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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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 - 옌롄커 중편집

연월일
바러우 산맥에 기대 사는 산골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흉작이 들어서다. 비가 내리지 않아 작물이 모두 타죽고, 땅이 갈라져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면서, 주민들은 바러우 산맥을 넘어 흉년을 피할 도시로 떠났다.
셴할아버지는 혼자 마을에 남아 어떻게든 옥수수를 지키려 한다. 눈 먼 개와 셴할아버지는 텅 빈 마을에서 식량을 구하려는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쥐구멍을 파내 쥐들이 모아 놓은 옥수수 알갱이를 찾아 먹다가, 옥수수 알갱이를 으깨 쥐를 잡아 먹으며 옥수수를 지키는 셴할아버지는, 중국 민중의 현현이자, 중국 인민의 영웅적 모습을 상징한다.
농민에게 자연은 극복할 수 없는 절대 존재다.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자연의 이치에 맞는 삶을 살아온 중국 농민들은 자연 앞에 겸손하고, 모든 삶의 근거와 존재와 뿌리를 자연에 맡기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셴할아버지처럼 닥쳐오는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쉽게 굴복하지 않고, 농민의 자존심을 잃지 않으며, 인간의 존엄을 굳게 세우는 영웅 같은 인물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이는 마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청새치를 잡아 돌아오는 길에 상어떼를 만나 사투를 벌이다 결국 청새치는 뼈만 남기고 노인은 지쳐 돌아오는데, 노인의 사투와 불굴의 의지가 인간의 존재 이유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내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셴할아버지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자기의 목숨도, 옥수수 한 자루의 생명도. 생명은 고귀하고 위대하기에,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생명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건 생명을 지키고,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옥수수 한 알을 지키는 일이 온 생명을 지키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중국 농민 뿐 아니라, 세계의 농민이라면 본질에서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다만 중국은 드넓은 대륙에서 찢어지게 가난하고, 빈곤에 찌든 농민의 삶이 수천 년을 이어오면서, 대륙에서 겪을 수 있는 지역적, 물리적 경험을 축적해 왔고, 이런 경험들이 중국 농민의 삶을 규정하고 지배했다.
자연 재해 앞에서 불굴의 의지를 보이는 셴할아버지는 중국 인민의 보여주었던 조상(영웅)의 상징이며, 중국 인민이 바라는 이상적인 농민의 모습이기도 하다. 지금 중국은 이런 '진짜' 농민이 사라졌다. 사회주의 중국의 치하에서 '진짜 농민'이 사라졌을 수 있고, 농업 생산성의 발달로 흉년을 고통스럽게 넘기지 않아도 되어, 불굴의 의지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일 수 있다.
옌롄커가 그리는 셴할아버지 같은 '진짜 농민'은 이미 과거의 인물이고, 역사가 된 이야기다. 셴할아버지는 공산주의자도 아니고, 공산주의 체제에서 태어난 농민도 아니다. 중국 농민은 수천 년을 어떤 체제나 지배권력의 간섭에 지배당하지 않았다는 걸 옌롄커는 말한다.
중국 농민은 그 자체로 역사이자 인민이다. 오래 전부터 중국 왕조는 중국 인민을 지배했다고 착각했듯이, 중국공산당도 중국 인민을 통치하고 계도한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중국 인민은 물과 같아서, 권력과 지배자의 형태를 따라 흐를 뿐, 단 한번도 지배당한 적이 없었다.

