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이에요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91
엘리자베스 헬란 라슨 지음, 마린 슈나이더 그림, 장미경 옮김 / 마루벌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시골에 아이들과 살다보니 자주 보는 분들이 다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아요

요즘 시골의 연령층이 젋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도시보다는 연세드신분들이 많은데요

그만큼 또 돌아가시는 분들도 도시보다는 자주 볼 수있는것 같아요

동네에 시댁 일가 친척들도 많고 육촌 팔촌까지도 가까이에 있기에 아이들은 자연스레 그런 상황을 많이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죽음이라는 단어가 무섭기도 하지만 오히려 자주 봐서 그런지 담담하기도 했어요

죽음이란 도대체 무언지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드리고 있는지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죽음이라는것에 관한 책들 중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이 있다면 읽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마루벌 출판사에서 출간된 나는 죽음이에요 책을 만났는데

하~ 뭐 이런 책이 다있지? 라는 생각을 했어요

책소개 동영상을 보는데 죽음이 이토록 감성적인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죽음이라는것에 대해서 죽음의 1인칭 시점에서 바라보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이야기가 상당히 감성적이고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웠어요

그래서 아이랑 몇번이고 읽어보게 되었어요

특히나 아이가 좋아한 글귀는

나는 죽음이에요 이 제목 자체였어요

나는 죽음이에요, 내가 죽음이라고 알려주는 이 한마디가 아이의 가슴에 확 와닿은것 같았어요

그래, 죽음이 우리 곁에 있다면 그렇게 이야기할것만 같았거든요

안녕 난 죽음이야..

다른 시각에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

죽음이 우리곁에 있지만 항상 회피하고 무섭게만 느꼈는데 죽음은 곧 삶과 함께이고 사랑과 함께이고 우리와 함께일 뿐이라는거..

죽음이 나빠서가 아니라 삶이 그렇듯 죽음은 그저 죽음였을 뿐이더라고요..

약간 철학적이면서도 아이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였어요..하나의 작품 같은 그림들로 인해서 죽음과 삶의 이야기가

더 가슴속에 남는것 같았네요


원서의 느낌은 어떤건지 궁금해진 책 중에 하나였어요

번역을 하면서 더 감성적이 된건지.. 원서에서는 어떤식으로 시작하는지..매우 궁금하더라고요



나는 죽음이에요
삶이 삶인것 처럼
죽음은 그냥 죽음이지요

나는 부드러운 털을 가진 작은 동물에게도
긴 코를 가진 코끼리에게도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동물에게도
모두 찾아가요

나는 새들이 눈 뜨기전
아침 일찍 찾아가기도 하고
태양이 하늘 아래로 사라진 후 늦게 찾아가기도 해요

어떤 사람들은 내가 다가오는것을
보기 위해 불을 밝히고
다른 사람들은 내가 지나가기를 바라며
문을 닫아요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나는 더욱 힘껏 두드려야 해요
누구도 나를 피해 숨을 수는 없어요

나는 오래 살아 주름이 많은 사람들을
자주 찾아가요
오래 산 사람들의 삶은 신비로움으로 가득해요
마치 맛있는 음식이 가득 찬 것 처럼 말이에요
함께 하기 위해 부축해주면
그들은 나를 잡고 한발 한발 겨우 걸어요

나는 한곳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찾아 갈 때도 있어요
서로 어깨를 맞대고 둥글게 서면
나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환하게 길을 밝혀요

손에 손을 맞잡은 우리는
말없이 하나가 되어 천천히 움직이지요

가끔은  솜털같이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가진
작고 따뜻한 아이들의 손을 잡기도 해요
한걸음씩 함께 걸을 때면
아이들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나를 바라봐요
어떤 아이는 자랑스럽게 휘파람을 불며날 쳐다보고요
다른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토끼처럼 깡충거려요

걸을 수 없는 아이는 가슴에 꼭 안고 가야해요
부드럽고 달콤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말이에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뱃속의 생명을 찾아 갈 때도 있어요
내가 나비와 민들레 와 나무들
눈송이와 맨발로 해안가를 첨벙거리며 뛰어노는것
그리고 서로서로 가슴으로 사랑하며 사는 법을 이야기해주면
반짝반짝 빛나는 눈망울로 이미 알고 있다는듯
나를 바라보곤 해요

(중략)

삶과 나는 하나예요
삶과 나는 모든 생명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지요
삶과 나는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가까운곳에 늘 함께있어요

나는 죽음이에요
삶과 하나이고
사랑과 하나이고
바로 당신과 하나랍니다..


죽음이라는것이 나와 하나라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요?

당연히 죽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리 감성적인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것 같아요

책을 보면서 삶이나 죽음이나 다 나와 함께하는 거 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뭔가 만감이 교차하는듯한 기분이였어요

머리로는 알겠지만 그 느낌을 글로 뭐라고 딱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웠어요


어린아이곁에도 있고,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도 찾아가는 죽음

자신도 그걸 원하진 않겠지만 새로 태어나는 것들의 자리를 만들어주기위해서 어쩔수없는거겠죠..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수있는 책이여서 많은 분들이 읽어보면 좋을것 같았어요

아이 그림책이지만 사실 이 책은 엄마인 제가 읽어도 뭔가 마음이 꿈틀꿈틀 움직이기에.. 다른 분들도 분명 책을 읽고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릴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아직도 죽음이라는것에 대해 딱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그저 늘 우리 곁에 있다는것만은 확실하네요

그걸 기분좋게 생각해야할지 슬프게 생각해야할지 헷갈리긴 하지만요..


우리 아이들은 과연 이책을 읽고 어떻게 죽음을 떠올릴까요?

아직은 잘모르겠다고 하는 아이가 곧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었을때 제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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