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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평점 :
제목이 겸손합니다. 중국에 노신이 있고, 미국에 노엄 촘스키가 있다면, 한국에는 리영희가 있습니다. 리영희 선생님이 노엄 촘스키와 비교 당하는 걸 기분 나빠하시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인텔리의 분류도 옛날 리영희 선생님의 글에서 읽은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인텔레에는 두 가지, 지식인과 지성인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지식인’은 많지만(아마도 99%쯤) ‘지성인’은 반비례해서 희귀한 존재입니다.
그 희귀한 지성인 가운데서 단연 군계일학인 분이 바로 리영희 선생님입니다. 이건 지나친 과장도 아니고 헛말도 아닙니다. 리영희 선생님 본인께서는 이런 말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만, 저 역시 리영희의 ‘사상적 제자’를 자처하고, 그 분의 책을 읽으면서 ‘의식화’되었기 때문에 진심으로 리영희 선생님의 존재에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깊습니다.
그간 발표하신 여러 저작과 글을 읽으면서, ‘실천하는 지식인’ 즉 ‘지성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나 주위 사람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가져오는가를 여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지성인이 호의호식하는 사회란, 일찍이 예가 없었습니다. 모든 권력이 곧 폭력이듯이 시대의 지성인은 ‘반체제’일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지성인’입니다.
이 책은 리영희 선생님의 자서전이어서, 선생님의 저서에서는 알 수 없었던 개인 기록들도 많이 나옵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많아서 선생님의 삶을 이해하는데 퍽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끔씩 임헌영 선생님이 민망한 경우를 당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물론, 격의없이 말씀하셔서 그런 분위기는 아니겠지만, 자서전을 대화 형식으로-선생님의 건강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하신 것도 퍽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리영희 선생님께서도 노신 선생님을 존경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지성의 계보라는 것은 역사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가 봅니다. 그것은 인종, 계급, 언어를 초월하여 인간의 보편성에 호소하는 ‘지성’의 힘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