골수
요우스터우는 자기 자식 네 명이 모두 간질병을 앓는 유전병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요우스터우의 아내 요우쓰댁은 무책임하게 죽은 남편을 원망하며 세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을 홀로 키운다.
한 여성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단편이지만, 이 작품이야말로 중국인민, 중국여성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요우스터우의 할아버지도 간질병이 있었고, 이 병은 집안 내력이며 유전되고 있다. 이 말은, 중국 역사에서 남성가부장제, 남성 권력의 지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걸 뜻한다. 즉, 중국 역사의 전통은 남성가부장제, 남성우월주의인데, 이런 제도는 곧 간질병, 유전병처럼 악질이다.
중국 혁명 이후 이런 남성가부장제, 남성우월주의는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고, 공산주의의 평등과 인권의 확산, 민주주의의 보편화로 과거 중국의 전통이었던 불행한 제도와 인습은 사라지게 된다. 즉, 요우스터우의 자살은 중국의 바람직하지 않은 전통, 관습을 상징한다.
요우쓰댁은 새로운 중국 인민을 상징한다. 중국 혁명 이후, 혁명 세례를 받으며 새롭게 태어나는 중국 인민은 진보적이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자기 삶을 개척한다.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도, 요우쓰댁은 후손(세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삶을 개척한다.
저능아에다 간질이 있는 세 딸을 시집보내면서 집안의 재산과 곡식이 모두 사라지지만, 요우쓰댁은 후손들이 과거의 전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작품에서는 요우쓰댁이 세 딸과 아들의 간질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남편의 무덤에서 뼈를 파내 그 뼈를 달여 마시도록 하는데, 이는 중국의 전통, 관습의 부정적인 면을 제거하고, 혁명의 삶을 선택하는 것을 상징한다.
아버지의 뼈를 고아 먹은 자식들은 모두 간질병이 낫고, 저능아에서 정상의 인간으로 돌아온다. 인간 요우쓰댁으로 보면 자식을 향한 끝없는 모성을 보여주는 내용이자, 중국 인민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천궁도
루류밍은 이제 막 죽어서 육신에서 혼이 빠져나와 자기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 가족과 이웃들이 자기의 육신을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가는 장면을 보며, 그는 쓸쓸한 마음이 든다. 그때 한 노인이 나타나 자기를 따라오라고 말한다. 노인이 이끄는 곳은 루류밍이 살아서 살았던 세상과는 완전히 반대인 세상이었다.
루류밍은 산골 빈촌에서 태어났는데, 가뭄이 극심하던 때 태어나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으나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글자도 모르고, 극빈한데다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를 저는 루류밍은 '무식하고 가난한 농민'이자, 중국 농민 다수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 루류밍이 스물 여덟 살에 이웃 동네에 사는 열 여덟 살 여성 샤오주와 결혼을 하는데, 사기 결혼이나 다름 없었다. 샤오주의 집안도 가난해서, 결혼지참금으로 2천원을 받기로 했으나, 루류밍의 이모는 2천원을 주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루류밍은 결혼하면 어떻게든 2천원을 샤오주에게 갚기로 약속한다. 샤오주는 중국 역사의 상징이다.
루류밍은 고구마를 구워 팔고, 밭에서 채소를 길러 내다 팔며 조금씩 돈을 모은다. 촌장(권력자)의 비리를 눈 감아주는 대가로 돈을 받고, 촌장이 아내 샤오주에게 돈과 곡식을 주며 아내와 잠자리를 하는 걸 지켜보면서도 화를 내지도, 복수를 하지도 못하는 무능하고 한심한 인간 루류밍은 끝까지 아내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고 닥치는대로 돈을 번다.
이웃 장씨의 아들이 저지른 죄를 대신 뒤집어 쓰는 조건으로 700위안을 받고 2년 동안 노동교화소에서 노동을 하며 돈을 벌어 샤오주가 면회 오면 모아놓은 돈을 건넨다. 성실하게 복역한 결과, 루류밍은 8개월이나 일찍 퇴소할 수 있었고, 그가 집에 돌아오니 아내 샤오주는 촌장과 함께 그녀의 고향에 새집을 짓는다고 했다.
루류밍은 그 소식을 듣고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하는데, 그가 샤오주를 위해 살았던 삶은 소나 말보다 더 힘들고 괴로운 나날이었다. 오로지 결혼할 때 한 약속을 지키려고 루류밍은 온갖 모욕과 굴욕과 마음의 깊은 상처와 육체의 고통을 견뎠지만, 끝내 자신을 버린 아내 샤오주에 대한 배신감으로 자살을 결심한 것이다.
그렇게 루류밍이 진짜 목숨을 내던지자, 그동안 루류밍의 고통과 굴욕을 지켜보며, 루류밍이 벌어온 돈을 쓰던 샤오주는 루류밍의 진심을 알게 되고, 그가 자살하게 된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렇게 샤오주가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루류밍의 마음을 이해할 때, 루류밍은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다. 중국 민중과 역사가 만나는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결혼은 나의 할아버지와 했으나 진짜 사랑한 사람은 소작인이었던 리좡 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할머니의 과거를 두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갈등을 빚는다.
이웃에 사는 리좡 할아버지가 한겨울에 얼어 죽고, 평생 혼자 살았고, 가족도 없는 리좡 할아버지를 위해 나의 할아버지는 자신의 수의를 가져다 입히고, 장례를 치러준다. 
리좡 할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 할머니는 많이 슬퍼하고 상심해 건강을 잃는다. 그리고 당신이 죽으면 리좡 할아버지 무덤 옆에 묻어달라고 부탁한다. 할머니와 리좡 할아버지는 어떤 관계였을까. 나의 할아버지는 결국 할머니의 유언을 지켜 리좡 할아버지 무덤 옆에 할머니를 묻는다.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리좡 할아버지와 할머니 무덤이 비에 쓸려 망가지고, 나의 아버지는 할머니의 무덤을 개장해 할아버지 옆으로 다시 모신다. 할머니는 평생 할아버지와 살았고, 자식을 낳았으며 원만한 삶을 살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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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유년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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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유년

옌롄커 장편소설. 이 소설을 읽고 앞으로 10년 안에 옌롄커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노벨문학상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중국에서 모옌에 이어 옌롄커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중국문학은 세계문학의 주류로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되지 않을까.
특히 모옌과는 다르게 옌롄커의 작품은 중국사회를 매우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어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모옌이 받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된다. 중국 정부가 옌롄커 작품을 승인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중국공산당과 옌롄커는 서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노벨문학상 여부는 매우 상징적 사건이 된다.

이 소설은 두 번 읽게 된다. 앞부분에서 독자는 조금 어리둥절하게 되는데, 끝까지 읽고 나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게 되고, 그래서 뒤부터 다시 읽게 된다. 그런 구조로 작품의 얼개를 짰다. 쉬운 예를 들면, 영화 '박하사탕'이 '나 돌아갈래'로 시작해서 점차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형식인데, 이 소설이 바로 그렇다. 모두 5장으로 구성한 이 소설은 주인공 쓰마란과 란쓰스를 중심으로 산싱촌(三姓村) 사람들의 약 40년에 걸친 대하드라마를 그리고 있다.
산싱촌은 란, 두, 쓰마를 쓰는 세 성씨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허난성 서쪽 바러우산맥 골짜기에 있는 산골 마을이다. 공산당의 영향이 여기까지 미치지 못한 탓에 이 산골 사람들은 오로지 자기 방식으로 생존한다.

40년
산싱촌 사람들은 마흔 살을 넘기지 못한다. 마흔 살을 넘겨 사는 걸 최고의 소원으로 생각할 정도로, 이 마을 사람들의 수명은 짧다. 이유는 모른다. 중국 정부는 알고 있지만 마을 주민들에게는 알려주지 않는다. 
마흔 살이면 한창 인생의 꽃을 피우는 나이인데, 이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우리는 모두 죽지만, 마흔 살에 죽는 것과 여든 살에 죽는 건 사뭇 다르다.
게다가 그 죽음은 반드시 예고를 한다. 목구멍이 막히고, 목이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이 증상이 나타나면 짧게는 며칠에서 길어도 몇 달 안에 반드시 죽는다. 마을 주민의 소원은 쉰살, 예순살, 일흔살, 여든살까지 사는 것이다.
마을 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려면 촌장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촌장은 주민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마을 주민들에게는 '주거 이전의 자유'가 없다. 중국 정부의 방침이면서, 산싱촌 주민들의 암묵적 규칙이기도 하다. 산싱촌 사람들은 이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면서도 이 모진 운명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한다.

