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농민전쟁 1 - 제1부 계명산천은 밝아 오느냐 - 양장본
박태원 지음 / 깊은샘 / 1993년 5월
평점 :
품절


박태원 선생의 대하 소설, 갑오농민전쟁은 소설의 재미도 재미지만, 아름다운 우리말을 진솔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보석같은 책입니다.

더구나, 이 책은 박태원 선생이 말년에 병석에서 직접 손으로 쓸 수 없어서 입으로 부르는 것을 받아 적어서 완성한 소설이라고 하니, 선생의 그 집념이야말로 눈물겹습니다.

‘갑오농민전쟁’은 19세기말, 조선이 내외적으로 격동하던 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동학난’으로 알려졌던 1894년 갑오농민전쟁을 역사적으로 올바른 평가와 함께 자리매김한 책이기도 한 것이 이 책입니다.

보수 역사가들이 ‘동학난’이라고 부르던 것도 모두 일제 식민지에서 배운 ‘식민사관’의 영향이었던 것을 우리는 80년대까지 그대로 따라 배웠던 것이고, 그 후에 민중 사학자와 재야 사학자들이 ‘갑오농민전쟁’을 다시 조명하면서 역사의 의미와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일찍부터 ‘갑오농민전쟁’을 민중의 권력에 대항하는 봉기로 규정하고 썪어빠진 조선 왕조와 탐관오리, 그들 권력자들이 불러들인 일본과 청나라에 대항한 조선 민중의 가열찬 투쟁이라고 해석한 것은, 북한의 정체성에 걸맞는다 할 수 있습니다.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한 것도 지배권력이고, 항거하는 민중의 힘을 두려워해서 외세를 끌어들인 것도 지배계급입니다. 결국 지배계급-권력이란 언제든 민중을 탄압하는 ‘반민중성’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수의 기득권에 연연할 때, 다수는 고통으로 신음하게 된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경험은 천 년도 더 계속되고 있고, ‘생산 관계’만 달라졌을 뿐, 오늘 날에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역사 속에서 배울 것이 있다면, 민중이 권력과의 싸움에서 지지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입니다. 파리 꼬뮨도 실패했고, 우리는 실패한 역사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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