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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세계 (2disc)
박지영 외, 한재림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왜 또 조폭영화냐는 물음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세계는 ‘해석’하기 나름이니까.
송강호의 연기는 영화 전체에서 빛을 발하고, 조폭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우리의 주연급 조연배우들 역시
영화의 수준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영화는 ‘조폭’ 영화가 아니라 조폭에 몸 담고 있는 한 ‘가장’의 이야기다.
따라서 조폭의 비정함이 자주 나오기는 하지만, 그 비정함은 ‘가장’인 조폭의 힘겨운 삶을 드러내는 배경일 뿐이다.
송강호와 오달수는 서로 다른 파에 속해 있는 중간 보스지만 어릴적 친구 사이다.
노회장은 송강호가 힘겨울 때 도와준 유일한 ‘형님’이지만, 송강호의 라이벌이 친동생이기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영화의 껍데기를 벗겨놓고 보면, 이 영화는 한 ‘가장’이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직장 상사에게 잘 보여야 하고, 동료와 경쟁해야 하며, 끊임 없이 업무 처리에 문제가 생기는 직장인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바로 그 ‘직장’이라는 것이 ‘조폭’과 다름없는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 하면서도-주인공이 끝내 죽지않고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조직’을 통합해 더 좋은
위치에 자리 잡았기 때문-결코 행복하지 않은 모습으로 끝난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핵심인데,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단지 ‘기러기 아빠’라는 문제가 아니라, 작게는 ‘가족’의 문제, 개인의 행복, ‘행복함’의 의미를 비롯해
송강호가 속해 있는 사회 전체의 구조에 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폭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사회다. 조폭이 행복한 삶을 꿈꾸는 것 또한 아이러니한 사회다.
하지만 조폭에 몸 담고 있는 ‘개인’이 행복한 삶을 꿈꾸는 것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 두 가지 논리가 모순을 일으키고 있으니 이것 또한 아이러니가 아닌가.
송강호의 눈물이 바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