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땀 - 여섯 살 소년의 인생 스케치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스몰 지음, 이예원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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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바늘땀
작가 : 데이비드 스몰
출판 : 미메시스

작가의 자전적 성장 이야기. 여섯 살부터 고등학생이 되어 집을 나올 때까지의 시간에서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주인공 소년과 가족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에 사는 여섯 살 아이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데이비드는 방사선과 의사인 아버지 에드와 전업주부 엄마 베티, 형 테드, 넷이 한 식구로 살아가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막내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난한 중산층 가족으로 보이지만, 소년의 눈에 보이는 부모의 모습은 정상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엄마는 웃는 모습이 드물고, 한번 화가 나면 일주일, 한달씩 집안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곤 했다. 아버지는 병원에서 퇴근하면 지하실에 매달아 놓은 샌드백을 두드리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형 테드는 드럼을 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막내인 데이비드는 우울한 집안 분위기와 화를 참지 못해 난폭한 행동을 하는 엄마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꾀병을 앓았다.
데이비드는 대개 혼자였으며, 주로 그림을 그리거나 밖에서 혼자 놀거나, '앨리스와 이상한 나라의 마법사'에서 앨리스가 되는 꿈을 꾸며 앨리스 흉내를 내다 동네 아이들에게 게이, 호모, 변태, 기지배라는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봄방학 때, 아버지는 형 테드와 친가로 떠나고, 데이비드는 엄마를 따라 외가를 방문했다. 가족이 이렇게 갈라져서 각자의 부모를 만나러 가는 것도 신기하다. 어린 데이비드는 정확히 몰랐지만, 엄마는 다른 엄마들과 달랐다. 다정다감하지도 않았고, 데이비드를 살뜰하게 보살피지도 않았다. 게다가 외가가 있는 인디애나 남동부까지 가는 동안 엄마는 마치 남의 집안 이야기처럼 당신의 가계에 관해 데이비드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 내용은 겨우 아홉살 아이가 듣기에는 잔인한 내용이었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댄스파티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사랑했고, 외할머니가 임신하자 결혼하려 했지만 외할아버지의 부모님(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 머피 부부)은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다. 결국 두 사람은 집을 나와 집안 소유의 땅에 있는 오두막에서 살았다. 할머니는 아이(데이비드의 엄마)를 낳았지만, 아이의 심장은 오른쪽에 있었다. 
데이비드의 엄마가 열 살 때 외할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낭떠러지에 떨어져 사망했다. 외할머니와 엄마는 증조할머니의 구박과 핍박이 심해지자 사유지를 떠나 코너스빌로 이사했고, 할머니는 가정부로 일하다 재혼했다. 증조할아버지는 배수관 세정제를 마시고 자살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성대가 타버려 목소리를 잃었다.
시간이 흘러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게 되었을 때, 집안에서 그녀가 훔친 물건이 쏟아져 나왔다. 포목점에 들를 때마다 물건을 훔쳤는데, 포목점에서는 증조할아버지에게 전화했고, 증조할아버지는 곧바로 돈을 지불했다. 
데이비드가 기억하는 집안 어른들의 이야기는 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어린 데이비드가 엄마를 따라 외가를 방문했을 때, 외할머니는 재혼해 존과 살고 있었다. 존 할아버지는 장의사에서 일했고, 마을 주민들과 잘 어울리는 좋은 사람이었다. 반면 외할머니는 괴팍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이상한 노인이었다. 데이비드는 엄마에게 할머니가 미친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엄마는 데이비드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할머니의 태도와 엄마의 태도는 매우 비슷했다.
데이비드가 열한 살이 되었을 때, 집에서 병원 부인회 친목회가 열리곤 했는데, 외과의 남편을 둔 딜런 아주머니가 데이비드의 눈길을 끌었다. 딜런 아주머니가 방문할 때는 늘 우울하던 엄마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무렵, 데이비드의 목에 혹이 생긴 것을 발견하게 된다. 데이비드는 아버지가 일하는 병원에서 목에 생긴 혹을 검사하고, 열네 살에 혹 제거 수술을 받는다. 이 무렵은 데이비드의 아버지도 승진하고 수입도 많아져서 새 차를 구입하고, 집안 가구도 새 것으로 바꾸는 등 데이비드의 부모는 비교적 행복하게 지낸 것으로 보인다.
수술은 간단하다고 했지만, 두 번을 했고, 첫 수술에서는 목소리가 잘 나왔지만, 두 번째 수술을 받고나서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성대의 한쪽과 편도선이 사라진 것이다. 집안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했고, 가족들은 모래알처럼 따로 놀았으며, 목소리를 잃은 데이비드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마치 유령같은 존재였다. 그러다 우연히 자기가 받은 혹 제거 수술이 사실은 후두암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가족 누구도 그 혹이 암이었다고 말하지 않았으며, 수술을 받고 나서도 알려주지 않았다. 데이비드는 살았지만, 어쩌면 후두암으로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여전히 데이비드에게 냉랭했고, 가족들 사이에는 사랑이 없었다.
