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후두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그에게는 아내와 두 딸이 있다. 이혼한(사별한) 아내에게서 얻은 큰딸은 혼자 욕조에서 아이를 낳는다. 남자의 두번째 아내에게서 낳은 딸은 아직 어리다. 어린 딸과 손녀의 나이 차이는 겨우 8살에 불과하다.
큰딸이 혼자 욕조에서 아이를 낳을 무렵, 후두암 진단을 받은 남자는 치료가 잘 될 거라고 가족에게 말한다. 이야기는 이 가족의 각자 시각으로 바라본다. 큰딸 미리암, 작은딸 타마르, 아내 파울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인공 다비드의 시선이다. 
미리암은 코소보에서 전쟁 사진을 찍는 보도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참혹한 전쟁을 보면서 충격을 받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한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임신을 하고, 혼자 아이를 낳는다. 후두암 걸린 아버지에게 간난아이를 보여주고, 아버지와 새엄마 그리고 배다른 동생은 모두 미리암의 아이를 예뻐하고 사랑한다. 미리암이 보는 아빠의 투병 과정은 슬프지만 격렬하지 않다. 그 자신이 이미 죽음의 사선을 경험했기에, 삶과 죽음이 이질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죽음의 신과 춤을 추며 아버지도, 자신도 언젠가 죽음의 신을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 어린 타마르가 바라보는 아버지의 죽음은 또 다르다. 이제 겨우 여덟살인 타마르는 아버지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많이 슬퍼하지만, 아버지의 영혼을 작은 병에 채워넣을 수 있다는 동무의 말을 믿는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으면 미라를 만들어 침대에 뉘어 놓고 가까이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마르는 아빠와 둘이 마지막 여행을 떠나고, 부녀는 별장이 있는 호숫가에서 낚시도 하고, 물놀이도 하면서 다정한 시간을 보낸다. 여기서 타마르는 호수 속 인어를 만나고, 아빠의 죽음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한다. 아빠는 영원히 함께 있을 거라는 걸 믿는다.
파울라는 다비드와 나이 차이가 꽤 있다. 17년 차이가 나는 부부로 살지만 파울라는 다비드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물론 다비드도. 다비드가 위험한 고비를 넘길 때, 파울라는 자신이 하는 일-패블릭 디자이너다-때문에 핀란드로 출장을 다녀와야 한다. 남편을 생각하면 갈 수 없지만, 그녀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미리암에게 부탁한 다음 출장을 다녀온다. 출장지인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난 한 노인에게서 남편의 젊었을 때 냄새를 맡고 고마워한다. 그녀가 출장에서 돌아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비드는 세상을 떠난다.
마지막 장에서 다비드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다비드는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 오고 있음을 느낀다. 그는 꿈과 환상이 뒤섞인 잠속에서 유모를 만난다. 유모는 다비드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병상에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후두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다음 목소리를 잃는다. 그는 통증 때문에 거의 모르핀에 의지하며 지내는데, 30년 친구인 의사 조르지에게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마침내 다비드는 고요하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한다. 슬프지만, 아름답고, 따뜻한 작품이다. 우리의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가족의 죽음을 다룬 그래픽 노블 가운데 훌륭한 작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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