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기르다 청년사 작가주의 1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숙경 옮김 / 청년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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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개를 싫어하진 않지만, 도시에서는 개가 무서웠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살면서 개를 키울 환경이 못 되었다.

마침내 시골로 이사하고, 작은 마당이 있어 개를 키울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평범한 진돗개 잡종을 키웠는데, 이름을 '순심이'라고 지었다. 암놈이었다.

마당에 놓고 길렀더니 어떤 발정난 개새끼가 흘레를 붙어 임신을 하고 말았다.

매섭게 추운 2월 초에 새끼를 낳는데, 무려 8마리를 낳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마리가 곧바로 죽었고, 겨우 두 마리가 살았다.

개를 처음 길러 경험이 없었기에, 개가 출산을 하는 것도 몰랐고,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도 몰랐다.

주인의 무지 때문에 어미개는 새끼를 거의 다 잃었고, 나는 그 핏덩이를 언 땅에 묻어야 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개를 계속 기를 자신도 없었다.

결국 '순심이'와 그 새끼들을 마을 이장네로 보냈다. 이장네로 보내면서도 마음이 언짢았고, 미물이라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죄책감이 들어 퍽 미안했다.

다시는 개를 키울 생각이 없었는데, 아내가 회사 동료에게서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왔다.

하얗고 예쁘게 생긴 강아지였다. 그때 처음 '그레이트 피레니즈'라는 종이 있다는 걸 알았다.

강아지는 무럭무럭 자랐고, 하얀 털이 복실복실하고, 무엇보다 순하고, 애교가 있어서 개를 기르는 즐거움이 있었다.

우리는 강아지에게 '루팡'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녀석은 하루가 다르게 몸집이 커졌다.

그레이트 피레니즈는 대형견이어서 사료도 많이 먹고, 똥도 많이 쌌다.

개 종류가 퍽 많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레이트 피레니즈만한 개는 드물다는 생각이다.

한동안 잘 자라던 루팡은, 몹시 더운 여름 어느 날, 허무하게 세상을 떴다.

그 전에 죽을 고비를 한 번 넘겼는데, 실력 있는 수의사가 정성을 다해 살려주었다.

하지만 그 정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루팡은 갑작스럽게 죽고 말았다.

그리고 그 죽음은 주인의 무지와 어리석음이 원인이었다.

울면서 루팡을 묻었다. 죽은 개를 생각하며 그렇게 많이 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불쌍한 루팡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안타깝고, 죄스러운 마음이 밀려왔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개를 기르다'에서 개가 수명을 다 해 온전한 삶을 살다 죽는 것을 보면서 많이 부러웠다.

한낱 미물이라도, 건강하게 사람과 한평생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할까.

나는 루팡이 죽기 전에 아주 조금 개고기를 먹었지만, 루팡이 죽은 뒤로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먹을 수도 없다.

지금도 루팡은 내 기억 속에, 마음 속에서 살아 있다. 아마 평생 마음 속에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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