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대리석
진혜원 지음 / 한길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친 오징어가 쓴 소설책이 도착했다. 평소 농담과 거짓말을 매우 그럴 듯하게 잘 하는 분이라 또 무슨 웃기는 이야기를 썼을까 싶어 책을 받고 잠깐 책장을 넘겨보다가 그만 푹 빠져들고 말았다.
이미 이 오징어께서 글 잘 쓴다는 사실은 매우 잘 알고 있던 터라, 마음 한쪽에서 질투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질투보다는, 서늘하고, 묵직하고, 진한 아픔이 몸 깊숙한 곳에서 전체로 서서히 퍼져나가는 걸 느꼈다.
세상의 소설가들은 다 죽어야 한다. 본업도 아닌 오징어께서 쓴 소설이 밀란 쿤데라, 카프카의 등짝을 스메싱할 정도라면, 나같은 삼류 나부랑이는 그냥 펜을 꺾어야 한다.
내 페친이어서가 아니라, 한국문학계에 놀라운 발견이다. 전문용어로 알레고리와 풍자와 해학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슬픔과 아픔과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오징어답게 약간의 먹물을 뿌려가며 웃기고 울린다. 화성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이렇게 눈물나도록 잘 쓰는 오징어라면, 내가 오징어의 일족이라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무조건 사서 읽으시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