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진화, 신의 출현 - 초기 인류와 종교의 기원
E. 풀러 토리 지음, 유나영 옮김 / 갈마바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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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 분야에서 기존의 생물학이 주도했던 진화론을 보완하고, 새로운 진화의 영역을 개척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책은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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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제국
에번 D. G. 프레이저 외 지음, 유영훈(류영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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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음식의 제국
이 책은 음식으로 살펴보는 세계 문화, 역사, 문명, 식품의 역사다. 말하자면, 세계 문명사 전반을 다루고 있는 것과 같다. '음식의 제국'이라는 제목 때문에 기대를 한 책이지만, 결과는 좀 실망스럽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의문은, 내가 이 책의 의도와 주제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저자들이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내가 이 책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맞겠지만, 그럼에도 내 수준에서 드는 의문은 이렇다.

저자들은 왜 '음식' 또는 '식품'을 '주체'로 상정했을까?
이 의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어나가기가 매우 불편했다. 이 책이 다루는 역사의 범위는 수메르 제국(기원전 7천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약 1만년의 역사다. 그리고 중국,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대륙, 중동, 아시아를 아우르는 지구 전체의 역사를 크거나 작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어떤 면에서는 '미시사'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거시사'와 함께 지역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내용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고 있다.
'음식' 또는 '식품'을 주체로 상정한 것은 내가 보기에는 명백한 오류라는 생각이다. 이유는, 그로 인해 역사를 '결과론'으로 시작해 '결과론'으로 끝내게 되는 잘못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이런 함정을 모르지 않을텐데, 왜 역사를 '결과론'으로 몰고 가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저자들의 오류를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 수 있다.
저자들은 중세 유럽에서 농업의 혁명이 수도원을 중심으로 일어났다고 했다. 수도승들이 농업에 종사하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품종을 만들면서 잉여 농산물이 생겨나고, 그것은 곧 수도원 주위의 농토를 매입하고, 농부들을 소작농으로 만들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들의 주장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은 역사의 극히 단편만을 묘사한 것이다. 중세는 갑자기 생겨난 시대도 아니고, 이미 그 이전 시기부터 쌓여 온 역사의 한 과정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중세의 농업 혁명-신기술의 발달-을 수도원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그때까지 절대 왕권과 종교의 위세에 눌려 살면서도 농업생산성을 키워온 그 시대의 농부들에게서 원인을 찾는 것이 당연하고 기본적인 순서라고 생각한다.
'음식' 또는 '식품'을 역사의 주체로 상정한 순간, 거기에는 '인간'이 배제되고 소외된다. 음식을 만들고, 식품을 가공하고, 농어업, 축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농부, 어부의 노고는 사라지고 만다. 이 책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 바로 '노동하는 인간'의 구체적인 모습이었다.

또 하나의 의문은 '무계급성'이다.
적어도 역사를 다루는 저자라면, 인간의 역사는 곧 '계급투쟁의 역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마르크스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계급투쟁 이론'이나 '사적 유물론' 또는 '변증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유사 이래의 역사가 계급으로 분화하고, 계급 사이의 갈등이 사회와 세계를 바꿔왔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이것은 단지 '정치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음식이나 식품을 다루는 문제 역시 지극히 당연하게도 '계급성'은 어느 한 순간도 배제할 수 없는 핵심이다.
이 책에서는 유럽의 제국들이 식민지를 착취하는 과정에서 지배계급의 폭력은 말하지 않고, 중세나 현대에서도 자본가와 노동자 또는 자본가와 농민의 갈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심지어 프랑스 혁명을 '식량폭동'이라고 격하한다.
식량이나 식품에 관한 생산성의 증대는 많은 부분 착취와 관련되어 있다.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노예 노동이나 농노를 통한 생산성 증대는 말할 것도 없이 계급적 폭력의 결과였다. 이런 내용들이 이 책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는데, 그것은 바로 유전자 조작 식품(GMO)에 관한 것이다. 저자들이 의도적으로 빼놓은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다루기에는 이 책의 내용이 적당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음식의 제국'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당연히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 다뤘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가장 실망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는데, 유전자 조작 식품을 다루지 않음으로 해서, 이 책은 반쪽짜리 책에 불과하고, 명성이 있다면, 스스로 먹칠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 다루지 않으려면, 이런 책도 쓰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 용기도 없이 음식으로 보는 세계문명사를 다루겠다고 나선 것이라면 만용이거나 사기에 불과하다.
