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인생 - 개정판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위기철씨가 쓴 '아홉살 인생'을 읽었다.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이미 저 멀리 아득한 추억의 숲으로 사라진 나의 아홉살 때 기억을 되살렸다. 나는 아홉살이 되어 그 책을 읽었고 마음에 잔잔한 슬픔이 고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 아홉살은 슬픈 나이일까. 

아니다. 아홉살이 슬퍼서가 아니라 힘겨운 나날을 살아온 우리의 아홉살은 모두 슬펐을 것이며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민이는 - 주인공의 이름이 백여민이라는 사실이 더욱 나의 이야기같기도 했지만 - 건강하고 밝게 자란=다. 나의 아홉살은 어떠했던가. 수줍음과 부끄러움으로 맞은 2학년 시절, 내 짝은 여자아이였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앉은 여자아이. 그 여자아이의 이름을 나는 지금도 잊지않고 있다. 아주 가끔씩 졸업앨범을 펼치면 거기에는 그 시절의 나와 그 아이가 들어있다. 비록 반은 달랐지만 그 아이는 아주 예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나는 뭐가 못마땅한지 잔뜩 인상을 쓴 얼굴로 들어있다. 여민이가 장우림과 사귀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내 짝과 사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수줍을을 너무 탔고 열등감이 심했다. 나는 자라면서 서른이 되어서도 부끄러움과 수줍음에서 그리 많이 벗어나지를 못했다. 나의 국민학교 2학년 짝이었던 여자아이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우습지 않은가. 이미 많은 것이 변한 세월을 살면서 이제 그런 과거의 추억을 들쳐내어 아파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때는 꿈이 있었다. 나는 조금도 허황된 꿈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가장 큰 꿈이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내가 선생님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홉살 인생'에서도 나오지만 바로 그 선생님때문이었다. 나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행운을 얻지 못했다. 왜 우리의 스승들은 제자들 보기를 돌이나 돈으로 생각했을까. 

내가 성적이 나쁘고 공부를 점점 못하게 된 이유를 겨우 선생님을 잘못 만났다는 핑계로 대신할려고 그러는 것이나 아닐까. 어쨌거나 나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신기종이 처럼 발이 까마귀 발처럼 새까매도, 공부를 지지리 못해도, 가난때문에 육성회비를 제 때에 못내도 매를 들거나 욕을 하거나 인간적으로 무시하거나 경멸하거나 부자집 아이들과 차별하지 않는 그런 선생님이고 싶었고 그런 선생님을 정말이지 만나고 싶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은 공납금이 밀렸으니 집에 가서 가지고 오라며 나를 되돌려 보냈다. 

나는 집으로 향하면서 매우 우울했거나 어쩌면 조금은 울었을 것이다. 무엇이 나를 우울하게 했는지, 나를 울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아홉살의 나이에 무엇을 알겠는가. 하지만 나는 열 네 살이 되어 같은 경험을 했다. 비록 학교는 아니었지만 가난때문에 울어야 했던 그 기억들......

 아홉살 인생은 나를 아홉살에만 묶어두지는 않았다. 산꼭대기 동네, 가난한 이웃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든 삶들은 =지금과 그리 달라지지 않았음을 본다. 그리고 내가 세 번의 아홉살을 겪는 동안 그런 막연한 슬픔의 정체를 알았다는 것이 시간의 변화라면 변화일까. 

 위기철씨의 '아홉살 인생'을 읽으면서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깨달았다. 

사실은 나도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조금 시작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너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지금은 중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나도 나의 어릴적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나의 살아온 삶을 한번쯤은 뒤돌아 보고싶은 생각에서 이다. 

 위기철씨는 '아홉살 인생'을 아마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나 '어린왕자' 등을 염두에 두고 쓴 듯한 생각이 든다. 특히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와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나의 주관적인 생각일까. 그리고 이건 읽으면서 느낀 것인데, 문체가 마치 번역된 외국 소설을 읽는 듯 했다. 이것도 내가 뭘 모르기 때문일까. 과장된 표현과 말투들에서 그런 것을 느꼈는데, 이것은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느낀 것을 그대로 말하는 것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아주 조금 위기철씨를 알고 또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이제는 이야기 작가로 나선 위기철씨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처럼 중요한 것이 어디있을까. 

나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아직은 먹는 것보다 굶는 것이 더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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