농지와 수로
마을 촌장 쓰마샤오샤오는 마을 주민들이 일찍 죽는 원인을 농토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발상인데, 그들이 먹는 옥수수, 유채 같은 식물을 재배하는 땅이 오염되었다면, 땅을 뒤집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쓰마샤오샤오는 마을 공동 소유의 농지를 전부 뒤집어서 아래 흙을 위로 올리는 공사를 시작하는데, 각종 도구와 수레 등을 구입하려고 도시에 있는 교화원에 가서 허벅지 피부를 잘라 판매한다. 
촌장의 명령과 독려로 마을 주민들은 땅을 뒤집는 대공사를 시작하지만, 마을 주민의 힘만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공사였다. 촌장은 다른 지역에서 토지 정리 공사를 하고 있는 현의 주임 루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읍소한다.
겨우 주 주임의 마음을 돌려 마을의 농토를 뒤집어 엎고, 새로 정리하는 공사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란쓰스가 처녀를 루 주임에게 받치는 일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주인공 쓰마란과 란쓰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된다.
어린 쓰마란이 스무 살이 넘어 촌장이 되자, 쓰마란은 아버지가 했던 땅 뒤집기가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다른 방법으로 마을 주민의 생명을 연장하는 방안을 고민하다, 멀리 있는 다른 마을에서 수로를 파 깨끗한 물을 산싱촌으로 끌어오기로 결심한다. 주민들이 단명하는 이유가 오염된 물을 마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수로를 파는 일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걸 주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한다.
땅을 뒤집는 공사나 수로를 파는 공사는 촌장이 마을 주민을 위해 결정한 사업이지만, 겉으로는 주민의 목숨을 연장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 이 사업을 통해 촌장의 권력을 강화하고, 촌장의 권위와 권력을 휘두르는 동력이 된다.

피부, 인육 장사, 아동 살해
옌롄커의 소설은 원초적 충격이 있다. 모옌의 소설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만, 모옌이 신화적, 서사적 충격이라면 옌롄커의 작품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적나라한 충격이다. 산싱촌 사람들은 마을 공사를 하기 전에 필요한 도구와 식량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교화원에서 허벅지 피부를 잘라 판다. 화상 환자를 위해 피부 이식을 해야 하는 교화원에서는 피부를 팔고 싶은 사람들이 반가운데, 이때 피부 이식에 필요한 돈은 환자와 환자 가족이 부담한다. 따라서 돈 많은 환자에게 비싸게 피부를 잘라 팔 수 있다면 큰돈을 만지게 된다.
마을의 촌장들은 솔선수범하여 자기 허벅지 피부를 잘라 팔아 마을 기금으로 내놓는다. 마을 주민들도 성인 남성이라면 거의 모두 허벅지 피부를 잘라 팔아 마을 기금으로 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마을 기금으로 내지 않고, 그 돈을 들고 도시로 나가 장사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한다.
남자들이 허벅지 피부를 팔아 돈을 벌 때, 여자들은 큰 도시로 나가 몸을 팔아 돈을 번다. 주로 과부나 젊은 여성이 대상으로, 이들은 마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촌장의 명령을 들어야 한다.
란쓰스가 도시로 나가 인육장사를 하는 과정과 그 결과는 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마오샤오샤오 촌장이 주도한 땅 뒤집기 공사 이후 오히려 옥수수 농사가 실패하고, 여기에 메뚜기떼가 습격하면서 흉년이 든다. 마을에서는 가지고 있는 곡식을 아껴먹지만, 식량이 다 떨어지자 촌장은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을 산속으로 데려가 유기한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산 채로 까마귀에게 뜯어먹히고, 마을 주민들은 까마귀를 잡아 식량으로 먹는다.

촌장
세 명의 성씨가 살아가는 산싱촌은 촌장이 절대 권력을 휘두른다. 두싱, 쓰마란, 란바이수이, 쓰마샤오샤오 등 촌장을 지내는 사람들은 마을 주민들이 마흔 살을 넘게 살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다. 농사 짓는 땅을 뒤집거나, 먼 마을에서 깨끗한 물을 끌어온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그걸 실천에 옮기기 위해 스스로 허벅지 피부를 교화원에 판다.
권력자라고 뒤로 빠지거나, 말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산싱촌의 촌장은 자기가 가진 권력의 권한과 의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과 마을 주민의 재산, 노동력을 전부 동원해서 마을의 숙원사업을 진행하지만, 문제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간다는 점이다. 산싱촌 사람들은 주민 모두의 운명을 걸고 엄청난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지만, 그들이 하는 사업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기를 쓸수록 문제가 더 커지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다.

쓰마란, 란쓰스
이 소설에서 쓰마란과 란쓰스는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사이였고, 결혼을 약속했다. 아기 때 쓰마란은 란쓰스의 엄마 젖을 란쓰스와 같이 먹었고, 어려서 서로의 벗은 몸을 보여주었으며, 혼인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쓰마란은 마침내 촌장이 되고, 그의 아버지가 추진했던 수로 공사를 계속하기로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쓰마란은 교화원에서 허벅지 피부를 팔고, 란쓰스는 도시로 나가 인육장사를 한다. 
쓰마란은 란쓰스를 좋아하지만, 아내는 두주추이를 맞았다. 세 사람의 관계는 애증으로 얽혔고, 이들은 불과 서른 중후반에 인연의 끈을 놓는다. 그 짧은 시간에 산싱촌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인간의 삶에서도 극단을 치닫고, 격렬하게 타오른다.
마을 주민들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집단으로 유기한 다음, 다시 격렬한 방사를 통해 다음 해 거의 모든 여성이 임신하고 출산한다. 아이들도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삶과 죽음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걸 어릴 때부터 온몸으로 느끼고, 체득한다.

