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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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할 수 없음을 부정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역시 에로스의 본질이 상실되고 벌거벗은 삶을 선택하면서 포르노그라피로 대체되게 되는데 이 포르노그라피의 본질은 비밀성이 전혀 없으며 상상력이 죽어 있는 상태이다. 포르노그라피는 사랑이 배제된 성애만 남아 끊임없이 소비되며 본질적인 존재의미는 퇴색된다. 지금의 사회는 본인을 노예화하여 끝없이 성과를 이뤄내는데 총력을 다한다. 이 곳은 할 수 없음을 부정하는 세계다.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음에 살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음의 자체는 스스로의 무능력을 탓해야 한다. 이는 에로스의 종말을 고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요즘의 사회는 사랑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본다. 나를 타자화할 수 없는 우리는 사랑에 빠진다는 의미가 에로스의 사랑이 아니라, 포르노의 사랑(?)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빅데이터가 움직이는 세계에는 가설과 논증할 만한 theme도 없다. 오직 관찰과 데이터 축적만이 세계를 이룬다. 당연히 우리는 꿈꾸지 않는 세계에 갇히는데 안심을 하게 되고 죽음을 상상 할 수도 없는, 오히려 통제되는 사회속에 갇혀 자유의 본질을 상실하고 만다. 죽음을 상상할 수 없는 우리는 무한한 안정을 추구하게 되는데 이는 불안정하고 연속적이지 못한 곳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제를 일으켜 또다른 불안을 안겨주게 되고 노예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한병철이 지난 번에 쓴 시리즈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에 에로스를 주제로 자신의 사상을 좀더 구체화시킨 책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메트릭스가 생각났다. 또, 요즘에 쿨하고 담백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됐다. 나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보여지지 않은 나를 얼마나 사랑했냐고.

 그리고 얼마나 내가 되고 싶었냐고. 그렇게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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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마메 - 나는 시바견과 산다
길은 지음 / 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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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사는 한국인 부부가 키우는 시바견 마메의 이야기다.

마메의 생활을 위해 일을 연명하지 않으면 안되는 외국인 노동자라고,

부부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사탄숭배자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늘 들게 하는

개구쟁이어도,

어쩐지 없으면 허전한 우리 가족 마메의 이야기를 보니까.

우리 행복이도 가끔 사탄숭배의식을 하는 걸까?

하고 떠올리다가.

이젠 어른이 됐지... 라고 생각했다.

귀여운 마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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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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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라고 하기에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달라는 것처럼 정말이지 잘 쓴 책이었다. 언니네 이발관의 '순간을 믿어요'를 즐겨 들었던 기억만 있는 정도였기에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이 쓴 책이기 때문이 아니라, 연예인들이 쓴 에세이는 웬만해서는 읽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석원 씨(?)가 두 번째 책을 출간하게 되면서 '보통의 존재'까지 재조명 받게 됐다. 나 또한 사람들 대부분이 이 책을 좋게 말하길래 읽게 됐다. 이렇듯 입소문이라는 것이 무서운건가보다. 어찌되었든간에 스스로가 입을 열지 않으면 상대방에 대해서 적확하게 알 도리가 없는데 친절하게도 이석원 씨 스스로의 입을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한가득 담아 왔으니 나로서는 힘들이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언니네 이발관을 알게 된 것도 사실상 씨네 21이었던가... tv프로그램에서 한참 영화 이야기를 주제로 묵직하고 있어 보이는(?) 평론가와 아티스트 몇 명 데리고 수다 떨 듯 진행했는데, 난 정말 어렸을 때라 무슨 내용인지 공감하지도 못하고 있어 보이는(?) 느낌이 좋아서 즐겨 봤던 것 같다. '순간을 믿어요'도 사실은 가사의 내용보다는 그냥 몽환적인 목소리에 왠지 나도 그런 느낌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 들었던 걸지도.

 지금은 전부 이해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경험의 차이지, 내공의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현재로서는. 그렇지만 어쩐지 이 책을 읽고 나니 흐릿한 나의 기억도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다 읽고나니 갑툭튀 전혀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려고 했던 내가 서 있길래 울음이 터져 나올 정도였으니까. 이석원 씨 스스로는 보통의 존재라고 말했지만 독자의 기억까지 생생하게 되살려주게 도와준 존재라면 보통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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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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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덥잖은 응원의 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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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7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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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부지런한 거북이는 재주만 좋은 토끼를 이기고, 개미와 베짱이에서 부지런한 개미는 음유시인인 베짱이를 이깁니다. 그에 반해 들쥐 프레드릭은 이야기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는데 전혀 곤핍하지 않습니다. 시를 잘 쓰고 노래도 잘 부르죠. 다른 동화책 주인공과 달리 프레드릭은 근면하고 성실한 주인공이 아니었고, 배고픈 들쥐들을 이겨먹지도 않습니다. 늘 우리는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이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립니다. 재주 없이 근면하고 성실하면 이길 수 있다는 관념은 꽤 도덕적이고 정정당당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목적 자체가 잘못됐습니다. 프레드릭은 이기기 위해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어떤 삶이 가장 인간다운 삶일까를 고민하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중요한 과업이지만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의 숙제입니다. 들쥐들에게 배고픔을 면하는 곡식보다 더 값진 노래를 불러주는 프레드릭. 아이에게 프레드릭의 일상을 함께 읽어주면서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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