세우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일련의 정치적 사회적 발언들을 쏟아내며, 무수히 많은 저작을 남긴 그를 어떤 사람은 잡글만 쓰는 글쟁이로 폄하할지도 모르지만, 그가 쓴 책 중에, '대중매체 이론과 사상'이란 교과서와 '콜럼버스에서 후지모리까지'라는 중남미 관련 책까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가 단순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글쟁이가 아니라, 매우 성실한 학자임은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강준만의 성실성이 빛나는 책이 또 하나 나왔다. '한국 현대사 산책 1970년대편 평화시장에서 궁정동까지'

이 책은 모두 세 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실상 한 권으로 봐야하며, 1970년부터 1979년까지 10년을 모두 10장으로 나누어 편년체 형식으로 기술하고 있다. 각 년도에 일어난 주요 사건들을 기술하고, 현재까지의 해석을 덧붙인 이 책은 1970년를 일별하는데, 가장 중요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특히나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가 유신을 선포하면서 사실상 1970년대는 유신의 시대, 긴급조치의 시대로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1970년대의 다른 이름, 유신시대의 초상화로 불러도 될 것이다.

이 책은 현재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대표하는 족벌언론, 재벌, 지역주의, 노사갈등, 천민자본주의, 농촌문제, 정치모리배, 국정원, 기지촌과 같은 각종 문제들의 뿌리가 다름아닌 유신 시대임을 명확히 밝힌다. 또한, 사회적 변화 과정이 단순히 정치적 격변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라는 물적 토대의 변화와 민중이라 일컫는 일반 국민의 순응 또한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또한 드러난다. 현대사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읽어야만할 교과서라 할 만하다.

'권력의 무서움은 사회의 곳곳에 스며들어 저 후쿠자와 유키지가 100년 전에 일본 사람을 비판하면서 말한 것처럼 정치적으로는 노예적인 품성을 갖되, 비정치적인 영역에서 소비와 향락으로 그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행동 양식을 구조화하였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존재하는 유일한 도덕률과 철학은 '몸조심'의 철학, '중간에 서기(튀지 않기)'의 철학이다. 입시의 중압감에서 해방된 대학생이 부모로부터 배우는 유일한 가르침은 바로 '몸조심, '중간에 서기'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힘있는 사회 교육이고, 한국적 인간의 재생산 기제이다.'
- 3권, 316페이지, 김동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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