중국 문학은 본질적으로 대륙의 물리적 크기와 다양성으로 다른 나라, 민족이 흉내내기 어려운 토대를 가지고 있다. 모옌의 소설에서도 잘 드러나고, 옌롄커의 소설에서도 보이는 특징은 이들이 중국 대륙의 물리적 환경과 조건을 작품에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땅과 강, 산맥이 만들어내는 서사가 있으며,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연과 외세에 맞서 투쟁하는 상황은 거대한 역사이면서 생존의 기록이다. 중국은 오랜 역사를 이어오면서 대륙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겼다.
중국의 고전은 중국 문학의 거름이며, 중국 민중의 삶은 그 자체로 역사이기에, 중국 작가들은 민중의 삶을 왜곡하지 않고 올바르게 기록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모옌이 중국의 전통, 신화, 역사를 바탕으로 민중의 삶을 긍정한다면, 옌롄커는 중국 민중의 삶을 냉정하게 관찰하고, 그들의 내면에 숨은 욕망과 탐욕, 삶의 의지를 찾아낸다.
옌롄커는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쓸 수밖에 없는 글'을 쓰는 작가로 알려졌다. 즉, 마음에서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글이 그의 작품이다. 그는 허난성의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어렵게 공부했고, 공산당원이긴 해도, 그가 중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고향의 가난한 주민들이 바라보는 것과 같은 시선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섣불리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옌롄커는 중국의 현실을 비관,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중국과 중국인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고, 작가가 해야 하는 역사적 의무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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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김금숙 지음 / 딸기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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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김금숙 작가의 '실제' 데뷔작. 작가는 '아버지의 노래'를 '공식 데뷔작'이라고 말하지만, 그보다 앞서 이 작품을 완성했다. 프랑스 출판사와 출판 계약까지 했다가 출판사 쪽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이 작품은 한동안 묻혔고, 작년(2021년)에 출간했다.
작가의 자전적 작품으로, 프랑스로 유학한 작가는 프랑스인 남자와 결혼해서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프랑스 만화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도 하고, 블로그에 창작 작품을 올리면서 좋은 반응을 얻는데, 블로그에 올렸던 작품이 바로 이 작품, '이방인'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 주인공 지수의 남편 시점으로 바라본다. 주인공 지수와 남편 프레드릭이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잠시 가족을 만나러 온 이야기인데, 프레드릭은 한국을 처음 방문한다.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한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 사람의 말과 행동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객관으로 바라보게 된다.
아내의 오빠가 살고 있는 시골에서 환대받고, 아내의 돌아가신 아버지 즉 장인의 묘소를 찾아 인사를 드리고, 아내가 친구를 만나 밤 늦게까지 외출한 시간에 아내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아내가 어렸을 때 그린 그림을 보는 내용이다.
프레드릭은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적응하려 나름 노력하는데, 그래도 빵과 커피가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는 채식주의자지만 자형이 권하는 개고기 앞에서 채식주의자가 아닌 척 한다. 이 와중에 음식점 주인은 바가지를 씌우고, 한국사람들은 '빨리, 빨리'를 외쳐서 정신 없고, 장모님은 날씨가 더워서 기절한다.
경기도에 있는 공원묘지로 장인에게 인사드리러 가는 날, 여학생이 외국인인 자기를 보며 '헬로'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프랑스인에게 영어를 쓰는 건 차별인가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백인을 '미국인'으로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의 편견처럼, 프랑스에서도 모든 동양인을 '일본인' 또는 '중국인'으로 여기는 프랑스인의 편견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아내가 친구를 만나고 있을 시간, 심심한 프레데릭은 집안을 둘러보다 아내가 쓴 일기장을 발견한다. 한글을 읽을 수 없지만, 일기장에는 아내가 20대 학생이었을 때 그린 그림 특히 자화상이 있었다. 프레드릭이 일기장을 보는 형식이지만, 작가는 자기의 과거를 드러낸다. 20대, 대학생이던 시절에 당시 한국 사회-노태우 정권-의 모순에 저항하는 선배, 친구들의 상황을 알면서도 갈등하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지수는 학생 때도 자신이 학교와 친구들 사이에서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배우는 것도 시원찮고, 사회의 현실 속으로 뛰어들어갈 수도 없는 자기의 입장, 혼란스러운 사회, 불안하고 막막한 미래에 대한 답답함 등의 감정으로 힘들어 했던 과거였고, 지수는 결국 프랑스로 유학한다. 프랑스에서는 실제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정서적, 감정적 혼란을 내면에 쌓아가며 살고 있다.
한국에서도, 프랑스에서도 '이방인'으로 살면서 서로 다른 문화에서 태어난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은 평이하고 작가의 그림도 지금과는 조금 다르다. 형식에 있어서 김금숙 작가의 최근 작품은 붓을 주로 쓰는데, 이 작품은 펜으로 작업했다.

프랑스어로 블로그에 연재한 작품이어서 한국 문화를 알리려는 시도와 무거운 내용보다는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가려는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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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팝의 고고학 1960 - 탄생과 혁명 한국 팝의 고고학
신현준.최지선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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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팝의 고고학 - 1960


10대의 어느 한 때, 오래된 트로트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난영, 고복수, 남인수, 현인, 김종구 같은 가수들의 노래를 하염없이 들으며 마음이 좀 슬펐던 기억이 있다. 그땐 몰랐지만 아마도 '자기 연민'이 아니었을까. 
소년 노동자로 살면서 나는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무지렁이였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공장노동자, 건설노동자로 10대, 1970년대를 보냈고, 그때 라디오에서는 나훈아, 남진, 김추자, 최헌, 송창식, 어니언스, 패티김, 이은하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비록 몇 달이었지만 19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음악에 몰두했던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
국민학교 다닐 때 동무들과 유행가를 부르며 마을을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던 추억이 있다. 라디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대중음악은 우리에게 유행가였고, 어린 우리는 동요보다 유행가를 더 많이 불렀다.

