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마음 속에 응어리진 사건...   

올해를 넘기기 전에, 마음 속에 응어리진 사건을 털어놓고 가렵니다.

예전에 본의 아니게 갓길 주행으로 카파라치에게 사진이 찍혀 벌금을 물었다는 내용을 어떤 카페 게시판에 썼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 결과가 어떻게 되었냐 하면, 범칙금 내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 일단 사유서를 써서 제출하고 법원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뭐, 즉결 심판이었던 것 같은데, 법원은 태어나서 처음 가봤습니다.

아침에 가서 대기를 하고 있으려니까, 법복을 입은 판사가 들어오더군요.

그날은 몇 사람이 즉결 심판으로 대기하고 있었는데, 앞에 사람들도 1-2분 정도 간단하게 끝나더군요.

내 차례가 되었는데, 판사가 서류-아마도 제가 쓴 사유서일 겁니다.-를 쓱 보더니 '이유없다'고 하면서 벌금 10만원을 때리더군요.

범칙금을 그냥 내면 9만원이었는데, 그보다 더 많이 내게 되었습니다.

벌금을 내지 않고 [정식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판사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한 개인이 겪은, 진심으로, 내가 가진 모든 양심과 자존심과 우리 가족의 명예를 걸로 사유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는데, 그게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했던 겁니다.

법원을 나오면서 [정식 재판]을 할까 하다가 그냥 벌금 10만원을 물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형식적으로는 끝이 났지만, 마음 속에는 응어리가 졌습니다.

이 사회가 얼마나 부도덕하고 엉망인지, 정직하고 성실한 인간에 대한 배려가 눈꼽만큼도 없는 파렴치한 국가인지...

제가 겪은 사건은 정말 하찮은 것이지만, 개인 개인이 겪는 그 수많은 사연들을 모두 들어줄 여유가 국가적으로는 없을 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그 사건 이후에 몇 달 지나지 않아 곧바로 카파라치 제도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경찰이나 당국에서도 이미 카파라치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도 양심적인 시민의 말은 무시하고 카파라치의 사진을 믿고 일방적으로 벌금을 때리는 이런 사회야 말로, 희망이 없는 사회가 분명합니다.

이 사소한 사건 외에도 나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사회적으로는 분명 관련이 있는 사건들--최근의 노동자 분신 사건, 농민의 할복 자살 사건, 외국인 노동자들의 야만적인 대우, 철거민들의 항거 등등-을 보면, 우리 사회는 썩을대로 썩은 사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법과 제도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너무나 분명합니다. 한나라당을 비롯해 정치하는 놈들에게는 솜방망이이고, 묵묵히 일하는 서민에게는 철퇴가 되는 것이 법이라면, 그런 법은 불복종하는 것이 민주주의 시민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후, 나는 법, 판사, 검사 보기를 내 발가락에 낀 때만큼도 여기지 않습니다.

물론, 성실하고 진실하게 법을 집행하는 판사님, 검사님 많습니다.

하지만, 적지않은 판검사들은 권력에 아부하고 자기의 이익을 위해 법집행을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믿음이 빨리 사라지는 것이 좋은 사회겠지요.

나 혼자만 이런 불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할 수 없습니다. 내가 별종이어도, 역시 그건 내가 감수해야 할 문제일 테니까요.

다만, 정말 상식이 통하는 사회, 인간을 인간으로 대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너무나, 너무나 당연하게 상식이 통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게 왜 그렇게 안 될까요?

어렵고 힘들 일 하는 노동자-환경미화원, 119 대원,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 건설 노동자, 농민 등-들이 넉넉하게 월급받고, 자부심을 가지며 일하는 나라가 불가능한 걸까요?

국회의원이 자전거타고 출퇴근하고, 버스, 전철 타고 출퇴근하면서 시민들과 대화하고, 국정에 반영하고,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는 것이 불가능한 걸까요?

너무나 타락하고 더러운 꼴이 많아서 이에서 신물이 납니다. 탐욕스럽고 뻔뻔하고 교활하고 악랄한 정치가들을 날마다 봐야 하는 이 사회가 진저리가 납니다.

어쩔 수 없이,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어서 묵묵히 살아가지만, 왜 많이 배우고 권력을 가진 놈들은 사기치고, 도둑질을 해도 아무 탈이 없는 걸까요? 

내 자식에게 아무 것도 물려 줄 것이 없는 이 사회의 미래가 암담하고 비참할 뿐입니다.

그래도 희망을 가지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언제나 될 지 답답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