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좀머씨 이야기]를 읽고

 신간안내에 실린 [좀머씨 이야기]를 본 순간부터 나는 그 책을 읽고싶어서 안달이 났다. 그것은 그 책이 무슨 특별한 내용이어서는 아니었다. 바로 그 책을 쓴 작가가 [향수]의 작가라는 오직 한 가지 이유만으로 나는 무조건 그의 신간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파트린크 쥐스킨트. 그는 우리 문학계에 그리 잘 알려진 작가가 아니다. 하지만 그가 현재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라는 점에서 우리 문학계도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을 것이다. [향수]는 매우 독특하고 신비롭기까지한 내용이어서 나는 그 책에 깊이 빠졌다. 16세기의 프랑스 사회상과 풍속도를 ‘향수’라는 매개물로 그려내는 이 소설은 이탈리아에서 ‘장미십자회’와 종교적 지하단체를 그린 [푸코의 추]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와 함께 나에게 모범적인 작가로 등장했다.
 [좀머씨 이야기]는 한 소년 - 작가 자신일수도 있는 - 의 성장기이다. 성장과정에서 그가 보았던 ‘좀머’라는 사람의 삶과 죽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본 이야기이다. 이런 유형의 이야기는 어느나라 작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사람. 쥐스킨트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가 자란 고향의 아름다운 풍경과 마을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좀머’라는 좀 이상한 어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빛내는 것은 쥐스킨트의 수채화같은 소설이지만 그와 함께 장 자끄 쌍뻬의 그림도 큰 몫을 한다. 장 자끄 쌍뻬는 프랑스의 만화가로 그 그림은 만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아는 작가이다.
 그의 수채화 그림으로 쥐스킨트의 소설은 더욱 살았다. 그러나 소설의 내용에서 [향수]와 같은 독특한 내용이나 신비스러움은 없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이다. 원고분량도 적어서 생각보다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없었다. 다만 쥐스킨트도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것과, 나도 그런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에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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