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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1 (양장) - 제1부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개미」를 읽고
‘열린책들’에서 나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읽었다. 400쪽에 가까운 책을 반나절이 넘게 쉬지않고 읽으면서 개미의 세계를 넘어 지구와 우주에 대한 신비에 새로운 눈을 뜨는듯 했다. 이 책은 그동안 나온 독특한 소설들 가운데 하나로, 움베르토 에코, 파트리크 쥐스킨트 등과 함께 읽는 즐거움을 주는 소설이다.
소설의 구성도 매우 독특하게 꾸며져 있다. 전혀 관계가 없는 두 개의 이야기가 끝까지 가서는 하나로 만나도록 해놓았다. 추리소설의 기법을 도입한 것도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데 효과를 보이고 있다. 작가는 소설가이기 전에 ‘개미박사’여서 개미의 생태학적 보고가 매우 정밀하고 풍부하며 뛰어난 상상력과 함께 개미의 삶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그런 생물학적 내용들이 문학과 만날 때, 작품은 뼈와 살을 얻는 것이다.
불가사의한 개미의 집단적,사회적 생활이 인간의 삶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으며 또한 오래도록 살아남으리라는 것은 일종의 예언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는 하지만 지구에서 살다가 사라지는 포유류의 한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개미」는 깨닫게 한다. 인간은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에 도전을 하는 능력있는 존재이긴 하지만, 정작 지구의 표면에 가까이 살고 있는 수천억의 곤충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 인간만큼이나 다양한 사회성을 가지고 있는 개미를 통해 인간과 대비시키며 공존을 해야하는 당위성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인간과 다른 어떤 생물과의 대화를 시도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였지만, 「개미」에서처럼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대화는 없었다. 인간이 위대하다는 것은, 다른 생물들이 인간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인간이 먼저 생물들을 향해 말을 걸었다는 것이다.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이 시도는 사실 전부터 있어왔다. 돌고래의 음파를 분석해서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지능있는 동물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도 인간이다. 이처럼 인간들은 인간들끼리 나누는 상호소통의 기능을 확대하여 다른 생물들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소설은 아직은 미래를 가상하고 있지만 어쩌면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개미의 생활은 매우 치밀하고 적확해서 독자가 마치 개미굴에 들어가 살고 있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