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달러 베이비 (2disc) - 할인행사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힐러리 스웽크 외 출연 / 덕슨미디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또 복싱 영화입니다. ^^

고백하자면, 저는 복싱을 지금도 퍽 좋아합니다. 예전처럼 열광적으로 환호하거나 텔레비전에서 하는 복싱 경기를 보거나 하지는 않지만, 복싱이라는 스포츠를 좋아합니다.

리영희 선생님은 몸으로 부딪치며 피를 튀기는 스포츠는 진정한 스포츠가 아니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복싱은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복싱 이외에 피를 튀기는 격투기는 스포츠라고 생각하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복싱은 힘과 힘이 겨루는 격투기임에는 분명하지만, 링에 올라가기 전까지 선수가 치러야하는 그 숱한 고통의 시간들이 마치 구도자의 수련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복싱은 ‘자기와의 싸움’이라고도 하고,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고독하다고 합니다.

바로 아래 ‘신데렐라 맨’이 진짜 복싱 영화이고 그 속에 가족의 소중함이 담겨있다면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복싱이라는 매개를 통해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이제는 영화배우보다 더 유명한 감독으로 자리잡은 크린트 이스트우드는 평범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끌고 나갑니다. 이 영화에서도 복싱은 ‘헝그리 스포츠’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주인공 매기의 집안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입니다. 매기의 가족은 진정한 가족일까? 프랭크의 가족은 있기나 한 것일까?

우리에게 가족은 무엇일까? 그리고 가족은 정녕 소중한 존재일까? 뭐, 이런 조금은 철학적인 질문들 말입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가족이라는 존재도 그런 건 아닐까요? 아니, 제 경험으로 보건대 분명 그렇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만, 저는 이 말은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말이 옳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 속에 담겨 있는 가족 이기주의, 혈연, 학연, 지연으로 얽매인 폐쇄된 관계들이 생각나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가족의 지평이 넓어져야 하고, 보편화 되어야 합니다. 내가 낳은 새끼만 자식이 아니듯, 내 부모의 형제만이 내 가족이 아니어야 하겠지요. 말로는 ‘사해평등’이니 ‘지구촌 공동체’니 떠들어대고, 기업에서도 ‘직원을 가족같이 공장일을 내일같이’ 구호를 외치면서 정작 비정규직에 해고에 노동조합 깨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걸 보면, ‘가족’이라는 이름의 위선과 기만이 얼마나 부조리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프랭크가 진정으로 사랑한, ‘나의 밀리언달러 베이비’를 저 세상으로 보내고, 스스로 사라지는 것은 피를 나누지 않았어도 진정한 가족의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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