데이비드는 학교에 가지 않고 극장에서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며 시간을 보내고, 아버지의 차를 훔쳐타고 도망가다 잡혀서 유치장에 갇히기도 하고, 부모가 기숙학교에 강제로 전학시켰지만 세 번이나 탈출하다 퇴학당했다. 열 다섯 살이 되는 해, 데이비드는 문제 학생이 되어 심리상담을 받게 되는데, 그때 만난 상담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서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그 선생님-헤럴드 데이비드슨-은 데이비드에게 누구도 하지 않았던 말을 한다.
"네 어머니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 말을 들은 데이비드는 충격을 받고,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응어리를 헤럴드 선생에게 풀어 놓는다. 데이비드는 부모에게 '방치형 학대'를 당했던 것이다. 부모의 학대는 자식에게 여러 형태로 드러나는데, 폭력을 쓰지 않는 학대도 있다는 걸 부모도, 아이도 모르는 상태로 지냈던 것이다. 데이비드는 심리상담을 하는 헤럴드 선생을 만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지만, 그의 가족은 서서히 그러나 그동안 쌓였던 불만, 부정, 냉대, 위선이 드러나면서 붕괴하기 시작했다. 
데이비드가 어느 날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의 침실에서 그가 좋아했던 딜런 아주머니를 발견한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엄마의 냉랭한 시선과 마주치면서 그동안 겪었던 엄마의 냉대의 근원이 어디에서 시작한 것인지를 느낀다. 뒤 이어 외할머니가 존 할아버지를 지하실에 가두고 집에 불을 질러 주립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결정적으로, 아버지는 데이비드의 목에 암이 생긴 것은 자기 때문이라는 말을 한다. 아버지는 데이비드가 어릴 때 필요 이상으로 방사선을 많이 쬐어 암이 발생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쩌면 죄책감을 숨길 수 없었기 때문에 데이비드에게 용서를 구하려고 고백했을 것이지만, 진실은 알 수 없었다.
데이비드는 열여섯 살이 되자 집을 나와 따로 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디트로이트 외곽의 폐가에서 지냈는데, 이곳에는 집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몰락해서 내몰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데이비드는 학업과 함께 그림을 열심히 그렸고,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예일 예술 대학원에 진학했으며, 뉴욕의 대학에서 그림을 가르쳤다. 그가 마지막으로 엄마를 만난 것은 서른 살이 되던 해, 엄마가 위독하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서였다. 엄마는 아무 말없이 눈을 감았고, 데이비드도 애달픈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린 데이비드는 어려서 정서적 학대를 당하며 자랐다. 이걸 알게 된 것은 그가 열 다섯 살, 문제아로 심리상담을 받기 위해 헤럴드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였으니 어린 데이비드가 겪었을 심리적 고통을 생각하면 독자의 마음도 먹먹하고 답답해진다. 정서적 학대를 한 사람이 엄마와 아버지 모두 였을 걸로 생각하는데, 특히 엄마는 자신도 어려서 정서적 학대를 당하며 살았기 때문에 이미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결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비드의 외할머니는 결국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는데, 외할머니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거라고 짐작하는 이유는, 시부모(데이비드의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의 구박에 크게 충격을 받은 것이 원인일 수 있다. 그때 외할머니는 임신한 상태였고, 임산부는 평상보다 훨씬 정서적, 육체적으로 민감하고 여린 상태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임산부를 더 따뜻하고 안락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이 주변 사람들이 할 일이지만, 외할머니의 시부모는 오히려 자식 내외를 거부하고, 구박하며, 못 살게 굴었다. 
그렇게 나쁜 인성을 보였던 증조할머니는 결국 상습적으로 도둑질을 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그의 도벽은 역시 그의 집안 환경과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집안 내력에 속된 말로 '나쁜 피'가 흐르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한다. 외가 쪽으로 이렇게 좋지 않은 환경이 이어지면서 데이비드의 엄마, 외할머니, 증조할머니까지 정상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어른들이 보이는 기이한 행동이 어린 데이비드에게 심각한 정서적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데이비드의 엄마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아마 오래 전-어쩌면 결혼 전-부터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예전에는 여성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장 당할 각오를 해야하므로 평범한 여성으로는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데이비드의 엄마 베티는 자신이 레즈비언으로 있을 때-딜런 아주머니와 함께 있을 때-는 '정상'의 인물로 돌아온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인할 때는 행복했던 것이다. 베티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았기에 남편도, 자식도 모두 관심이 없고 자신의 삶에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을 수 있다.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았는지, 끝내 몰랐는지 작품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작가는 그 질문을 끝내 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기 아내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부부라면 모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부는 아이를 낳았고,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가족, 가정을 이루며 살았다. 베티가 죽은 다음에도 에디는 재혼해서 여든 네 살까지 행복하게 살았다. 
정서적 학대를 당한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원만하게 사회생활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은데, 데이비드는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다시 들여다보고, 과거의 자신, 과거의 가족을 객관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당시의 상황과 심리를 이해하고, 부정적 감정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렸다는 것, 그림을 매우 잘 그려서 그것으로 직업을 삼고, 학업을 마치고,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어려서 정서적 학대를 당한 많은 사람들이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은 것을 감안할 때,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면서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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