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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과 군수 (2disc)
장규성 감독, 유해진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 별4개.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스토리도 좋다.
* 진보의 대중화와 우익의 희화화
제목을 좀 어렵게 쓴 듯 한데, 사실이다. 이 영화는 그저 웃고 즐기자는 코미디 영화일 수도 있지만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영화로 해석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도 이장과 군수는 상당히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다.
또한 이장과 군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마음에 더 많이 와 닿았다.
실제로, 이장 노릇을 어떤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마을은 엄청나게 많이 달라진다.
군수도 어떤 사람이 군수 노릇을 하느냐에 따라 군 전체의 모습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나라의 모습이 달라진다고 하면 너무 오버하는 것일까?
이 영화에서 군수는 37살의 젊은이다. 시골의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었으니 37살이면
엄청나게 젊은, 아니 어린 나이다.
하지만 그는 대학생 때 학생운동을 했고, 비교적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소신있고 양심적인 인물이다.
그의 친구 이장은 이장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마을 주민들에게 떠밀려 이장이 되었고
단지 자기보다 못했던 친구가 군수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나쁜 라이벌이다.
시골 군 단위에는 토호 세력이 있게 마련이고, 부동산 업자로 대표되는 토호세력은
군수를 어르고 달래보지만 먹혀들지 않자 온갖 추잡한 짓을 다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진보 즉, 군수는 지역 발전을 위해 ‘방폐장’ 건립을 추진하고
토호세력 즉, 부동산 업자와 지방 공무원들은 ‘방폐장 건립’을 반대하는 세력이 된다.
80년대에 무수히 불렀던 운동권 노래들이 우익들의 집회에서 울려퍼지고
전두환 정권의 홍보 가요로 히트했던 정수라의 노래가 진보의 입장에서 흘러나온다.
군수의 친구인 이장은 자격지심과 열등감, 개인적인 욕심 등으로 우익에게 이용 당하고
나중에서야 정신을 차린다.
이 영화의 미덕은 영화 막판에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데 있다.
코미디 영화이니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의 현실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는 것을 냉정하게 보여줌으로써, 진보가 가야할 길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