이 책은 '한국 팝'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을 통해 들어온 음악과 당시 한국에서 불렸던 음악(민요)이 결합해 '트로트'라는 형식으로 발전했다. 이 분야는 지금도 '트롯'으로 여전히 활발하게 생산하고, 소비한다. '트롯'과 함께 두 줄기 가운데 하나로 '팝'이 있는데, 이 책에서 기록하고 있는 '한국 팝'은 전후, 여기서 '전후'는 1945년이 아니라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를 뜻한다. 미군이 한국에 상주하면서 미국의 대중음악이 이식되는 과정에서 '한국 팝'이 하나의 장르로 탄생한다.
미8군으로 상징하는 미군의 존재는 전쟁을 겪은 한국 민중에게 '나라를 구한 은인'이자, 굶주린 대중에게 곡식(밀가루, 설탕)을 가져다 준 '생명의 은인'이라는 이미지가 겹쳐 절대의 권위와 권력을 가진 집단이었다.
해방 직후 약 3년의 '미군정' 시기를 사람들은 잘 모른다. 미군은 한국 정치가를 배제하고, 그들이 직접 한국을 지배했던 시기가 있었다. 해방 직후 민족주의자인 여운형 등을 배제하고 이승만과 친일파 계열이 득세할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도 바로 미군이 정치적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미군은 해방 직후 '점령군'으로 한국에 '진주'했으며, 한국을 3년 동안 '미군정' 체제로 다스렸고, 전쟁이 발발하면서 다시 유엔군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전쟁에 개입해 '작은 3차대전'을 한반도에서 치른다.
이승만은 미군(맥아더 장군)에게 '전시작전지휘권'을 이양하는데, 이것은 당시 한국군의 작전 역량이 형편 없다는 걸 인정하고, 외국군인 미군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긴 것이다.
'전시작전지휘권'은 한국이 세계 6위의 전투 능력을 갖춘 국가가 되었음에도 아직 되찾지 못하고 있다. 주권 국가에서 '전시작전지휘권'을 외국에 넘겨준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한국에서 미군의 존재 의미는 여전히 특별하다.

전후 가난이 극심하던 때, 대중음악을 하는 예술가들이 그나마 무대에 설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미8군으로 대표하는 미군부대의 무대였다. 미군은 세계 곳곳에 있는 미군을 위해 본토에서 순회공연팀을 만들어 공연을 하러 다녔는데, 냇 킹 콜, 조니 마티스, 진 러셀, 마릴린 먼로 같은 미국의 유명한 연예인이 한국의 미군부대에서 공연한 기록이 있다.
하지만 미국 본토에서 직접 연예인들이 한국을 방문해 공연하는 건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으므로, 미군은 한국의 대중음악인을 훈련시켜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다. 미군은 까다로운 심사(오디션)을 통과한 한국 대중음악인에게 기회를 주었고, 이들은 피나는 노력과 훈련을 통해 미군들이 환호할 정도의 기량을 갖추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가수, 연주자, 작곡가들 대부분 미군 무대에서 활약한 사람들인 건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미군의 엄격한 오디션을 통과해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고, 미군부대의 무대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 사람들이다.
가수, 연주자, 작곡가들은 자신의 창작 능력보다는 미군이 요구하는 미국의 음악, 미군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노래하고 연주해야 했다. 즉, 한국 팝은 정확히 미군의 요구로 한국에 이식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군부대의 무대는 특별했으며, 한국의 방송(라디오, 텔레비전) 무대는 '일반 무대'였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있었으나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시대여서, 가수, 연주자들은 전국에 있는 극장을 순회하며 공연했다. 극장은 대중이 가장 쉽고, 많이 모일 수 있는 장소였고, 영화는 기본이 두 편으로 '동시상영'이었다.
가수와 연주자들은 영화 한 편이 끝나는 막간에 공연했으며, 이런 방식의 공연이 나중에 가수의 독자 공연으로 발전해 '리사이틀'이 되었다. '하춘화 리사이틀', '남진 리사이틀', '나훈아 리사이틀' 같은 제목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극장에서 공연했던 걸 어릴 때 극장의 간판으로 본 기억이 있다.

1960년대 한국에서 그룹, 중창단이 활발하게 탄생한 것도 미군 또는 미국의 대중음악 영향을 직접 받은 결과다. 미국에서도 1950년대, 1960년대 그룹이 많이 생겼는데, 우리에게 알려진 에벌리 브라더스를 비롯해 드리프터스, 문글로스, 플래터스, 브라더스 포, 사이먼앤카펑클, 더 벤처스, 비지스, 비틀즈가 50년대, 템테이션, 포시즌스, 비치보이스, 도어스, 마마스앤파파스, 스콜피언스, 잭슨스, 핑크 플로이드, CCR, 애니멀스 같은 밴드들이 60년대 초중반에 결성한다.
한국에서는 신중현의 '에드 훠'를 시작으로 '김시스터즈', 블루 벨스, 봉봉 사중창단, 자니 브라더스, 아리랑 브라더스, 멜로톤 트리오, 키보이스 등이 줄지어 나타났다. 이런 그룹 활동은 미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70년대로 오면서 듀엣이 또 하나의 특징으로 등장한다.

