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가 한국의 아름다움을 대표한다?

 

해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라는 것을 한다. 미스코리아 뿐만 아니라 지방도시에서도 무슨 무슨 이름을 내걸고 젊은 여성들을 선발하는 대회가 꽤 많다. 남원의 ‘춘향이’, 영양의 ‘고추 아가씨’, 양평의 ‘산나물 아가씨’ 등 각 지방에서는 주로 특산물과 관계있는 것으로 젊은 여성들을 선발하는 대회를 갖고 있다.

젊고 아름다운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다. 누구나 젊은 시절을 보내기는 하지만 젊다는 것은 언제나 특권이고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또한 아름다운 여성은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한다. 외모의 아름다움도 사람의 눈과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아름다운 여성이란 그저 일상적으로 생활하면서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여성을 말하는 것이다.

올해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했다. 엄청나게 많은 - 무려 51명 -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웃고 노래하고 과감하게 노출을 한 채로 전국의 시청자들을 ‘즐겁게’해 주었다. 그런데, 이런 미스코리아와 같은 선발대회가 왜 있어야 하는지,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먼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주최하는 쪽의 말을 들어보자.

미스코리아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대표해서 외국의 미인선발대회에 나가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냈다고 한다. 또한 미스코리아는 외국의 국빈이나 귀빈들의 접대를 맡아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인다고 한다. 이 정도 이유이다. 더 어떤 일을 하는지는 나중에 말하겠다.

그렇다면 이만한 이유를 가지고 해마다 엄청난 경비와 시간을 들여가며 미스코리아를 뽑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미스코리아를 왜 뽑아야 하는지 궁금한 이유는 또 있다.

첫째, 미스코리아가 국민에게 어떤 존재인가? 앞에서 말한대로 외국의 귀빈이나 국빈에 대한 대접 정도라면 굳이 이렇게 거창하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같은 방식을 거치지 않아도 충분한 일이다. 그리고 외국의 미인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국내 선발전이라면 역시 생방송으로 2시간 30분이나 공공전파를 낭비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둘째, 미스코리아의 기준이 무엇인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2시간 30분씩이나 낭비하면서 뽑는다는 미스코리아의 선발기준은 무엇인가? 아름다움?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일게다. 키크고 서구적으로 생긴 여자들을 한국적인 여성이라고 선발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겉모습만을 보고 아름다움의 기준을 삼는 것은 더욱 옳지 않다.

이렇게 전혀 긍정적이지 않은 이유들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미스코리아라는 여성을 선발하는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보자.

앞에서 든 예처럼 외국에서 오는 귀빈이나 국빈의 접대에 미스코리아가 참석을 한다는 것은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미스코리아가 없으면 접대가 안되는 것인가? 외국인 접대에 반드시 미인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미스코리아라는 것이 결국은 접대부 정도의 위치밖에는 안되는 것인가? 서양에서 미스(자기나라)선발대회를 치른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꼭 따라가야 하는 법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방송국에서는 대대적인 홍보와 시설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생중계하고 있다. 그 이전에 이미 한달 이상의 준비기간을 갖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되는 막대한 비용은 완전히 소비되어 조금도 생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즉 물쓰듯이 써서 없애버리는 돈인 것이다.

예전에 어떤 미스코리아는 선발되고서 누구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냐면, 바로 ‘미장원 언니’였다. 미장원이 미스코리아를 만드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는데, 미스코리아가 되고자 하는 젊은 여성들의 사고방식도 절대 건전하다고 볼 수가 없다.

소문이긴 하지만 미스코리아가 되기 위해서는 돈을 몇 천만원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심사위원인 디자이너 아무개씨의 드레스를 맞춰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여성들의 허영심을 부추겨 거액의 돈을 낭비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라는 것이다.

또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극적인 대회이다. 성의 불평등 구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마치 국가가 공인한 듯한 성차별과 성상품화의 대회이다.

몇년전에 월간 「샘이깊은물」에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대한 토론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박수동씨의 삽화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수영복을 입고 나오는 젊은 여성들의 몸을 훓어보는 시선이 어디에 가장 많이 머물렀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자본주의적 상품화의 극대화된 표현이다. 돈만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품으로 만들어버리는 놀라운 자본주의 세계에서 여성의 성은 매우 훌륭한 상품이다. 여기에 미개한 여성들-그들도 피해자임은 분명하다-의 적극적인 허영에 힘입어 수 천만 명의 시선 앞에서도 부끄럼없이 옷을 벗어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양가집 규수라는 여성들이.

다시한번 말하지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라는 것은 당장 없어져도 우리의 생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고, 국가적으로도 하등의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 방법은 얼마든지 따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며 겉모습만 보고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것처럼 사람을 기만하는 것도 없다. 그런 것을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허황된 꿈만 키우고 교양을 쌓기보다는 성형수술을 해서 얼굴만 예뻐질려고 하는 것이다.

오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온 젊은 여성들 가운데서 바느질, 김치담그기, 간장다리기 등을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을까. 내가 보기에는 없다. 왜? 그들이 차림새를 보라. 화려한 치장, 긴 손톱, 늘 가꾸고 다듬지 않으면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하자면 부엌에서 보낼 시간이 없지 않겠는가?

아름다운 여성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아름다운 여성은 보는 사람을 기쁘게 한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인공적으로 가꾸고 겉모습만을 꾸민 것이라면 그것은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는 것이다. 차라리 못생겨도 마음씨좋고 음식솜씨 좋고 허영심없는 여성이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전파는 국민의 것이다. 즉,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이 국민의 것이라는 말이다. 방송국은 상업적 이익을 위하여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겠지만, 쓰레기같은 방송을 하면서 국민의 의식과 가치관을 더럽히는 것은 시청자와 국민을 모욕하는 행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미인을 뽑기위한 청문회를 마련하던지 아니면 이 따위의 쓰레기같은 미인선발대회를 하려거든 방송을 하지 말던지 아예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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