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면은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자연 환경이 잘 보전된 지리적 특성을 갖춘 천혜의 지역입니다. 양평군이 생태, 환경 지역으로 발전 방향을 갖추고 유기농과 친환경 농산물을 기본으로 하는 농업과 문화, 예술의 면모를 갖추는 지역으로 나아가는 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서종면 역시 친환경, 유기농업과 함께 지역 문화의 활성화, 문화 기반을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농촌은 기본 단위가 ‘마을’이기는 하지만, 생활 영역은 주로 ‘면 단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합니다. 특히 지역에서 작은 일이라도 하다보면 면 전체의 동향을 듣게 되고, 면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자주 접촉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낯을 익히고 인사를 하게 됩니다.

서종면은 서울로 대표되는 도시민의 유입이 많은 곳입니다. 도시에서 살다 서종면으로 이주하는 가구는 그 이유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모두 ‘서종면’이라는 한 지역에 모여 살게 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흔히 ‘원주민’과 ‘이주민’으로 부르며 보이지 않는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주민’은 ‘원주민’이 텃세를 부린다고 하소연하고, ‘원주민’은 ‘이주민’이 돈 있고 많이 배웠다는 것을 내세워 유세를 한다고 하소연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원주민’과 ‘이주민’은 서로 사이좋게 어울려 문제없이 잘 살아갑니다. 어디나 할 것 없이 사람 사는 곳에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크고 작은 문제 없는 마을이 없을 것으로 압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농촌에 살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과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또한 농사를 짓는 사람의 연령대 역시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른 지역도 그렇겠지만, 서종면도 노인의 인구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도시에서 이주하는 분들의 연령이 비교적 낮아서 전체 평균 나이가 적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만, 특히 ‘원주민’ 가운데 노인이 많고, 농사를 짓는 분들 가운데 노인의 비중이 높습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대부분 노인이라는 점이 문제의 심각함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현재 60대 이상의 노인들은 전통적인 농촌 생활을 했던 마지막 세대입니다.

연세가 너무 많은 분들은 농사 일을 하지 못하고, 농사 일을 하는 세대는 ‘관행 농법’에 의존해 변화하는 농업 기술과 농업의 미래에 대해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젊은 농부는 새로운 농업 정책과 농업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농사를 지으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될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는 여전히 ‘농사’를 하찮은 노동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도시에서 살다 힘들면 ‘시골가서 농사나 짓지’라고 쉽게 말하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배우지 못하고,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농사’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의 농촌과 농업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다행히 우리 농촌은 새로운 농업 기술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도전 정신을 갖고 앞서서 뛰는 젊은 농부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 마을에 살면서 도시 이주민들 가운데 농사 지을 땅이 없거나, 농사 짓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농촌에서 농사를 하지 않는다면 농촌 공동체가 건강하게 꾸려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은 도시와 달리 마을 단위의 공동체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을의 애경사에 서로 부조를 하고, 마을 부역, 행사, 잔치, 장례 등의 큰일에는 마을 전체가 힘을 모으는 아름다운 전통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도시에서 살다 들어 온 사람들은 이런 전통이 단절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농촌 공동체를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해 마을에서 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기를 권합니다.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원주민’들은 대개 땅이 있거나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주민이 마을에 들어왔을 때, 마을에서 땅을 마련해 이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생각해 봅니다.

한 예로, 어느 마을에 들어 와 사는 이주민이 있었는데, 농사를 지을 만한 자기 땅이 없어서 손바닥만한 마당에 상추나 심어 먹고 있었는데, 마을 이장이 농사를 짓던 땅에서 밭 한 뙈기를 나눠 주었습니다. 뭐든 심어 먹으라고 내 준 것이지요. 그곳에 고추모 한 판을 심을 수 있었고, 고추모 한 판에서 가을에 몇 푸대의 붉은 고추를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온 이주민들은 농사를 지을 줄도 모르고, 엄두를 내지도 못하지만, 논이며 밭에서 나날이 자라는 채소를 보면 은근히 욕심이 나게 마련입니다.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이 자기가 짓는 땅에서 한 뙈기만 떼어 주고 고추며 무, 배추 등을 심어 먹으라고 하면 서로 가까워지는 계기도 되고, 이주민이 쉽게 마을에 적응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며, 농촌 공동체를 실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일을 주민들 각자가 나서서 하기는 어려울테니 마을 이장과 개발위원회 등에서 앞장 서 적절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을 하늘처럼 여기고 살면서도 정작 농사를 천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농사를 오래 지은 사람은 지도자가 되고, 이제 도시를 벗어나 농촌에 정착하려는 이주민은 농사를 배워가며 자연의 섭리를 깨우치는 농민의 마음을 이해하며 서로 융화하고 돕는 이웃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농촌과 농업과 농사가 지금은 천대 받고 있습니다만, 농촌과 농업만이 한 나라를 살리는 근본이며, 뿌리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또한, 대농보다 중, 소농이 많아져야 합니다. 농산물은 직거래를 통해 제 값을 받아야 하고, 농부라는 직업이 외국처럼 중산층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존경받는 직업이 되야 할 것입니다.

 

정배2리 이장 백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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