1961년, 박정희 소장이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이후 한국은 독재 정권 체제에서 수출중심의 산업으로 재편한다. 텔레비전 방송국이 1961년, KBS를 시작으로 1962년 MBC, 1964년 TBS 같은 민간 상업방송이 등장하면서 텔레비전의 영향은 급격히 커졌다.
대중음악이 라디오에서 텔레비전으로 옮겨가기 시작했고, 전국의 극장을 돌며 공연하던 가수, 연주자들이 텔레비전에 등장해 '스타'가 되는 시기였다. 방송국은 컨텐츠가 많이 필요하던 때였고, 특히 대중음악을 하는 예술가의 쓰임이 폭발하듯 늘어나기 시작했다. 
미8군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가수, 연주자들이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하면서 한국의 대중문화는 트롯과 함께 블루스, 팝, 록 같은 다양한 음악이 대중음악의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고, 독재 정권에서 나름 다양한 음악이 등장한다.
이 시기는 대중음악의 다양함과 폭발적 확산과 함께 독재 정권이 블랙리스트, 금지곡 지정으로 대중음악과 문화를 통제하고 억압했다. 대중가수를 통제하는 방식은 마약(대마초)과 가사 검열이었다. 독재 정권은 어리석은 짓이 분명한 검열과 블랙리스트를 휘두르며 대중예술을 통제, 억압했지만 결과는 우리가 알다시피 박정희가 살해당하는 걸로 끝났다.

60년대는 대중음악 빅뱅의 시기였다. 20년대 이후 일제강점기에서 민요와 혼종으로 시작한 '트로트'는 '뽕짝'이라는 멸칭으로도 불렸으나, 지금은 '뽕짝'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트롯'은 한때 팝송, 한국 팝, 록에 밀려 입지가 좁았으나 지금은 전성기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50년대 시작한 한국 팝은 청년 문화와 결합하면서 독재 체제에 저항하는,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나타났다. 이때 한국 팝은 일본과 미국에서 유행하거나 발표된 노래를 '번안곡'이라는 이름으로 저작권이 확립되지 않았던 시기라 '표절'을 해도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았던, 바람직하지 않은 시기였다.
'번안곡'으로 표절을 정당화하면서 나온 노래들이 방송에 나오고, 음반으로 제작되어 대중이 소비하는데, 60년대 말이 되면 한국 팝에서 창작 음악이 나타난다. 신중현은 일찌감치 한국 록의 창작으로 아무도 밟지 않은 영역을 개척하고 있었고, 미국 대중음악의 세례를 받은 한대수가 한국에서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개척했다.
 
한국 팝은 미군의 요구로 이식되었지만, 오래지 않아 스스로 자생, 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중음악가들은 외국 음악을 받아들여 한국사람의 정서를 불어 넣어 새로운 음악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번안곡'이라는 표절도 있었으나 이건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고, 창작 과정과 예술의 발달에 있어 필연의 과정이기도 하다.
60년대는 현대 한국 대중음악이 탄생하고 혼돈의 시기를 보낸 시간이었다. 일제강점기 음악, 우리 고유의 민요, 미국에서 이식된 다양한 장르(팝, 록, 블루스, 로큰롤, 재즈 등)의 음악이 뒤섞였고, 독재 권력의 검열과 청년의 저항문화가 대립하면서 대중음악은 독특하게 발전한다.

이 책은 대중음악을 이해하려는 사람에게 훌륭한 길잡이 노릇을 한다. 그것도 '한국 팝'이라는 장르의 역사와 인물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고, 예술가의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며, 어떤 결과를 만드는가를 볼 수 있다. 
열악한 환경과 상황에서도 한국의 대중예술가들은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창작과 예술을 위해 노력했고, 60년대의 활동을 밑거름으로 이후 대중예술은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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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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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렌커의 이 장편소설은 중국 공산당이 판매금지했다. 몇 가지 이유로 판매금지했는데, 중국 공산당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조치를 한 걸로 본다. 중국 공산당은 '국가' 위에 있는 존재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진데, '공산당'이 먼저 생기고, 공산당이 국가 조직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의 공산당은 또한 군부와 뗄 수 없는 샴쌍동이 같은 존재다. 공산당이 곧 군부이고, 군부가 곧 공산당이다. 1924년, 중국공산당을 결성하고, 마오쩌둥이 공산주의자로 활동하면서, 이들은 곧바로 내전과 항일투쟁의 선봉에 서는데, 공산당과 당의 군사조직을 지휘하는 간부는 거의 모두 같은 인물이었다.
공산당 지도자들은 당의 이념과 사상에 가장 투철하며, 당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용맹함과 헌신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공산주의 이념으로 무장했고, 봉건주의와 자본주의, 외세의 침략으로 고통당하는 인민을 해방하는 걸 삶의 목적으로 삼았다.
그런 공산당(의 지도부)이 보기에, 이 소설은 중국의 위대한 공산당의 존재와 역사와 역할을 폄훼하고 있으며, 위대한 지도자 모택동을 모욕하고, 중국 붉은 군대의 명성에 먹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공산당이 이 소설을 판매금지한 건 당연하다고 했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중국공산당의 현재 모습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 중국은 공산당 독재 사회이면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채택한 기형적 국가다. 등소평이 '흑묘백묘론'을 주창한 이후, 중국공산당은 인민의 부유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한다고 선언했고, 이후 실제 중국 인민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중국 전체의 부는 커졌지만,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계층은 공산당원 특히 고위 공산당원들이었다. 그들은 가진 권력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했으며, 직접 자본가가 되거나, 자본가의 이익을 보장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아 부를 축적했다.
공산당원과 비당원, 대도시 거주민과 시골 농민의 삶은 극단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어떤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크게 벌어졌고, 중국공산당은 가난한 농민과 인민을 착취해 배를 불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다왕은 사단장 사택의 당번병이다. 그는 사단장과 그의 가족을 위해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텃밭을 가꾼다. 그는 이 보직을 얻으려 온몸을 내던져 사단장의 어린 아들과 놀아주었고, 여러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당번병이 되었다.
그는 모범병사였고, 글씨를 잘 썼으며, 음식도 잘 하는 병사로, 자타가 인정하는 붉은 군대의 인재였다. 그가 이렇게 훌륭한 모범병사가 될 수 있었던건 그의 피나는 노력도 있었지만, 그가 고향에 두고 온 아내와 굳게 약속했고, 장인어른에게 혈서까지 썼기 때문이다.
시골 무지랭이였던(중학교는 졸업했다) 우다왕은 이웃마을의 말단 관리 자오의 배려로 군에 입대할 수 있었다. 산골 출신이 군에 입대한다는 건 대단한 출세였다. 고향에 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었는데, 하루 세 끼의 식사에는 반드시 고기가 들어 있고, 군복은 깨끗했으며, 사상학습을 통해 폭넓은 지식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우다왕은 군대 생활에 만족하지만, 그에게는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가 있었다. 공산당에 입당해 당원이 되는 것, 군대에서 공을 세워 진급해 군 간부가 되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목표는 장인어른인 자오와 약속한 내용으로 혈서까지 썼으며, 그의 아내에게도 맹세했다.
하지만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는 매우 어렵고, 우다왕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었다. 사단장 부인 류롄이 유혹하는 걸 뿌리칠 정도로 윤리, 도덕으로 무장한 인물이지만 '욕망' 앞에서 무너진다.