이 책은 나름대로 배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책에는 없는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개 아는 내용을 집대성한 것으로, 이 책만이 갖는 훌륭한 장점을 추려내기는 어렵다. 게다가 책의 구성이나 집필 내용이 너무 산만하고 복잡하게 되어 있어, 내용이 그리 어렵지 않음에도 책을 읽어나가기가 어렵다. 무려 24쪽에 달하는 미주가 있지만, 그 많은 참고 문헌이 있음에도 내용은 뛰어나지 않고, 마지막까지 '식품 제국'이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저자들이 말하는 '식품 제국'의 실체는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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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골든아워 1~2 세트 - 전2권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8 골든아워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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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골든 아워 - 의사 이국종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닦느라 자주 책을 내려놔야 했다. 내가 사는 나라에, 이국종이라는 의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세상은 충분히 살아갈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국종은 이 두꺼운 두 권의 책에서 거의 웃지 않는다. 그가 방송에서 보이는 그 날카로우면서도 서늘한 무표정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고통스러운 의사의 삶에서 비롯한 것임을 알게 된 것도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이국종은 아덴만의 영웅이고, 판문점을 넘어 귀순한 북한 병사의 벌집이 된 몸을 살려 놓은 중증외과의사다. 정치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국종을 이용해먹고 버렸으며, 관료들은 펜대를 굴리며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겼고, 그가 속한 병원은 그를 적자를 내는 쓸모없는 존재로 폄하하고 모욕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갔다. 그의 본업인 외과의사로서, 목숨이 경각에 놓인 중증 환자들을 헬리콥터로 이송하며, 살을 가르고, 뼈를 자르고, 내장을 잘라 이으며 누군가의 가족인 환자의 목숨을 살려 놓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삶의 끈을 놓고 세상을 떠나는 장면을 보면서, 죽은 사람과 그의 가족들의 슬픔과 아픔을 바라보고, 경험하면서 그의 얼굴에서 웃음은 사라졌다.
그는 헬리콥터를 타고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몸이 망가져 갔고, 왼쪽 눈은 실명이 되고 말았다. 자신의 몸이 무너져가고 있어도 그는 외과의사로서 환자를 살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한국의료 시스템에 중증외상센터를 구축하려는 그의 노력은 그의 출세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이다. 온갖 핍박과 수모를 감수하며 그가 선진국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것은 극심한 외상을 입는 사람들이 대부분 가난하고 배우지 못해서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을 살릴수록 병원에 적자가 커지는 구조여서 이국종의 팀은 병원에서 미운오리새끼가 되고 말았다. 그는 너무나 오래, 너무 많이 분노하고, 체념했으며, 절망했다. 병원과 정부의 지원이 미약한 상황에서 이국종은 자신이 선진국에서 배운, 올바른 의료 체계를 한국에 도입하려는 의지가 나약해지고, 포기하게 될 것을 자주 생각한다. 의사도 인간이고 극한의 상황에 몰린 사람의 인내도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이 책은 의사 이국종이 겪은 16년의 기록이다. 그는 외과의사로서 늘 수술실에서 집도를 하는 주 업무를 하면서, 중증외과센터를 건립하려 추진하고 있고, 자신이 속한 병원에서는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 그와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 소방대원, 헬기 조종사 등 인명구조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우리 사회의 영웅들 모습이 동시에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술실에 들어오는 수많은 환자들이 의사, 간호사들의 손길을 거쳐 생명을 되찾거나, 영원히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생생한 한국 사회의 현실이자 민낯이며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기도 했다.
