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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영화들
이남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3월
평점 :
봉준호 영화들
'봉준호는 그 자체로 장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봉준호 영화는 기존 영화 문법을 깨뜨리고, 새로운 시도와 신선한 내용을 드러낸다. 봉준호는 자신이 만든 영화의 특징을 한 마디로 '부조리'라고 했는데, 부조리를 다룬 영화도 찾아보면 많고, 문학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봉준호 영화는 다른 영화에서 찾기 어려운 독특한 형식과 내용으로 관객 마음을 사로잡는다.
봉준호는 '부조리'하다는 내용과 함께 그의 영화에서 보이는 형식적 특징으로 '삑사리'를 들었다. '삑사리'는 속어로 쓰이지만, 무언가 잘못 어긋나는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한 단어로, 외국에서도 '삑사리'를 그대로 표현할 정도로 봉준호 영화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부조리'한 사회 현상을 '삑사리' 나는 상황으로 드러내는 봉준호 영화는 하나의 장르적 특징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봉준호 영화가 세계에서 주목하는 영화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영화적 형식 즉 독특한 연출 방식과 함께 그가 다룬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현상이 외국에서도 공감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봉준호는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들여다 보면서 그 안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의 보편적 모순을 발견하고 언급한다.
글쓴이 '이남'은 이런 봉준호의 영화 언어를 한국의 현대사와 맞물려 해석한다. 봉준호 영화에서 한국사회의 부조리가 특별하게 강조되는 건, 그가 '사회학'을 전공한 배경도 있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가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부독재 시절이었으며,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한국 사회를 강력하게 타격한 '신자본주의' 체제에서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핍진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봉준호는 모두 여덟 편의 장편 영화를 연출했고,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만 흥행에 실패했을 뿐, 모든 영화가 세계적 성공을 거둔다. 영화에서 '작품성'과 '흥행'이 반드시 등치하지 않지만, 좋은 영화를 알아보는 관객이 봉준호 영화를 선택한 건 그의 영화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의미다.
봉준호는 또한 '봉테일'이라는 별명도 있을 만큼, 사실성을 구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런 구체적이고 사실적 묘사가 영화의 서사를 보다 깊이 있게 만드는 핵심 토대로 보인다. 이렇게 구축한 토대 위에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 오해하거나 '오인(誤認)'하는, 즉 이것 역시 '삑사리'의 하나로, 인물과 상황이 어긋나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정서, 느낌, 뒤이어 나오는 예상하지 못한 사건 또는 상황에서 관객은 당황하거나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글쓴이 이남은 봉준호 영화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한국사회의 특성 - 군부독재(살인의 추억), 신자본주의 체제(설국열차, 옥자), 한국사회의 모순(괴물) -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욕망(마더, 기생충),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설국열차, 옥자, 미키17)을 부조리한 내용을 통해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봉준호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과 영화 속 인물의 모순된 행동이 어떤 배경에서, 무슨 이유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가를 '이남'은 세세하게 분석하는데, 어렴풋하게 알았거나 느꼈던 봉준호의 영화 언어가 명징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한 편의 영화에 관해서는 나름 분석하고 평론할 수 있으나 봉준호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맥락을 짚는 건 쉽지 않다.
이 책의 장점은 봉준호 영화들을 관통하는 맥락을 짚고, 봉준호의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독자가 봉준호 영화를 더 재미있고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봉준호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