우다왕의 아내
자오어즈는 시골의 봉건적 분위기에서 자란 여성이다. 공산주의 사회라곤 해도 중국의 시골은 여전히 봉건의 요소가 많이 남아 있고,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인민은 마을 촌장과 당 간부의 지도에 따라 관습적으로 살아간다. 자오어즈는 아버지(자오)의 명령으로 우다왕과 결혼한다. 우다왕은 간경화로 죽어가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급하게 자오의 딸을 아내로 맞아들였으니, 두 사람 사이에 깊은 사랑의 감정이 있을리 없고, 일종의 정략 결혼이어서 우다왕이 아내와 아들에 대한 책임감과 류롄과의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원인이 되는데, 자오어즈의 존재는 중국 농촌 여성을 일반화한 것으로 보인다.
자오어즈는 신혼 첫날 밤, 우다왕에게 세 가지 약속을 지키라고 맹세하도록 한다. 첫 휴가 때 군복을 가져올 것, 매년 부대에서 공을 세울 것, 승진할 것이 그 내용이다. 이때 자오어즈의 태도는 개인의 삶을 공동체(집단)와 동일하게 여기는 인식을 보인다. 즉, 결혼과 부부라는 지극히 개인의 삶을 사회의 기준으로 치환해 객관화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이런 태도는 자오어즈가 어려서부터 배워온 사회주의 학습의 결과이며, 공산당은 개인의 삶을 계량화, 수치화, 통계화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 당원, 승진, 간부 - 결과에 집착하도록 교육한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경쟁을 통해 물질과 부를 축적하는 행위와 비슷하며, 공산주의 사회는 개인의 희생, 집단 속의 개인, 개인의 영웅화 등을 통해 이데올로기 인간을 만든다.

류렌
사단장의 아내로, 간호부대에서 근무하던 군인이었다. 사단장이 류렌을 보고 '찍었다'고 했으나, 류렌이 사단장을 선택했다고 봐야 한다. 사단장이 청혼했어도 정말 싫었다면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단장은 류렌보다 열네 살이나 많은 사람으로, 훌륭한 군인이고, 지휘관인 건 분명하다.
류렌은 사단장에게는 두번째 부인이다. 사단장의 첫번째 부인과는 이혼했는데, 이 소설을 다 읽으면 독자가 사단장의 이혼에 관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류렌은 서른 살 초반의 여성으로, 사단장의 아내로 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는데, 당번병 우다왕을 적극 유혹한다. 류렌의 알몸을 보고서도 유혹을 뿌리친 우다왕에게 당번병을 바꾸겠다고 협박한 건 류렌의 진심이었는지, 단지 공갈이었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류렌은 우다왕이 당번병으로 사택에 들어와 생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나름 깊은 인상을 가졌음이 분명하다.
만약 사단장 당번병으로 키 작고 외모도 형편 없는 병사가 들어왔다면 류렌이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유혹했을까. 류렌의 입장에서 외모는 유혹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우연이지만 우다왕의 외모는 류렌의 기준에 합격했고, 여기에 우다왕의 개인적 문제까지 겹치면서 류렌의 의지가 관철된다.