이국종은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가 세월호 침몰 당시, 헬리콥터를 타고 세월호 바로 위에서 비행하던 장면에서 다시 울컥하며 눈물이 앞을 가렸다. 지금도 생각하기조차 힘든 4월 16일의 그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본 이국종은 수백명의 생명이 생매장 당하는 사회를 보면서, 의사로서, 한 사람으로 이 사회에 희망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가 끝가지 견디는 힘은 그와 함께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국종과 함께 하는 동료 의사, 간호사들, 소방관들, 비행사들 그리고 정직하고 유능한 공무원들이 있어 그가 견디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끝부분에 그들의 이름과 경력을 밝혀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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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골든아워 1~2 세트 - 전2권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8 골든아워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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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의 글에서는 피와 땀과 눈물이 쏟아진다. 삶의 오욕과 영광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법한, 그래서 나같은 소시민은 결코 알 수 없는, 영웅의 세계에 그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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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후두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그에게는 아내와 두 딸이 있다. 이혼한(사별한) 아내에게서 얻은 큰딸은 혼자 욕조에서 아이를 낳는다. 남자의 두번째 아내에게서 낳은 딸은 아직 어리다. 어린 딸과 손녀의 나이 차이는 겨우 8살에 불과하다.
큰딸이 혼자 욕조에서 아이를 낳을 무렵, 후두암 진단을 받은 남자는 치료가 잘 될 거라고 가족에게 말한다. 이야기는 이 가족의 각자 시각으로 바라본다. 큰딸 미리암, 작은딸 타마르, 아내 파울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인공 다비드의 시선이다. 
미리암은 코소보에서 전쟁 사진을 찍는 보도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참혹한 전쟁을 보면서 충격을 받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한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임신을 하고, 혼자 아이를 낳는다. 후두암 걸린 아버지에게 간난아이를 보여주고, 아버지와 새엄마 그리고 배다른 동생은 모두 미리암의 아이를 예뻐하고 사랑한다. 미리암이 보는 아빠의 투병 과정은 슬프지만 격렬하지 않다. 그 자신이 이미 죽음의 사선을 경험했기에, 삶과 죽음이 이질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죽음의 신과 춤을 추며 아버지도, 자신도 언젠가 죽음의 신을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 어린 타마르가 바라보는 아버지의 죽음은 또 다르다. 이제 겨우 여덟살인 타마르는 아버지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많이 슬퍼하지만, 아버지의 영혼을 작은 병에 채워넣을 수 있다는 동무의 말을 믿는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으면 미라를 만들어 침대에 뉘어 놓고 가까이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마르는 아빠와 둘이 마지막 여행을 떠나고, 부녀는 별장이 있는 호숫가에서 낚시도 하고, 물놀이도 하면서 다정한 시간을 보낸다. 여기서 타마르는 호수 속 인어를 만나고, 아빠의 죽음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한다. 아빠는 영원히 함께 있을 거라는 걸 믿는다.
파울라는 다비드와 나이 차이가 꽤 있다. 17년 차이가 나는 부부로 살지만 파울라는 다비드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물론 다비드도. 다비드가 위험한 고비를 넘길 때, 파울라는 자신이 하는 일-패블릭 디자이너다-때문에 핀란드로 출장을 다녀와야 한다. 남편을 생각하면 갈 수 없지만, 그녀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미리암에게 부탁한 다음 출장을 다녀온다. 출장지인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난 한 노인에게서 남편의 젊었을 때 냄새를 맡고 고마워한다. 그녀가 출장에서 돌아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비드는 세상을 떠난다.
마지막 장에서 다비드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다비드는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 오고 있음을 느낀다. 그는 꿈과 환상이 뒤섞인 잠속에서 유모를 만난다. 유모는 다비드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병상에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후두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다음 목소리를 잃는다. 그는 통증 때문에 거의 모르핀에 의지하며 지내는데, 30년 친구인 의사 조르지에게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마침내 다비드는 고요하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한다. 슬프지만, 아름답고, 따뜻한 작품이다. 우리의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가족의 죽음을 다룬 그래픽 노블 가운데 훌륭한 작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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