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김금숙 지음 / 딸기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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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김금숙 작가의 '실제' 데뷔작. 작가는 '아버지의 노래'를 '공식 데뷔작'이라고 말하지만, 그보다 앞서 이 작품을 완성했다. 프랑스 출판사와 출판 계약까지 했다가 출판사 쪽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이 작품은 한동안 묻혔고, 작년(2021년)에 출간했다.
작가의 자전적 작품으로, 프랑스로 유학한 작가는 프랑스인 남자와 결혼해서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프랑스 만화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도 하고, 블로그에 창작 작품을 올리면서 좋은 반응을 얻는데, 블로그에 올렸던 작품이 바로 이 작품, '이방인'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 주인공 지수의 남편 시점으로 바라본다. 주인공 지수와 남편 프레드릭이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잠시 가족을 만나러 온 이야기인데, 프레드릭은 한국을 처음 방문한다.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한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 사람의 말과 행동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객관으로 바라보게 된다.
아내의 오빠가 살고 있는 시골에서 환대받고, 아내의 돌아가신 아버지 즉 장인의 묘소를 찾아 인사를 드리고, 아내가 친구를 만나 밤 늦게까지 외출한 시간에 아내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아내가 어렸을 때 그린 그림을 보는 내용이다.
프레드릭은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적응하려 나름 노력하는데, 그래도 빵과 커피가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는 채식주의자지만 자형이 권하는 개고기 앞에서 채식주의자가 아닌 척 한다. 이 와중에 음식점 주인은 바가지를 씌우고, 한국사람들은 '빨리, 빨리'를 외쳐서 정신 없고, 장모님은 날씨가 더워서 기절한다.
경기도에 있는 공원묘지로 장인에게 인사드리러 가는 날, 여학생이 외국인인 자기를 보며 '헬로'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프랑스인에게 영어를 쓰는 건 차별인가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백인을 '미국인'으로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의 편견처럼, 프랑스에서도 모든 동양인을 '일본인' 또는 '중국인'으로 여기는 프랑스인의 편견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아내가 친구를 만나고 있을 시간, 심심한 프레데릭은 집안을 둘러보다 아내가 쓴 일기장을 발견한다. 한글을 읽을 수 없지만, 일기장에는 아내가 20대 학생이었을 때 그린 그림 특히 자화상이 있었다. 프레드릭이 일기장을 보는 형식이지만, 작가는 자기의 과거를 드러낸다. 20대, 대학생이던 시절에 당시 한국 사회-노태우 정권-의 모순에 저항하는 선배, 친구들의 상황을 알면서도 갈등하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지수는 학생 때도 자신이 학교와 친구들 사이에서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배우는 것도 시원찮고, 사회의 현실 속으로 뛰어들어갈 수도 없는 자기의 입장, 혼란스러운 사회, 불안하고 막막한 미래에 대한 답답함 등의 감정으로 힘들어 했던 과거였고, 지수는 결국 프랑스로 유학한다. 프랑스에서는 실제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정서적, 감정적 혼란을 내면에 쌓아가며 살고 있다.
한국에서도, 프랑스에서도 '이방인'으로 살면서 서로 다른 문화에서 태어난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은 평이하고 작가의 그림도 지금과는 조금 다르다. 형식에 있어서 김금숙 작가의 최근 작품은 붓을 주로 쓰는데, 이 작품은 펜으로 작업했다.

프랑스어로 블로그에 연재한 작품이어서 한국 문화를 알리려는 시도와 무거운 내용보다는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가려는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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