사단장
1세대 공산당원으로 항일 전쟁과 내전을 겪으며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 진정한 투사다. 철저한 군인이지만 '개인'으로는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사단장은 작품에서도 거의 등장하지 않고, 등장해도 의미 있는 역할이 아니다. 그는 특수한 임무를 띄고 두 달 동안 출장을 떠나는데, 우다왕과 류렌은 이 기간 동안 아담과 이브가 된다.
작품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지만, 사단장이 사택을 비우면서 젊은 아내와 당번병 둘만 남는다는 걸 모를 리 없고, 신경 쓰지 않았을 리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사단장은 가장 믿는 부하에게 사택을 감시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수 있고, 아내 류렌과 우다왕이 수상한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류렌이 우다왕을 유혹하는게 사단장과 류렌의 합의로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가질 수 있다. 사단장의 첫 부인과 이혼한 이유도, 첫 부인이 당번병과 불륜 관계였음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첫 부인이 임신을 하는 것으로 당번병과의 불륜을 허락했지만, 부인이 임신하지 않았거나, 못했기에 그 책임을 지고 이혼한 건 아닐까. 사단장은 남자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말을 류렌이 우다왕에게 하는 건, 다시 두 가지 숨은 이유가 있다. 사단장이 성적으로 류렌을 만족시키지 못해 류렌은 인생의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불만과 함께 임신을 할 수 없어 아이를 낳지 못해, '엄마'가 될 수 없는 비극을 예상할 수 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소설의 제목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모택동의 감동적 연설의 제목이다. 중국공산당과 공산주의자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역사적 소명이자 당의 명령이라는 내용으로, 중국공산당이 '중국해방전쟁' 과정에서 물(인민)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물고기(공산당)를 비유하며, 인민 속으로 들어가 철저하게 인민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단장 사택의 식탁에 놓여 있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패는 소설에서 몇 가지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우다왕은 군에서 배운 신념대로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 여기서 인민은 인민해방군이 보위해야 하는 중국 인민이지만, 구체적으로 그의 아내와 아들이며, 사단장의 부인인 류렌이다.
우다왕은 정식으로 결혼한 아내 자오어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 죄책감을 갖는다. 반면 불륜인 류렌에게는 그가 한번도 느끼지 못한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데, 이 서로 다른 대상에게 서로 다른-윤리적으로 옳지 않은-감정을 느끼면서 스스로 혼란하다.
우다왕과 류렌의 관계 시작은 전형적인 계급 관계로 시작한다. 사단장 부인이라는 강력한 권력자 류렌은 사택 당번병 우다왕을 유혹할 때 주도적으로 행동하며, 우다왕이 거절하자 그를 쫓아낼 수 있음을 보여주며 우다왕이 굴복하도록 만든다.
이 권력 관계는 우다왕과 류렌이 육체 관계를 통해 계급이라는 사회적 권위를 내려놓으면서 점차 평등해지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짧은 관계가 끝나면 다시는 누나-동생 또는 애인이 될 수 없는 사이로, 계급 질서가 복원되는 게 두 사람에게는 비극이다.
류렌은 우다왕보다 네 살이 많아서, 사단장의 부인이기도 하지만 연상의 여성으로, 우다왕을 어리게 생각한다. 류렌이 먼저 '누나'라고 부르도록 하고, 우다왕은 '사모님'에서 '누님'으로 호칭을 바꾸는데, 이건 류렌과의 관계가 사회적 계급관계에서 개인적 관계로 전이하는 걸 의미한다.

사단장이 집을 비운 두 달 동안 두 사람은 마치 신혼부부처럼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류렌은 새로운 자극을 받으려는 행동으로 모택동의 부조, 글씨, 사진 등을 모두 파괴한다. 우다왕도 이 행위에 동참하며 스스로 반혁명분자라고, 총살당해야 한다고 소리친다.
두 사람은 사택의 출입문을 모두 안으로 걸어잠그고, 격렬한 애정 표현을 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위대한 지도자인 모택동의 이미지를 훼손하는데, 이건 개인의 욕망이 공산주의 이념보다 앞서고, 중요하다는 걸 드러내는 상징적 행위다. 이렇게 권위와 권력의 상징인 모택동의 이미지를 훼손하면서 두 사람은 정욕이 더 강해지는 걸 느끼고 격렬한 정사를 벌인다.
이 소설에서 '섹스'는 명백히 중국의 권위와 통제에 반발하는 상징의 행위다. '섹스'는 지극히 개인적 행위이며 국가나 공산당에서 개입할 수 없고, 개입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다. 우다왕과 류렌은 각자 배우자가 있는 기혼자이며, 중국공산당의 자부심인 인민해방군으로 인민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기혼자이자 중국공산당 당원이며 최고의 병사인 우다왕과 류렌은 중국공산당의 기대를 완전히 배반하고 '개인의 욕망'을 충족한다.

사단장이 돌아오기 전, 류렌은 자기가 임신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우다왕에게 집으로 휴가를 가라고 명령한다. 이제 다시 계급 관계가 복원되면서 우다왕은 '유사 사단장'의 지위에서 당번병의 위치로 돌아오지만, 그것만으로도 충격을 받는다.
고향으로 돌아와 아내와 아들을 만나도 크게 기쁘지 않고, 아내와 몸을 섞지도 않으며, 오로지 류렌을 생각하지만, 그것이 누구에게도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이라는 것과, 다시는 류렌을 만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우다왕은 견디기 힘든 마음의 고통에 시달린다.
반면 류렌은 우다왕에게 약속한대로 우다왕이 도시의 큰 공장에서 공장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처리했으며, 우다왕의 아내가 그렇게 바란대로 도시에서 살 수 있도록 해준다. 류렌은 임신했고, 그 아이가 우다왕의 아이라는 건 오직 류렌 자신만 알 뿐이다. 우다왕도 류렌의 아이가 자기 아이라고 짐작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 것'이라는 원칙에 따라 그는 류렌에게 아이가 자기 아이라는 말을 묻지 않는다.

사단장은 인민해방군의 효율적 편재를 위해 스스로 자기 사단을 해체하기로 결정한다. 예하 부대들이 해체되거나 다른 부대로 편입하고, 많은 군인들이 군을 떠나 민간인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우다왕도 전역하고 도시의 큰 공장 공장장으로 일하게 되는데, 류렌이 약속을 지킨건 우다왕에게 커다란 선물이었다.
이야기는 15년이 지난 뒤에 우다왕이 류렌을 만나려 시도하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데, 두 사람은 결국 만나지 못한다. 아니, 류렌이 우다왕을 만나려 하지 않는다. 우다왕은 사택 근처에서 놀고 있는 열다섯 살 남짓한 사내아이를 오래 지켜보는데, 그 아이가 류렌의 아이인지는 확실치 않다.
중국의 현대가 개인의 욕망을 '공산주의'의 틀로 가두고 있다는 걸 비판, 풍자한 이 소설은 전혀 어울릴 수 없는 두 사람이 욕망이라는 공통점으로, 그들만의 공간(사택)에서 사회에 반역한다는 내용으로 중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두 사람의 욕망은 순수하지만, 두 사람의 사회적 관계, 사회적 위치, 사회의 기준으로 구분되는 신분의 격차, 이념이 짓누르는 사회 분위기와 함께 개인의 욕망과 사회의 권력 관계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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